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6/11 8

더 콘서트 (블루레이)

라두 미하일레아누 감독의 '더 콘서트'(The Concert, 2009년)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예술에 빗대어 표현한 영화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백야'(http://wolfpack.tistory.com/entry/백야)처럼 정부의 억압된 정책 때문에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던 예술인들이 우연히 알게 된 서방의 공연 정보를 계기로 다시 예술혼을 불태우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결코 정치적이거나 심각하지 않고 코믹하다. 주인공 일행은 명문인 볼쇼이 오케스트라 행세를 하면서 일종의 대사기극을 연출한다. 물론 결말의 반전은 예상 가능한 뻔한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기대를 하고 보게 만드는 것은 음악의 힘이다. 초반 흘러나오는 모짜르트의 피아노협주곡 21번이나 대미를 장식하는 차이코프스키의 ..

저지 드레드(블루레이)

1970년대 영국 잡지에 연재된 '저지 드레드'는 강력한 사법권력이 통제하는 암울한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적인 만화다. 핵 전쟁으로 처참하게 파괴된 미래에 사람들이 모여든 대도시에 온갖 범죄와 무질서가 난무하다보니 이를 통제하기 위해 사법집행권까지 갖는 강력한 경찰이 등장한다. 즉, 경찰이 현장에서 재판하고 즉결 심판까지 한다. 어찌보면 나치 시대처럼 전체주의 국가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이는 원작 만화가 나온 1970년대 영국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영국은 경기 침체와 잦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국력이 쇠퇴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세계에서는 이를 병에 비유해 '영국병'이라고 불렀다. 여기에 급격한 산업화로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도시 빈민이 늘어나며 범죄율 또한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경찰력을 확대해..

캐논볼

학창 시절에 유명한 스타들의 얼굴이 잔뜩 박혀있는 '캐논볼' (The Cannonball Run, 1981년) 포스터를 보고 꽤 기대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인기있던 성룡을 비롯해 버트 레이놀즈, 딘 마틴 등 유명 스타들이 줄줄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봉 당시 보지 못하고 훗날 비디오테이프로 빌려 본 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마치 유명한 사람들이 잔뜩 나오지만 정작 재미는 떨어지는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 같았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의 스타시스템과 홍콩 자본이 만나 철저하게 기획된 영화다. 할리우드의 스턴트맨 출신인 할 니드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실제 캐논볼 레이스를 기획한 브록 예이츠가 대본을 썼으며, 쿵푸 영화로 재미를 본 홍콩의 골든하베스트 사장인 레이몬드 초가 돈을 댔다. 내용은 오하이..

마징가Z 더 무비

1970년대 흑백TV를 보며 자란 사람들은 대부분 '마징가Z'를 기억한다. 그만큼 마징가Z는 일본 작품이지만 당시 어린이들에게 국민 영웅이었다. 그때는 컬러방송을 하지 않던 시절이어서 흑백으로만 기억했던 로봇의 컬러판을 훗날 보고 생경함과 함께 놀랐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마징가Z 더 무비'는 마징가Z 시리즈와 관련있는 1970년대 극장판 애니메이션들을 3장의 디스크에 수록한 DVD타이틀이다. '마징가Z 대 데빌맨' '마징가Z 대 암흑대장군' '그레이트 마징가 대 겟타로보' '그레이트 마징가 대 겟타로보G 공중대격돌' 'UFO로보 그랜다이저 대 그레이트 마징가' '그랜다이저, 겟타로보G, 그레이트 마징가 결전대해수' '마징가Z' '마징가Z 대 헬박사' 등 8편이 나눠 수록됐..

굿바이 레닌(블루레이)

독일인들 사이에 오스탤지어(ostalgia)라는 말이 있다. 동쪽을 뜻하는 오스트와 향수를 뜻하는 노스탤지어의 합성어로, 동독 시절 문물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말이다. 독일이 통일된 후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동독인들이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이 말이 퍼지게 됐다. 동과 서로 분리됐던 독일은 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통일이 됐다. 서독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게 살던 동독 사람들은 통일이 되면서 살림살이가 나아졌다. 그러나 행복 지수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통일 당시 서독의 33%에 불과했던 GDP는 2014년 66%까지 올라갔지만 여전히 옛 동독 사람들은 옛 서독 사람들보다 못살다보니 상대적 박탈감이 큰 모양이다. 2015년 한겨레신문이 개최한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한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