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8/06 9

T2 트레인스포팅2(블루레이)

"우선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배신이 일어난다." 영화 속 이 대사가 'T2 트레인스포팅2'(T2: Trainspotting 2, 2017년)라는 작품을 한마디로 설명한다. 대니 보일 감독이 만든 이 작품은 20년 전 센세이션을 일으킨 전작의 악동들이 20년 뒤 다시 뭉친 이야기를 다뤘다. 내용은 배신 때문에 무위로 돌아가는 한탕을 다룬 펑크 소설, 펑크 뮤직 같은 이야기다. 세월은 흘러서 외모는 변하고 세상도 달라졌지만 작품 속 네 친구들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새롭게 살아보려고 마약을 끊고 갱생을 모색하지만 핏줄 속에 꿈틀거리는 본연의 일탈과 반항의 악동 기질이 여전하다. 이 작품의 묘미는 변화와 변하지 않는 것들의 조화다. 우선 변하지 않는 것은 인물들이다.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이 20년 전 전..

공포의 보수(블루레이)

프랑스의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에게 세상은 정글처럼 보였나 보다. 그가 만든 걸작 '공포의 보수'(Le Salaire De La Peur, 1953년)는 살아남기 위해 물고 뜯고 목숨을 걸며 허망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인간 군상들을 다뤘다. 내용은 볼리비아의 작은 도시 라스 피에도라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보기에도 황량하고 열악한 이 작은 마을에 더 이상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랑자부터 전직 갱단원까지 굴러 들어와 살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다. 워낙 헐벗고 못 사는 곳이어서 마땅한 일자리는 석유 채굴을 위해 들어온 미국 석유회사뿐이다. 마침 유전에 거대한 화재가 발생해 실업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석유회사에서는 불길이 거대하다 보니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 끄기..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블루레이)

DC코믹스 팬이라면 익히 잘 알만한 그린 랜턴은 반지의 제왕이다. 어느 날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인이 선물한 신비한 반지는 반지의 주인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현실로 이뤄준다. 마치 알라딘의 마술램프 같은 반지는 주인공에게 무한한 힘을 선사하며 슈퍼 히어로, 즉 초영웅으로 만들어준다. 그렇지만 누구나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지가 보기에 그만한 자질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만 이런 힘을 부여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반지를 손에 넣으면 되려 다친다. 마틴 캠벨 감독이 만든 '그린 랜턴: 반지의 선택'(Green Lantern, 2011년)은 바로 이런 그린 랜턴의 탄생 과정을 담고 있다. 부제로 붙은 반지의 선택에서 알 수 있듯 제작진은 이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 시리즈로 만들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안..

피터팬 전설의 시작(블루레이)

닉 윌링 감독의 '피터팬 전설의 시작'(Neverland, 2011년)은 기존 피터팬 영화들과 많이 다르다. 주인공 피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신비한 섬에 사는 주인공이 아니라 런던 빈민가에서 소매치기 일당으로 살아가는 좀도둑으로 등장한다. 그의 보호자는 소매치기단을 이끌고 있는 다름 아닌 후크다. 바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갈고리 손으로 등장하는 후크 선장이다. 하지만 악어에게 손을 물리지도 않았고 당연히 두 손 모두 멀쩡할 뿐더러 검술의 달인이어서 피터에게 칼 쓰는 법을 가르친다. 피터 일당은 우연히 보석상을 털다가 신비로운 구슬을 손에 넣는데, 구슬 덕분에 신비의 땅 네버랜드로 가게 된다. 이후 구슬을 손에 넣으려는 후크 일당과 피터팬의 싸움이 시작된다. 내용 비틀기를 통해 익히 알려진 기존 작품..

잔 다르크의 수난(블루레이)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는 걸작인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잔 다르크의 수난'(La passion de Jeanne d'Arc, 1928년)은 참으로 기이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영화다. 흑백 무성영화로 촬영된 이 작품은 시종일관 배우들의 얼굴 표정에 천착한다. 배우들의 특별한 액션, 또는 와이드스크린으로 펼쳐지는 풍경이나 전경 샷이 등장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집요할 정도로 배우의 얼굴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얼굴에 서린 분노, 슬픔, 절망과 희망, 용기, 공포를 담아낸다. 내용은 프랑스 하원 도서관에 보관된 잔 다르크의 재판기록을 토대로 재현한 잔 다르크의 최후다. 영국과 프랑스 간에 벌어진 백년전쟁 중 남장을 한채 프랑스군을 이끌어 점령군이었던 영국군을 물리친 잔다르크는 1431년 영국군에게 포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