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8/09 14

다크나이트 라이즈(4K 블루레이)

'다크나이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다크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2012년)의 배트맨은 유독 지치고 힘들어 보인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시작해 '다크나이트'를 거쳐 3부작의 마지막인 이번 작품까지 달려 오면서 배트맨은 피로가 쌓이고 몸도 다쳤다. 그런데도 제대로 듣지 않는 관절을 동여매고 달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그 이유를 배트맨이 폭력과 슈트에 중독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 얘기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 3부작을 만들면서 자신의 연출 스타일에 중독돼 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강박관념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추구하는 영상과 악은 악대로, 정의는 정의대로 정당성을 주장하며 길게 늘어놓는 사설이 여전..

다크나이트 (4K 블루레이)

때로는 정의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악인조차도 마음대로 해치지 못하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할 때도 망설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2008년)는 정의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서 출발한다. 한없이 못된 악당 조커는 절대 누구를 죽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배트맨을 끊임없는 딜레마에 빠트려 결국 영웅 행위에 대해 회의하는 지경까지 몰아붙인다. 과연 정의가 모두를 이롭게 하는가. 배트맨은 영웅이 범죄자로 둔갑할 수도 있는 세상에서 어둠의 기사가 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철학적 물음을 화려한 액션과 결합해 이 작품을 여타의 수퍼 히어로물과는 다른 의식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매트릭스'처럼 잘 포장된 액션 속에는..

윈드리버 (블루레이)

테일러 쉐리던 감독의 '윈드리버'(Wind River, 2017년)는 광활한 와이오밍주의 윈드리버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다.와이오밍주는 면적이 25만 제곱킬로미터로, 약 10만 제곱킬로미터의 남한보다 2.5배나 넓은 땅이다. 그런 곳에 인구는 52만 명에 불과하다.인구로 따지면 미국 50개 주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온 세상을 꽁꽁 얼리는 혹독한 겨울 때문일 수 있다.대부분의 미국 땅이 그렇듯 원래 이 곳은 백인들이 살기 전까지 인디언의 땅이었다. 그러나 한때 이 곳을 지배했던 쇼쇼니족과 아라파호족은 이제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보호를 받는 존재가 돼버렸다.그것도 '죽어간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처럼 서서히 숫자가 줄고 있..

나쁜 녀석들2 (4K 블루레이)

두 명의 건들거리는 형사 콤비가 등장해 요란한 액션을 선사하는 '나쁜 녀석들 2'(Bad Boys 2, 2003년)는 전편보다 액션의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 동원된 무기나 병력을 보면 거의 전쟁영화 수준이다. 언제나 물량 공세로 승부를 보는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작품답게 이번 작품 역시 액션 장면 하나 만큼은 화려하다. 수십 대의 자동차를 깡통처럼 길바닦에 굴리며 자동차 추격 장면을 찍는 것으로도 부족해 쿠바 군대까지 동원해 일대 살상극을 벌인다. 도대체 두 주인공이 일하는 마이애미 경찰서가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모르겠지만 액션 장면만 놓고 보면 두 명의 형사는 마약단속반이 아닌 람보같은 특수부대원같다. 전세계 극장 개봉 성적은 전편을 뛰어넘었지만 평가는 혹평 일색이었다. 대부분의..

나쁜 녀석들 (4K 블루레이)

'나쁜 녀석들'(Bad Boys, 1995년)은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진주만' '더 록' 등 흥행작을 만든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계 데뷔작이다. 지금은 유명 오락영화 감독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마이클 베이는 광고계에서나 알아주는 CF 감독이었다. 그는 이 작품의 성공으로 여러 대작 영화를 만들며 줄줄이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잘 꿴 셈이다. 내용은 마약 단속에 나선 형사들이 겪는 모험담이다. 그만큼 지나칠 정도로 총을 쏴대며 때려 부수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형사물이다. 하지만 영화는 흥행 성과에 비해 잘 만든 작품은 아니다. 호흡이 짧은 광고를 만들다가 장편을 만들려니 부담스러웠는 지 모르겠으나 전체적인 구성이 얼개가 느슨해 매끄럽지 못하고 산만하다. 특히 첫 작품이라 그런지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