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노이스 감독의 영화 '긴급명령'(Clear And Present Danger, 1994년)은 제목만 보면 무슨 내용인 지 가늠하기 힘들다. '명백하게 현존하는 위협'이라는 뜻의 원제도 마찬가지. 오히려 톰 클랜시의 원작 소설을 번역 출간할 때 붙인 국내 책 제목 '마약 전쟁'이 확실하게 와닿는다. 영화 제목이 말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서라도 우선 제거해야 할 위험이다. 이를 미국 정부는 마약으로 봤다. 하지만 톰 클랜시의 원작 소설이 그리는 것은 단순히 마약에 국한하지 않는다. 마약을 빌미로 미국 대통령의 묵인 아래 다른 나라에 군대를 파견해 문제를 일으키고, 정작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무소불위의 위험천만한 제국주의적 사고 방식을 가진 권력을 더 문제로 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