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8/12 11

레이디 버드 (블루레이)

그레타 거윅 감독의 '레이디 버드'(Lady Bird, 2018년)는 흔히 있을 수 있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다룬 영화다. 특히 자식이 커가면서 주관이 뚜렷해지면 어쩔 수 없이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감정 충돌에 예민한 사춘기 소녀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시얼샤 로넌이 연기한 여주인공 레이디 버드는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 졸업반이다. 본명 외에 호처럼 따로 '레이디 버드'라는 이름을 지을 정도로 자의식이 강한 그는 대도시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주도이지만 자그마한 소도시인 새크라멘토에 거주하는 그는 누가 사는 곳을 물으면 샌프란시스코라고 거짓말할 만큼 고향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당연히 대학도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의 큰 학교로 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엄마는 실직한 아버지와..

아멜리아 (블루레이)

무용극 '아멜리아'(Amelia, 2002년)는 에드아르드 록이라는 위대한 안무가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돋보기에 만든 작품이다. 9명의 무용수가 등장해 1시간가량 펼치는 이 공연은 영상을 위해 제작된 현대 발레다. 엄밀히 말하면 발레라고 한정 짓기 힘들 만큼 현대 무용과 체조, 마임 등이 뒤섞여 있으며 다분히 영상을 위한 카메라 워크와 조명이 적절하게 가미됐다. 즉 이 작품은 무대 위에서 공연용으로 제작된 게 아니라 아예 상영을 목적으로 만든 영상물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발레 공연이라면 보기 힘든 카메라 움직임을 통해 안무가가 강조하는 메시지와 느낌을 전달한다. 마치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서부극을 보는 것처럼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인물의 얼굴을 크게 잡거나 부감샷을 통해 무용수들이 그려내는 도형 같은 이..

피치 퍼펙트3 (블루레이)

여성 감독 트리시 시에의 '피치 퍼펙트3'(Pitch Perfect 3 , 2017년)는 국내에서 극장 개봉하지 않았다. 1편이 히트하면서 시리즈로 나온 작품인만큼 어지간하면 극장 개봉했을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가 있다. 영화를 보면 지극히 실망스럽다. 아마 극장에서 개봉했더라면 관객 동원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까 싶다. 내용은 시리즈의 주인공인 여성 아카펠라 그룹 벨라스 멤버들이 해외 주둔 미군 기지에 위문 공연을 가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뤘다. 위문 공연에 벨라스 외에 다른 여성 밴드와 컨트리 밴드, 힙합 듀오 등도 참여하면서 졸지에 경연 아닌 경연이 돼버렸다. 시에 감독은 이를 통해 전작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전작들이 아카펠라 그룹들 간에 대결을 다뤘다면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아카펠라가 아닌 악..

위대한 쇼맨: 블루레이

미국의 유명한 공연가인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P.T. 바넘)은 공과에 대한 논란이 많은 인물이다.19세기 쇼 비즈니스의 창시자이자 근대 서커서의 아버지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사기꾼이라는 오명도 따라붙는다. 바넘은 돈벌이를 위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볼거리를 구상했다.그것이 바로 기형아, 괴물 같은 외모 등 희한한 모양새의 사람이나 동물을 전시하는 프릭쇼였다. 피지섬의 인어, 늑대 소년, 거인족과 난쟁이, 수염 난 여성 등이 그가 내세운 볼거리였다.문제는 대부분이 조작한 가짜였다는 점이다. 원숭이 사체에 연어를 이어 붙여 인어라고 속였고, 4세 꼬마에게 어른들의 말투를 가르쳐 22세 난쟁이 청년이라고 선전했다.또 80세 노파를 171세라고 홍보하면서 치아를 뽑아 더 늙어 보이도록 만들었다. 뿐만 아니..

팬텀 스레드: 블루레이

맹목(盲目)적인 사랑. 열렬한 사랑에 빠지면 눈을 가린 말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사방팔방 질주하게 만든다. 그 결과는 누군가 다치게 할 만큼 위험할 수 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팬텀 스레드'(Phantom Thread, 2017년)는 맹목적인 사랑을 이야기한다. 1950년대 상류층 여인들을 위한 고급 수제 의상실을 운영하는 유명 디자이너와 그를 위해 모델로 일하는 여성의 위험하면서도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한 디자이너의 열정은 온통 그가 만드는 드레스에 꽂혀 있다. 모든 것이 옷에 집중되다 보니 가까운 여인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죽을 정도로 아픈 순간을 넘기고 나서 곁에 남은 여인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조차도 착각이다. 반면 여인은 남자의 모든 것을 올곧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