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2019/01 13

짝코 (블루레이)

임권택 감독은 가족에 얽힌 아픈 과거사를 갖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에 유학 갔던 삼촌이 사회주의자가 되면서 아버지 등이 좌익 활동에 연루돼 곤욕을 치른 것. 특히 아버지가 빨치산이 돼 집을 나간 뒤로 거의 날마다 경찰들이 들이닥쳐 집 뒤짐을 했다고 한다. 견디다 못한 임 감독은 중학교 3학년 때 집을 나와 부산에서 군화를 떼어다 팔면서 살았다. 그때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영화사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임 감독도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그런 만큼 '짝코'(1980년)는 임 감독 입장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다. 이 영화는 망실공비(亡失共匪)를 다룬 작품이다. 망실공비란 말 그대로 사망이나 체포가 확인되지 않아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는 공비를 말한다. 1950년대 공비 토벌전에서 뛰어난 ..

우묵배미의 사랑(블루레이)

장선우 감독은 '나쁜 영화' '거짓말' '너에게 나를 보낸다' 등 논란이 됐던 영화 때문에 선정적인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오해받기 쉬운데 사실 그는 사회성 짙은 사실주의 영화를 잘 만들었다.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우묵배미의 사랑'(1990년)이다. 박영한의 연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서울 변두리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봉제기술이 전부인 일도(박중훈)는 봉제공장에서 만난 유부녀 공례(최명길)와 사랑에 빠진다. 일도는 자식까지 낳은 사실혼 관계인 아내(유혜리)가 성정이 거칠어 나긋나긋한 공례에게 정을 붙였고, 공례 역시 폭력적인 남편(이대근)에게 맞고 살아 그렇지 않은 일도에게 의지한다.그렇기에 두 사람은 각각 아내와 남편에게 두드려 맞으면서도 밀회를 이어간다. 영화가 놀라운 ..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4K 블루레이)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Ghost in the Shell, 2017년)은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유명한 저패니메이션을 실사로 만든 영화다.그러나 의도만 좋았을 뿐 결과는 실망스럽다. 내용은 공안 9과의 리더인 소령이 전자두뇌를 해킹한 범죄자들을 추격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소령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찾게 되고 이를 통해 뜻밖의 비밀을 알게 된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공각기동대의 팬이라고 하는데,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원작 만화에서 냉철한 판단과 컴퓨터 같은 분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인 공안 9과의 소령이 영화에서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 방황하는 사춘기 소녀 같은 캐릭터로 나온다. 그렇다 보니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클레어의 카메라 (블루레이)

홍상수 감독의 '클레어의 카메라'(2016년)는 홍 감독이 2016년 칸영화제에 참석했을 때 현지에서 촬영한 영화다.내용은 영화제에 참석한 영화 마케팅 회사 대표와 직원, 영화감독 사이에 벌어지는 삼각관계를 다뤘다. 여전히 홍 감독과 주로 영화를 찍는 김민희가 영화감독과 하룻밤을 보낸 직원 역할을 맡았고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장미희가 여직원을 질투하는 마케팅 회사 대표 역할을 맡았다.마케팅 회사 대표와 내연 관계이면서 여직원과 하룻밤을 보낸 영화감독 역할은 정진영이 연기했다. 줄거리는 홍 감독과 직접 연관이 없는 내용이지만 김민희와 스캔들이 불거진 뒤로는 왠지 작품들이 그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마치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어딘가에 그와 김민희의 얘기가 투영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점이 재미있으..

위대한 개츠비 (4K 블루레이)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의 한 명인 F 스콧 피츠제럴드는 1896년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다행히 부유한 외가 덕분에 프린스턴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으나 거기서 만난 돈 많은 은행가 딸인 지니브러 킹에게 가난하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대학 4학년때 제 1 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그는 자원 입대해 육군 소위로 복무했다. 그때 판사의 딸이었던 젤다 세이어를 만나 교제를 하고 약혼까지 했으나 역시 가난 때문에 파혼당했다. 이처럼 가난 때문에 빚어진 두 번의 파혼은 평생 피츠제럴드에게 상처가 됐고 작품 곳곳에 흔적으로 남았다. 다행히 자전적 소설 '낙원의 이쪽'이 성공해 파혼 당했던 젤다와 다시 만나 결혼했다. 그가 작가로서 절정에 오른 것은 지금까지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로 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