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280

천국의 아이들(블루레이)

마지드 마지디(Majid Majidi)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천국의 아이들'(Bacheha-Ye Aseman, 1997년)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란 영화다. 가난한 소년 알리(아미르 파로크 하스미얀 Amir Farrokh Hashemian)는 심부름을 갔다가 수선을 맡긴 여동생 자라(바하레 세디키 Bahare Seddiqi)의 신발을 잃어버린다. 알리는 너무나 어려운 집안 형편을 알기에 차마 부모에게 얘기하지 못하고 자신의 신발을 동생과 나눠 신으며 힘들게 학교를 다닌다. 오전에 동생이 수업을 마치고 뛰어오면 바삐 그 신발을 신고 오후에 학교로 달려간다. 그러다가 아이들 마라톤 대회 소식에 운동화가 3등 상품으로 나온다. 이를 알게 된 알리는 3등을 목표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너무 잘 달려..

서편제(블루레이)

우리 영화 사상 최초로 100만 관객 기록을 세운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1993년)는 안타깝고 처절한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영화다. 이청준의 연작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이 작품은 소리에 미쳐 세상을 떠도는 소리꾼 유봉(김명곤)과 양딸 송화(오정해), 아들 동호(김규철)의 삶이 얽힌 가슴 아픈 이야기다. 여기저기 떠돌며 소리로 먹고사는 유봉은 북을 치는 아들과 소리를 하는 딸의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혹독하게 가르친다. 이 과정에서 아들 동호는 소리에 미친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죽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아버지를 원망하며 뛰쳐나간다. 그렇게 아들을 잃은 유봉은 나이 들어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게 되면서 딸에게 더욱 집착한다. 무엇보다 완벽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 딸..

펄프픽션(4K)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감독의 영화 '펄프픽션'(Pulp Fiction, 1994년)은 처음 봤을 때 참으로 놀라운 영화였다. 여러 개의 다양한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한 영화 안에서 펼쳐지지만 결국 유기적으로 맞물려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마치 여러 개의 물줄기가 거대한 강에서 만나는 것처럼 어수선한 이야기들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 도도한 이야기의 흐름을 빚어낸다. 오랫동안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썼다는 타란티노 감독의 재기가 빛나는 탁월한 수작이다. 영화는 갱단 두목 월레스(빙 라메스 Ving Rhames)와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면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네 일상이 여러 사람과 얽힌 것처럼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삶도 그러하다. 그래서 부하들이 잃어버린 돈가방을 찾아오는 ..

폴라 익스프레스(4K)

'백 투 더 퓨처'와 '포레스트 검프'를 만든 로버트 제멕키스(Robert Zemeckis) 감독의 '폴라 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 2004년)는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따뜻한 애니메이션이다. 산타를 믿지 않던 소년이 북극행 기차를 타고 산타의 마을을 다녀온 뒤 성탄절을 믿게 된다는 내용은 1986년에 나온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동화가 원작이다. 내용뿐 아니라 삽화를 직접 그린 원작자 알스버그가 수석 프로듀서로 참여해 원작의 그림을 그대로 살렸다. 이 작품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내용보다 그림 때문이다. 원작의 파스텔화를 그대로 살린 것처럼 부드러운 컴퓨터 그래픽은 손그림처럼 따스한 느낌을 준다. 미국에서는 개봉 당시 인물들의 표정을 실사에 가깝게 표현하다 보니 표정..

카사블랑카(4K)

마이클 커티즈 감독이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에 만든 영화 '카사블랑카'(Casablanca, 1942년)는 전쟁 속에서 싹튼 사랑을 통해 반전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으로, 국내에 잉그리드 버그만이라는 여배우를 처음 알렸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가는 무엇보다 고독과 우수가 짙게 배인 험프리 보가트라는 당대 최고의 배우를 세상에 널리 알린 데서 찾을 수 있다. 험프리 보가트는 주인공을 맡아 특유의 우울한 표정으로 전쟁 때문에 사랑을 잃고 괴로워하는 속 깊은 사나이의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는 지금 보면 평범하고 도식적인 줄거리지만 당시로서는 사람들의 가슴을 뒤흔드는 절절한 로맨스였다. 이를 살린 것은 똑 떨어지는 배우들의 연기와 깔끔한 줄거리, 유려한 촬영술이었다. 특히 은은하게 빛나는 잉그리드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