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171

보헤미안 랩소디

1980년대는 금기의 시대였다. 서슬 퍼런 군사 정권 아래에서 영화 음악은 물론이고 책, 방송까지 모든 문화활동이 철저한 정부의 검열을 받았다. 이념을 떠나 조금이라도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철저하게 금지시켰다. 영화는 무조건 가위질당했고 책이나 음악은 금서나 금지곡으로 묶여 시중에서 사라졌다. 당시 록 음악 꽤나 듣는다는 록 키즈들 사이에 인기 있던 영국 밴드 퀸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노래 'Killer Queen' 'Bicycle race' 'Death On Two Legs' 등 숱한 곡이 국내에서는 금지곡으로 묶였고, 가장 결정적인 히트곡 'Bohemian Rhapsody'도 국내에서는 금지곡이어서 음반으로 발매되지 않았다. 이유도 가지가지였는데,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 염세적..

영화 2018.11.10

군함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 '다찌마와 리' 등을 보며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참 재미있게 만드는 감독이라는 생각을 했다. 액션을 맛깔스럽게 조합할 줄 알며 여기에 적당한 유머를 버무려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가는 솜씨가 일품이다. 더러 B급 정서라고도 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나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도 같은 소리를 듣는 만큼 취향의 문제일 뿐 결코 나쁜 소리는 아니다. 그만큼 류 감독이 만드는 영화들은 최근 '베테랑'도 그렇고 은근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지금 상영 중인 '군함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군함도'는 너무 실망스러웠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저렇게 왜곡해도 되나 싶었고, 지나치게 표현하면 아픈 역사를 돈벌이의 소재로만 본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의 장기인 액션과 유머..

영화 2017.08.11

택시운전사

1980년대 학번들은 대부분 대학에 들어가서 광주 민주항쟁을 기록한 영상들을 봤다. 총학이나 사회과학 동아리에서 주로 틀어주던 영상들은 대부분 조악한 화질의 비디오였다. 영상은 대단히 잔혹해서 마치 공상과학(SF) 영화를 보는 것처럼 비현실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전까지 엄격한 정부의 보도 관제로 TV 뉴스 등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소설가 황석영이 생존자들의 구술을 기록한 책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군사정권의 금서 목록에 묶여 있던 이 책에 기록된 공수부대원이 대검으로 임산부의 배를 찔렀다던가 여학생의 젖가슴을 도려냈다는 대목 등은 너무 참혹하고 공포스러워 영화 '몬도가네'를 보는 듯한 이질감을 줬다.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를 ..

영화 2017.08.09

부산행

좀비 영화의 묘미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있다. 끝없이 밀려오는 좀비들을 피해서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살아남는지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맥을 잘 짚었다. 오로지 추격전에만 집중해 좀비 영화의 묘미를 한껏 살렸기 때문. 어떻게 좀비가 됐으며 어떻게 해결하는 지 군더더기 같은 얘기들을 모두 잘라내고 사람과 좀비의 추격전에만 집중했다. 좀비의 등장은 간단한 인트로 컷으로 처리했고 해결 과정은 관객의 상상에 맡겼다. 특히 이 작품은 부산행 KTX라는 한정된 공간을 무대로 삼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달리는 기차라는 폐쇄공간을 이용해 마구 몰려오는 좀비떼의 공격을 극대화한 것. 어떤 인물들이 기차에 타고 있으며 이들의 성격을 묘사하는 간략한 장면들만 설명..

영화 2016.07.30

아가씨

박찬욱 감독의 10번째 영화인 '아가씨'는 그의 이전 작품들과 다르면서 같은 영화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 같은 복수 3부작에 비하면 잔혹하지 않으면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라는 점이 다르다. 여기에 기존 작품에서는 볼 수 없던 여인네들의 진한 사랑이 펼쳐진다. 영국의 새러 워터스가 쓴 소설 '핑거 스미스'를 각색한 이 작품은 엄청나게 잘 사는 친일파의 집에 하녀로 들어간 여인과 친일파의 처조카딸, 이를 둘러싼 남자들의 음모와 배신이 또아리를 틀고 돌아가는 얘기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이야기가 결코 복잡하지 않아 흥미진진하게 따라갈 수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야기가 업치락 뒤치락하지만 양자 대결의 분명한 선악구도로 나뉘어 헷갈릴 일이 없다. 감독이 ..

영화 201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