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고백

울프팩 2011. 4. 6. 06:32

정의로운 사회란 약자가 보호받는 사회다.
아이들이 안전을 위협받고, 고용 불안에 생계를 걱정하는 사회는 결코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없다.

특히 법치국가에서 그러하다면 법과 제도,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꽤 많이 팔려나가는 것도 어찌보면 정의에 대한 갈구 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세상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낄 때 법과 제도가 아닌 개인의 힘에 의지하게 된다.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고백'은 그런 영화다.

미혼모인 중학교 여선생의 여섯 살난 아이가 어느날 살해당한다.
놀랍게도 범인은 여선생의 제자들인 13세 중학생들이다.

여선생은 사건의 전모를 알지만 경찰에 이야기하지 않는다.
일본의 청소년보호법상 14세 미만은 아무리 심한 범죄를 저질러도 체포되거나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형법도 마찬가지로 14세 미만은 처벌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선생은 자기 반 아이들 앞에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겠지만 스스로 벌하겠노라고.

미나토 가나에가 쓴 화제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추리물이 아니다.
처음부터 범인을 드러내놓고 시작하는 이 영화는 여선생의 복수와 여기 얽힌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이면서, 청소년법의 문제점을 다룬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다.

독특한 것은 동일한 사안을 각 인물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계속 반전을 부르며 뒷얘기가 궁금하게 만든다.

그만큼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과 흡입력이 일품이다.
더불어 복수극은 결코 잔혹하거나 무서운 장면이 등장하지 않지만 상황 전개가 공포물 못지 않게 위협적이다.

뛰어난 이야기를 만들어낸 원작의 힘도 크지만, 교차 편집과 단색 위주의 차가운 색감으로 재구성한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연출력을 높이 살 만 하다.
'4월 이야기' 이후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마츠 다카코의 연기도 좋았고, 영상 위로 흐르는 신경을 자극하는 음악들도 잘 어울렸다.

영화를 보고나면 오히려 원작 소설을 더 읽고 싶게 만드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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