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울프팩 2021. 3. 18. 00:37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1990년)는 전작인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가 예상외로 크게 성공하자 제작사인 황기성 사단에서 서둘러 만든 속편이다.

전작의 인기를 업고 가기 위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두 번째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았다.

 

감독은 전작의 각본을 쓴 김성홍이 맡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미연, 김보성이 주연을 맡았고 지금은 유명한 배우들이 된 공형진, 이범수, 최진영 등이 신인으로 출연했다.

 

음악도 전작처럼 산울림의 김창완이 맡아 주제가를 불렀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전작만큼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서울의 경우 국도극장에서 개봉해 5만3,000명의 관객이 들었다.

전작이 16만 명이 관람해 대박을 쳤으니 그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당시 10만 명 관람이 요즘 1,000만 명에 해당하는 점을 감안하면 망작은 아니다.

5만 명 관람 또한 기본은 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흥행이 전작만 못했던 것은 전작을 그대로 답습한 탓이다.

입시 경쟁에 내몰리는 아이들의 중압감이 불행으로 이어지는 전작의 구성을 재탕하듯 그대로 따르고 있다.

 

심지어 주연배우들의 역할도 동일하다.

세상 물정 모르고 공부만 하는 순진무구한 모범생 역할을 이미연이 맡고, 그런 여학생을 좋아하며 마냥 밝게만 사는 남자 주인공을 김보성이 연기했다.

 

조연들과 소소한 에피소드만 바뀌었을 뿐이다.

반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처럼 모든 것을 한마디로 함축해 터뜨리는 결정적인 대사가 부족했다.

 

전작은 실화에 기반한 대사와 제목이 크게 한 몫했다.

여기에 전작에서 마지막 순간 애잔하게 만들었던 감동도 주지 못했다.

 

그만큼 기본적인 구성이 전작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주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차라리 청소년들의 다른 고민과 이야기로 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나마 이미 유명 스타가 돼서 청소년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던 이미연이 주연을 맡아 5만 명의 성적을 올렸다.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얼굴들이다.

 

당시 감독의 중앙대 연극영화과 후배였던 공형진, 이범수가 이 작품으로 영화에 데뷔해 얼굴을 알렸고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배우 최진실의 동생 최진영도 처음 영화에 출연했다.

아역으로 TV에 나왔던 전미선 역시 이 작품이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이들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날라리 여고생 마돈나를 연기한 김보라나도 연기를 참 잘했다.

더불어 변우민, 박인환, 김애경, 고인이 된 홍성민 등 탄탄한 조연들이 뒤를 받쳤다.

 

흥미롭게도 박철수 감독이 중간에 영어 교사로 잠깐 얼굴을 비쳤고 제작자인 이춘연씨는 외모에 어울리는 무서운 시험 감독으로 카메오 출연했다.

이 작품 역시 오래전 영화답게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여러 장면들과 에피소드가 옛 추억을 소환한다.

 

학생들이 직접 더블데크 녹음기로 카세트테이프에 음악과 멘트를 녹음해 좋아하는 이성에게 선물하던 것이 유행이었는데 이 작품에도 등장한다.

이와 함께 MTV 바람을 타고 유행했던 뮤직비디오, 람바다 춤의 돌풍, 소지품을 이용한 단체 미팅 풍경 등도 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작품에서 비중 있는 배우였던 최진영과 전미선 두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점이다.

특히 최진영은 극 중 역할도 비슷해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 영화의 DVD 타이틀이 출시된 것은 몹시 반갑지만 전작처럼 구성이 형편없다.

부록은 전혀 없고 기본으로 들어가는 한글 자막조차 누락됐다.

 

그 점을 감안하면 2만 원이 넘는 가격은 과하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영상은 화질이 무난하다.

 

잡티나 스크래치는 없지만 디테일이 떨어져 중경과 원경에서 눈 코 입 등이 뭉개진다.

윤곽선도 두텁고 전체적으로 좀 뿌연 편이다.

 

한마디로 화질이 전작만 못하다.

음향은 돌비 디지털 2.0을 지원한다.

 

이 작품 역시 화질을 손봐서 블루레이 타이틀로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소지품을 꺼내놓고 이를 고르면 짝이 됐던 단체 미팅 풍경. 맨 앞에 김보성과 김보라나가 앉았고 멀리 이범수, 공형진이 보인다.
이태원 뉴용산호텔에 있었던 디스코 퍼슨스에서 디스코테크 장면을 촬영.
교사들을 피해 화장실에 몰래 담배를 피는 고교생 역할을 공형진이 맡았다. 그는 이 작품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등장한다.
전작처럼 이미연이 공부 잘하는 모범생 역할을 맡았다. 손을 든 이미연의 대각선 뒤로 전미선이 앉아 있다.
이미연은 전편 촬영 당시 고교생이었는데 이 작품을 찍을 때는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대학생이 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김밥집이 꽤 많았다. 김성홍 감독은 전작처럼 이 작품의 각본도 담당했다. 각본 작업에 유명한 강제규 감독도 참여했다.
앳된 최진영의 모습. 변우민이 음악교사로 등장. 첫 음악 수업에서 학생들과 노영심의 '희망사항'을 부른다.
전작처럼 이미연을 열심히 쫓아다니는 남학생 역할을 김보성이 연기. 이 작품에서도 허석이라는 이름으로 출연.
당시 중앙대 연극영화과 학생이었던 공형진과 이범수는 이 작품이 첫 영화 출연작이다. 이범수보다 공형진의 역할이 더 컸다. 공형진은 이듬해 SBS 1기 공채 탤런트가 됐다.
공형진은 당시 홍콩 누아르물이 인기를 끌때여서 영화 속 주윤발 복장을 흉내냈다. 당시 람바다 노래가 크게 인기를 끌어 디스코테크 장면에 흘러 나온다.
학생방에 놓인 오디오 시스템이 대단하다. 당시 MTV 물결을 타고 뮤직비디오가 인기였다. 이 작품에서는 본 조비의 'Slippery When Wet' 뮤직비디오가 나온다.
이성에게 선물하기 위해 더블데크 녹음기로 노래와 멘트를 녹음하는 장면. 이 장면에서 고인이 된 장국영의 노래 'To You'를 사용했다. 이 노래는 당시 장국영이 국내업체인 오리온에서 내놓은 '투유'라는 초콜렛 CF에 출연하며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큰 인기를 끌었다. 
박인환이 무서운 군인 아버지로 등장. 이 작품은 김성홍의 감독 데뷔작이다. 이후 김성홍은 '올가미' '신장개업' '세이예스' 등을 감독했다. 대박 작품인 '투캅스' 시리즈는 김성홍이 모두 기획에 참여해 원안 또는 각본을 썼다. 흥행 성공한 '마누라 죽이기'도 김성홍이 원안을 썼다.
이 작품으로 영화 데뷔한 전미선은 2019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평소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제작자 이춘연은 1990년 최진실이 출연한 영화 '남부군' 고사를 지낼때 그 자리에 온 최진영을 눈여겨 봤다가 이 작품에 출연시켰다. 최진영은 최진실이 자살하고 나서 2010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박철수 감독이 영어교사로 깜짝 출연. 여러 마디의 대사도 했다.
학교 장면은 양정고에서 찍었다.
전편과 이 작품의 기획을 맡은 이춘연씨가 시험 감독 교사로 깜짝 등장.
가수 김창완이 전편과 마찬가지로 OST를 맡았고 '무감각' 등의 노래를 불렀다.
전미선은 1986년 단막극 '베스트셀러' 시리즈에서 아역으로 배우 데뷔했다.
이 작품은 갑작스럽게 기획되면서 전작을 연출한 강우석이 감독을 맡지 못했다. 강우석이 당시 '날마다 일어선다'라는 영화를 연출해 이 작품을 맡을 수 없었다.
병원 장면은 한국전력 부속 한일병원에서 촬영. 촬영은 '어린 신부' '여고괴담' '몽정기' 시리즈, '바람불어 좋은 날', '어둠의 자식들' '바보선언', '무릎과 무릎사이', 김기덕 감독의 '파란 대문'과 '수취인불명' 등 숱한 유명작들을 찍은 서정민 촬영감독이 맡았다.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주이야기(블루레이)  (0) 2021.03.29
인생(블루레이)  (0) 2021.03.27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5) 2021.03.16
나이브스 아웃(4K 블루레이)  (2) 2021.03.14
10년(블루레이)  (0) 2021.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