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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블루레이)

울프팩 2016. 6. 19. 23:41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똑같은 영화를 두 번 만든 적이 있다.
그 작품이 바로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 1956년)이다.

1934년 영국에서 흑백영화로 처음 만들어 성공한 작품이다.

원래 히치콕은 자신의 작품을 리메이크 하는 것을 싫어해 다시 만들 생각이 없었으나 파라마운트와 1편의 영화를 더 제작해야 하는 계약이 남아 있어서 고심 끝에 이 작품을 컬러로 다시 만들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동일하지만 캐릭터가 약간 바뀌었고 여기 맞춰 내용도 소폭 달라졌다.
이야기는 우연히 모로코로 휴가를 떠난 의사 부부가 뜻하지 않은 국제암살단의 음모에 휘말리는 내용.

 

30년대 영화에서 강렬했던 악당은 약간 움츠러들었고, 바람기 많은 주인공의 아내는 얌전하면서도 강인한

여성으로 바뀌었다.
그 아내 역할을 맡은 인물이 바로 유명한 가수 도리스 데이다.

 

특히 도리스 데이가 이 영화에서 부른 주제가 '케 세라 세라'는 이 영화를 몰라도 누구나 한 번쯤 멜로디를 들어 봤음직한 익숙한 곡이다.
정작 도리스 데이 본인은 노래가 너무 동요같다며 음반 취입마저 처음에는 거절할 정도로 싫어했지만, 나중에 이 노래가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으면서 도리스 데이 평생의 최대 히트곡이 됐다.

 

스파이 스릴러물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고운 멜로디가 오히려 긴장 속의 평온처럼 자극과 휴식의 역할을 동시에 하며 영화에 액센트를 줬다.
상대적으로 제임스 스튜어트의 역할이 밋밋하긴 했지만 현지 촬영한 모로코의 이국적 풍경과 풍습을 잘 조화시켜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지한 작품이다.

 

특히 연주회를 절묘하게 결합해 영상과 음악이 조화를 잘 이뤘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오래전 작품인 만큼 입자가 거칠지만 DVD 타이틀과 비교하면 월등 개선됐다.

 

윤곽선도 말끔하게 정리됐고 색감도 무난하다.

음향은 DTS HD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제작과정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의사 부부 역할을 맡은 제임스 스튜어트와 도리스 데이. 히치콕은 1930년대 찰스 베넷과 함께 '불독 드러먼드'라는 아마추어 첩보물을 기획했다. 그 시리즈 중에 아기 유괴와 국제스파이가 얽히는 대목을 가져다 이 작품을 썼다.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현지 촬영. 제목은 영국 소설가 G.K 체스터튼이 쓴 동명의 단편소설에서 가져왔다.

도리스 데이는 비행기 타는 것을 무서워 해 이 영화를 찍기 전까지 미국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그는 마라케시에서 촬영 중 늑막염에 걸려 며칠 동안 앓아눕기도 했다.

데이와 스튜어트는 마라케시 최고급 호텔인 드 라 마모니아에 묶으면서 여기서 식사 장면을 찍었다. 히치콕은 모로코 식당에 들렸다가 바닥에 앉는 것을 보고 식사 장면을 구상했다.

히치콕은 공산주의를 싫어해 이 작품에 그런 경향을 반영했다. 냉전이라는 시대적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히치콕은 특히 1951년 클라우스 푸크스가 자백한 스파이 활동 뉴스를 눈여겨 봤다. 푸크스의 동료인 이탈리아의 핵물리학자 브루노 폰테코르보는 영국에 귀화한 공산주의자로, 나중에 소련으로 망명했다. 히치콕은 이를 보고 30년대 원작에서 독일인이었던 유괴범 일당을 영국 공산주의자로 설정했다.

헝가리 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1953년 헝가리 수상이 된 임레 나지는 소련에 반기를 들고 민족주의 노선을 견지했다. 히치콕은 임레 나지를 모델 삼아 영화 속 암살 대상이 되는 총리 캐릭터를 설정했다.

1950년대 프로펠러 여객기 모습. 제작사인 파라마운트는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히치콕이 설정한 반공주의 요소들을 걷어냈다.

히치콕은 사람들이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주의를 환기하는 요소를 원해서 박제사 장면을 도입했다. 그는 서스펜스 영화에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연주회 장면에 나온 음악은 영국 왕립 오페라칼리지에서 공부한 호주 작곡가 아더 벤자민의 '폭풍우 구름 칸타타'이다. 그는 히치콕의 의뢰를 받아 1934년 영화에 들어갈 이 곡을 작곡했다.

작곡가 제이 리빙스턴은 에바 가드너가 나온 영화 '맨발의 백작부인'에서 저택 돌에 새겨진 '체 세라 세라'를 보고 이를 '케 세라 세라'로 바꿨다. 리빙스턴은 이 곡을 단시간내 썼다.

도리스 데이의 피아노 연주에 아들이 휘파람으로 화답하는 장면은 사자왕 리차드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리차드 1세는 십자군 원정 후 돌아가다가 오스트리아왕에게 사로잡혔다. 리차드 왕이 아끼던 음유시인이 리차드 왕이 작곡한 노래를 부르며 떠돌던 중, 리차드왕이 노래 소리를 듣고 화답해 위치를 알았다는 일화다.

빈 출신의 무용수이자 연극배우인 무명의 레지 날더가 암살자로 나와 이름을 알렸다.

연주회 장면은 로열알버트홀에서 찍었고, 특등석 클로즈업은 세트로 재현했다.

지휘자로 나온 인물은 이 영화의 음악을 맡은 버나드 허먼. 그의 이름은 도리스 데이가 차에서 내렸을 때 뒤에 안내판에도 보인다. 연주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가 담당.

심벌즈를 강조한 영상은 신문의 연재만화 'The one-note man'에서 따왔다.

히치콕과 콤비였던 시나리오작가 존 마이클 헤이스는 이 작품 때문에 히치콕과 결별했다. 히치콕은 헤이스에게 작품에 어느 정도 기여한 친구 앵거스 맥페일과 시나리오 크레디트를 공유하라고 제안했으나, 헤이스가 거부하며 미국작가협회에 진정을 냈다. 협회의 조정위원회는 자료 검토 후 헤이스의 손을 들어줬다. 히치콕은 헤이스가 상의없이 협회에 호소한 것에 격분해 갈라섰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1956) : 블루레이
알프레드 히치콕 마스터피스 콜렉션 박스세트 (5Disc)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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