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나쁜 남자 (블루레이)

울프팩 2016. 3. 15. 21:00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2001년)는 '섬' 이후 가장 충격적이며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영화다.

영상이나 내용이 주는 충격은 여성의 자해 장면이 너무나 끔찍했던 '섬'이 더 강했지만 좋아하는 여인을 파멸로 몰아 넣어 소유하려는 극단적인 사랑이라는 구성이 '섬' 못지 않게 충격적이고 자극적이었다.

 

이 작품이 대중적으로 성공한 것은 사실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다른 곳에 있었다.

영화 개봉 전 TV 드라마 '피아노'가 인기를 끌었는데 여기 주인공이었던 조재현이 이 작품에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TV 드라마에서 인기를 끈 스타 배우의 후광을 톡톡히 본 셈이다.

하지만 그를 걷어내더라도 이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다.

 

나름 김 감독의 주제 의식이 명확하게 표현됐고 파격적인 소재의 이야기와 자극적인 영상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관객을 강하게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 작품에서 "우리 사회의 편견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선택한 대상이 깡패와 여대생이다.

김 감독은 깡패와 창녀를 잘못된 인생의 표본으로 봤고, 반면 대학생은 정상적인 인생 가도를 달리는 대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하필 우리 사회의 극단에 서 있는 깡패와 창녀를 선택하면서 눈에 보이는 영상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여성을 지나치게 가혹하게 다루면서 여성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갖고 있는게 아니냐는 비판부터 여성을 성적 학대의 대상으로만 보는 대표적인 마초 감독이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물론 영화 속 여성이 스러져 가는 과정만 놓고 보면 그런 비난이 나올 법도 하지만 정작 김 감독은 이 또한 사랑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어떠해야 한다고 기준을 정해놓고 규정할 수 없는 이상 사람에 따라 표현 방법과 생각이 제각각인 것을 탓할 수 없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지, 불편하지 않은 지 등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김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메시지를 충분히 흥행 코드로 보여줄 수 있는 연출가라는 확신이 섰다.

그만큼 이 작품은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면서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고 회자될 만한 요소가 많은 영화다.

 

1080p 풀HD의 16 대 9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약간 지글거림이 보이지만 원본 자체가 사회의 배수구인 사창가를 묘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출을 높여 거칠게 찍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대부분의 사운드가 전방에 집중됐다.

하지만 엔딩에 울리는 Carola의 노래 'Blott En Dag'는 공간 전체로 넓게 퍼져나가며 장중하며 비감한 느낌을 잘 살렸다.

 

부록은 DVD와 동일한데 김 감독과 조재현의 음성해설, 제작 영상, 배우 및 제작진 인터뷰, 갤러리 등이 들어 있다.

다만 배경음악이 너무 커서 음성해설이 더러 묻히는 것이 흠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라는 점 때문에 주목을 받았지만 당시 TV드라마 '피아노'가 인기를 끌면서 여기 주연한 조재현 덕분에 흥행이 잘 됐다. 

조재현은 '도끼'라는 제목의 이 영화 시나리오를 받고 관심이 생겨 출연을 결심했다. 

처음 본 여대생에게 강제로 키스하는 장면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촬영. 김 감독은 "사랑이란 가학과 자학이 엉클어진 것"이라고 본다. 

사창가는 양수리 종합촬영장에 설치됐던 영화 '신장개업' 세트를 바꿔서 만들었다. 

과거 사창가에서는 문 밖으로 나와 행인을 잡아 끄는 등의 호객행위를 할 수 없도록 엄격히 금지했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동전 등으로 유리창을 두드렸다고 한다. 

이 작품도 그렇고 '파란대문'에도 에곤 쉴레 그림이 등장한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특별히 에곤 쉴레 그림을 좋아하거나 잘 아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김기덕 감독의 데뷔작인 '악어'와 흡사한 다리 밑 풍광이 등장. 

김 감독은 왠만하면 보충 촬영을 하지 않으며 NG샷도 많지 않다고 한다. 

김 감독의 이전 영화 '파란 대문'에 나온 새장 여인숙이 뒷편에 보인다. 김 감독은 예전에 "파란 대문보다 시나리오를 먼저 쓴 이 작품이 파란 대문의 전편일 수 있다"는 말을 했다. 

이한위의 가슴에 보이는 용 문신은 그림을 잘 그리는 김 감독이 2분 만에 그렸다. 

조재현은 배역을 위해 머리를 깎은 뒤 머리와 피부가 색이 다르게 보이지 않도록 일부러 선탠을 했다. 

촬영은 '실제상황'을 찍은 황철현 촬영감독이 담당. 

김 감독에 따르면 처음에 여주인공 역을 김하늘에게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 

트럭을 타고 전국을 떠도는 엔딩 장면은 원래 대본에 없던 것을 추가했다. 조재현은 처음에 여주인공을 연기한 서원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촬영 중간에 마음이 바뀌었다. 서원은 김 감독의 이전 작품 '섬'에도 나온다.

나쁜 남자 (재출시)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나쁜남자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추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로 소돔의 120일(블루레이)  (7) 2016.04.12
파이란 (블루레이)  (7) 2016.03.26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블루레이)  (8) 2016.03.06
서칭 포 슈가맨(블루레이)  (0) 2016.03.05
스물 (블루레이)  (3) 201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