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나의 결혼원정기

울프팩 2006. 6. 18. 19:42

황병국 감독의 데뷔작 '나의 결혼원정기'(2005년)를 처음 본 곳은 3월에 출장차 탔던 유럽행 비행기였다.
몇 가지 영화를 보기 위해 좌석에 연결된 AV시스템의 채널을 돌리던 중 이 작품을 하길래 우연히 보게 됐다.

아무 생각없이 봤지만 작품은 기대 이상이었다.
마흔이 가깝도록 결혼을 못한 시골 노총각들이 할 수 없이 머나먼 우즈베키스탄까지 가서 신부를 찾는 얘기를 코믹하면서도 가슴 찡하게 그렸다.

농촌 총각들이 여자들의 결혼 기피상대가 돼버려 우즈벡, 필리핀, 베트남 등으로 결혼원정을 떠나는 우리네 안타까운 현실을 제대로 짚은 메시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뛰어난 것은 작품의 리얼리티, 즉 현실감이다.
경상도 사투리를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는 배우들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고, 실화를 토대로 감행한 현지 촬영은 상당히 자연스러워 작품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래서 찬찬히 다시 보고자 DVD를 찾게 됐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신인감독 답지 않은 꼼꼼한 연출이 웃음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주는 좋은 작품이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영상은 화질이 괜찮은 편이다.
색감도 부드럽고 특별한 잡티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지만 일부 효과음 외에 특별한 서라운드 효과를 느끼기는 힘들다.

<파워 DVD 캡처 샷>

서른 여덟의 나이에 신부감을 찾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는 시골 총각은 정재영과 유준상이 연기했다. 두 사람은 실제 농촌 총각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실감나게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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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감칠맛나는 사투리는 황감독의 고향인 경북 예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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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감독은 KBS에서 방영한 '인간극장-노총각 우즈벡 가다'를 보고 영화를 구상했다. 이를 위해 그는 2002년에 3주 동안 실제 우즈벡 결혼원정대를 3주동안 따라다니며 꼼꼼하게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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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각들이 결혼을 다짐하는 호텔 식당은 현지의 꼬오베라또르 레스토랑에서 촬영. 우즈벡 정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각종 연회나 행사용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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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리에 모인 결혼원정대원들은 대부분 실화속 주인공들이다. 자기보다 나이어린 장모를 맞는58년 개띠 노총각, 자신을 위해 울어준 여자를 40년만에 처음 만나는 사연 등은 모두 황감독이 우즈벡 결혼원정대를 따라갔을 때 만난 사람들의 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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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은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쉬켄트와 사마르칸트에서 이뤄졌다. 독립기념일 축제준비를 촬영한 이 장면에 보이는 건물은 푸른 모스크돔 때문에 푸른 빛의 도시로 불리는 사마르칸트의 신학교 울르그벡 메드레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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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노래방은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풍경. 타쉬켄트의 브로드웨이 거리에서 촬영. 알로나 역은 현지인이 아닌 배우 신은경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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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갈이 때문에 심한 배앓이와 발진으로 고생하는 정재영의 이야기 또한 제작진이 겪은 실화다. 실제로 유준상의 상대역으로 나온 신은경은 붉은 반점이 생겨 노출부위에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촬영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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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가장 유명한 대사 "다 자빠뜨려"가 나온 장면. "다시 만나요"란 뜻의 '다 자쁘뜨르'를 정재영은 "다 자빠뜨려"로 외워 해프닝을 일으킨다. 나이트클럽으로 나온 장소는 타쉬켄트의 최고호텔인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로스 아미고스 레스토랑을 세트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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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의 마음은 맞선녀보다 통역관인 수애에게 향한다. 사마르칸트의 레기스탄 광장에서 촬영. 과거 죄인의 공개 처형 등이 이뤄졌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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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람바이로 불리는 전차가 다니는 타쉬켄트. 우즈벡은 사막기후여서 여름에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간다. 배우들이 비오듯 쏟는 땀은 분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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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강제출국을 당하게 된 원정대 일행. 정재영은 탈북자라서 기둥 뒤에 숨어 배웅하는 수애를 발견하고 "다 자빠뜨려"를 큰 소리로 외쳐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는 안타까움을 전해 수애를 울린다.
우즈벡 현지 통역관 역할을 맡은 수애는 비로소 제 역할을 찾은 것 같다. '가족'에서 어설펐던 연기가 많이 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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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직접 댓글을 적어주신 황 감독 말씀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을 보기 위해 정재영이 달려가는 이 장면은 안성의 배 과수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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