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달콤한 인생

울프팩 2005. 4. 12. 14:19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Federico Fellini) 감독의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 1960년)은 참으로 역설적 제목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마르첼로의 모습을 통해 과연 산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신문기자 마르첼로(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Marcello Mastroianni)의 눈에 비친 1960년대 로마는 화려한 외관 속에 안으로 혼돈과 정체성의 상실을 감추고 있는 부조리한 사회다.
그 속에서 마르첼로는 상류 사회의 향락에 젖어들지만 친구의 자살과 애인의 자살 시도 등을 겪으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갈등하게 된다.

배우들의 상상력을 잠식한다는 이유로 대본을 주지 않기로 유명했던 펠리니 감독답게 이 작품 역시 이야기 흐름이 편안하거나 친절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길'만큼 재미있거나 감동적이지 않지만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야누크 에메(Anouk Aimee), 아니타 에크버그(Anita Ekberg) 등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가 마음에 든다.

2.35 대 1 레터박스 형태의 DVD 타이틀은 화질을 논한다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좋지 않다.
화질은 떨어지지만 유명한 고전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펠리니 감독의 다큐멘터리와 마스트로얀니의 자전적 영상이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헬기로 예수의 석상을 나르는 이 장면이 유명하다. 당시 충격적이었던 이 장면은 신성모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는 이 작품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날렸다. 그는 이 작품 이후 '라틴 러버'라는 별명을 얻었다.
마릴린 먼로를 연상케 하는 미국 여배우를 연기한 아니타 에크버그. 훗날 그는 대본이 없으니 그냥 찍자는 펠리니 감독의 말에 미친 사람인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요즘 흔히 쓰는 '파파라치'라는 용어는 바로 이 영화의 등장인물 이름인 파파라초에서 유래했다. 마르첼로의 친구 파파라초는 유명인의 동정을 쫓는 사진기자다.
성모 마리아를 보는 기적의 두 남매를 만나기 위해 몰려든 군중들. 마치 특정 종교를 비꼰듯한 이 장면 때문에 천주교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마치 쇠라의 점묘법 그림처럼 틈새로 새어든 햇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이 장면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세 자녀를 죽이고 자살한 친구의 죽음은 마르첼로의 삶에 커다란 충격을 준다.
혼란스러운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한 파티. 어느 여인의 스트립쇼가 벌어지고 있다.
마르첼로가 허공에 뿌리는 닭털 사이로 구성원들이 춤을 추며 차례로 퇴장하는 부분은 연극의 한 장면 같다. 인생은 연극이라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이다.
하늘을 나는 예수 석상이 등장하는 시작도 뜬금없지만 막판 거대한 가오리가 잡힌 장면도 황당하다. 펠리니가 본 사람들의 삶은 이처럼 황당하고 무질서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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