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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4K)

울프팩 2022. 3. 28. 00:36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꼽히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감독의 '대부'(The Godfather, 1972년)는 3대에 걸친 가족 이야기다.
거대한 마피아 조직을 이끄는 두목에 초점을 맞췄지만 사실상 그가 지키려는 것은 가족이다.

코폴라 감독은 보스이기 이전에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고 자식들을 강하게 키우려는 대부의 인간적 모습을 부각했다.
덕분에 이 영화 개봉 이후 미국에서는 마피아에 대한 시각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실제로 원작자인 마리오 푸조(Mario Puzo)의 소설이나 영화에 그런 부분이 있다.
이를 우려해 여러 감독들은 마피아를 미화한 작품이라며 감독 제의를 거절했다.

영화 제작 소문을 듣고 원작 소설을 쓴 마리오 푸조를 비롯해 제작진을 협박한 마피아들도 사전에 제작자가 건네 준 대본을 읽은 뒤 더 이상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
다만 극 중 마피아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는 조건을 붙였을 뿐 내용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만큼 영화 속 마피아 패밀리는 잔혹하면서도 의리 있고 뚝심 있는 사내들로 묘사됐다.
여기에는 과도한 폭력 묘사를 싫어했던 코폴라 감독이 단순 범죄 영화나 폭력물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공을 들인 드라마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를 위해 코폴라 감독은 원작을 충분히 숙지하고 영화에 맞도록 푸조와 공동 각색했다.
덕분에 수많은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며 벌어지는 배신과 음모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러면서 충격적인 마피아들의 범죄 행각을 양념처럼 끼워 넣어 극적 재미를 부각했다.
특히 다른 조직을 일소하는 장면을 아이의 세례식 속에 몽타주처럼 끼워 넣어 절묘하게 처리한 시퀀스는 새삼 영화의 품격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 알 파치노(Al Pacino), 제임스 칸(James Caan) 등 배우들의 열연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위풍당당하던 보스에서 늙고 지친 노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 말론 브란도의 연기는 일품이다.

여기에는 유난히 어두운 조명을 좋아해 어둠의 왕자로 불린 촬영 감독 고든 윌리스의 기여가 컸다.
그는 위에서 뚝 떨어지는 조명으로 말론 브란도의 얼굴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며 눈이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 신비감을 강조했다.

니노 로타(Nino Rota)가 작곡한 쓸쓸한 메인 테마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애조 띤 선율이 가족의 비극과 잘 어울리며 비장미를 강조한 명곡이다.

마피아의 미화 여부를 떠나 대부는 한 시대의 아이콘이다.
숱한 갱 영화의 전범이 된 이 작품은 범죄 영화가 우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걸작이며 대를 이어 세습되는 절대 권력의 속성을 파헤친 고발장이다.

이번에 3부작 세트로 나온 4K 타이틀은 과거 3부작 블루레이 세트 출시 때 4K로 리마스터링 한 소스를 사용했다.
원본 필름뿐 아니라 여러 군데 보관된 필름까지 확보해 디지털 스캔을 거친 뒤 워너브라더스 산하의 스피리트4K에서 원본에 가까운 최적의 화질을 뽑아냈다.

코폴라 감독도 "원본 영상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작품을 이토록 아름다운 영상으로 복원해 놀랍다"고 감탄했다.
2160p U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뛰어나다.

4K 리마스터링 소스를 사용한 기존 3부작 블루레이 타이틀도 화질이 좋지만 깊이 있는 블랙은 4K가 한 수 위다.
그만큼 콘트라스트가 좋다.

미세한 필름의 입자감이 곱게 느껴지는 가운데 깔끔한 윤곽선과 선명한 색감을 자랑한다.
다만 화이트 피크가 높아 야외 장면 등에서 햇볕을 받은 장면이 하얗게 나른다.

반면 흑색은 더 진하게 보인다.
원래 고든 윌리스 촬영감독은 어두운 부분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암흑으로 찍었다.

오죽했으면 스피리트4K 복원팀이 원본 필름의 어두운 장면을 분석해 봤더니 아무것도 찍혀있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총 8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4K 박스세트에는 각 편마다 4K와 블루레이 디스크가 각각 들어 있고, 마지막 3편에 기존 DVD에 수록됐던 부록과 블루레이에 추가된 HD 영상의 부록들을 별도 보너스 디스크에 담았다.

3편의 작품 모두 음성해설이 들어 있으며 모든 부록에 한글 자막이 수록됐다.
특히 블루레이의 경우 DVD에서 자막 없이 수록된 음성해설에 한글 자막이 들어가 반갑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코폴라 감독은 이 작품을 시작으로 '브람스토커의 드라큘라' '존 그리샴의 레인메이커'처럼 원작자 이름을 타이틀에 붙였다. 대부의 책상과 의자는 코폴라 감독이 구입했다.
장남 소니를 연기한 제임스 칸이 카메라를 박살 내는 장면은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에도 유사하게 나온다. 조폭이 장례식장을 촬영하는 형사들의 카메라를 부순 뒤 돈을 던져 주는 장면이 흡사하다. 실베스터 스탤론도 마피아 단원으로 오디션을 봤으나 탈락하자 '록키'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마피아가 뒤를 봐주는 가수 역할은 가수 알 마티노가 연기. 이 역할은 'My Way'를 부른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를 암시한다. 시나트라도 그렇게 생각해 원작자인 마리오 푸조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푸조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코폴라 감독은 시나트라한테 영감을 얻은 배역이라고 밝혔다. 원작 소설에선 핵심 인물로 나오는 가수 이야기가 영화에서 대폭 삭제됐다.
어두운 장면이 깜깜한 반면 밝은 장면은 하얗게 노출이 날아갈 정도로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그만큼 이 작품은 고든 윌리스가 일반 영화보다 콘트라스트 폭을 훨씬 넓게 촬영했다. 대부의 딸로 나온 탈리아 샤이어는 감독의 여동생이다. 그는 '록키'에서 애드리언 역으로 유명하다. 결혼식 장면은 뉴욕 스테이튼 섬에서 촬영.
마피아가 뒤를 봐주는 가수의 영화 출연을 거절한 제작자 침대에 그가 아끼는 말의 목을 잘라 넣어 위협하는 장면은 콜럼비아사의 '지상에서 영원으로'를 제작할 때 일어난 사건을 기초로 했다. 잘린 말머리는 개 사료를 만들기 위해 도축된 실제 말머리를 사용했다.
영화에서 제일 먼저 죽는 마피아를 연기한 레니 몬타나는 실제 마피아 두목의 경호원이었다. 마피아들은 영화 제작에 반대하며 협박했으나 제작진이 마피아 두목 조 콜롬보를 만나 마피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등 몇 가지 요구에 합의하자 협박을 멈췄다.
제작사 파라마운트는 말론 브란도의 출연을 강력 반대했다. 당시 그가 출연한 영화가 모두 망했고 브란도가 제멋대로였기 때문. 제작사는 브란도가 스크린 테스트를 받고 무료 출연하며 담보 채권을 맡기라고 3가지를 요구했다. 이에 코폴라 감독이 브란도를 찾아가 분장 테스트처럼 속이고 몰래 촬영한 영상을 스크린 테스트 필름으로 제작사에 제출했다.
"난 미국을 믿소. 날 부자로 만들어 줬으니까. 그러나 이 나라의 법과 경찰은 나를 보호해 주지 않아요." 수많은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마피아를 찾은 이유이며 우정과 신의를 빌미로 마피아가 세력을 넓힐 수 있었던 배경이다. 영화는 마피아뿐 아니라 매수된 경찰 등 미국의 부정부패를 고발했다.
코폴라 감독은 배역부터 구성, 편집까지 모든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제작사와 악전고투했다. 제작사는 그를 해고할 기회를 노리며 촬영 현장에 예비 감독을 배치해 놓았다. 특히 제작사는 일부러 노인처럼 대사를 우물거린 말론 브란도의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해 이를 빌미로 감독을 해고하려 했으나 코폴라가 선수를 쳐서 조감독 등 4명을 해고하자 혼란을 겪었다.
제작사는 신인이었던 알 파치노도 못마땅하게 여겼다. 제작사는 막내아들 마이클 역에 로버트 레드포드, 라이언 오닐, 마틴 쉰 등 유명 배우들을 원했으나 코폴라가 파치노를 고집했다. 장님 소니 역의 제임스 칸도 처음에 마이클 역으로 스크린 테스트를 받았다.
마리아 푸조는 코폴라 감독에게 실제 마피아들이 만나자고 하면 절대 만나지 말라고 충고해 이를 지켰으나 제임스 칸은 연기를 위해 실제 마피아들을 만나 그들의 억양, 말투, 몸짓 등을 영화에 써먹었다. 말론 브란도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나 미국 영화의 인디언 차별에 항의해 수상을 거부했다.
피아노 연주자는 감독 아버지인 카마인 코폴라. 그는 결혼식 장면의 '타란텔라' 등 여러 곡을 작곡했다. 말론 브란도가 연기한 대부 역에 어네스트 보그나인, 앤소니 퀸, 오손 웰즈, 조지 C 스코트 등이 물망에 올랐다. 코폴라는 로렌스 올리비에와 말론 브란도를 원했으며 당시 60대였던 올리비에는 건강이 아주 좋지 않아 당시 47세였던 말론 브란도가 맡게 됐다.
마이클의 시실리 피신 장면은 시실리에서 촬영. 제작진은 비용 절감을 위해 1970년대 세인트루이스를 배경으로 한 현대물을 원했으나 감독이 반대하자 엘리아 카잔으로 감독을 교체하려고 했다.
마이클이 시실리에서 결혼하는 여인 역에 올리비아 핫세를 고려했으나 감독이 장소 헌팅차 들렸다 발견한 시모네타 스테파넬리를 기용했다.
로버트 드니로는 장남 소니 역으로 스크린 테스트를 받았다. 극 중 등장하는 살인 현장을 찍은 흑백사진은 실제 갱들의 살해 현장을 찍은 사진들이다.
장남 소니가 살해되는 장면은 코폴라 감독이 좋아한 아서 펜 감독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영감을 얻었다.
오렌지 껍질로 괴물 이빨을 만들어 손자를 놀라게 하는 장면은 브란도의 생각이다. 제작사는 카메라 2대로 촬영한 토마토 밭 장면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해 자르라고 강력 요구했으나 코폴라 감독이 버텼다.
세례식에 나오는 아기는 3편에서 마이클의 딸로 나오는 코폴라 감독의 친딸 소피아 코폴라. 제작사는 유명한 니노 로타의 메인 테마도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치 않았다.
눈에 총을 맞고 죽는 장면은 안경다리에 2개의 튜브를 설치해 하나는 피를 뿜고, 하나는 압축공기를 뿜어 렌즈가 날아가게 했다.
세르지오 레오네, 오토 프레밍거, 피터 예이츠, 피터 보그다노비치 등이 감독 물망에 올랐으나 모두 거절했다. 제작사는 엘리아 카잔에게 감독을 맡기고 싶었으나 마리오 푸조 등이 이탈리아계가 감독을 맡아야 한다고 고집해 코폴라가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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