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더 그레이(블루레이)

울프팩 2018. 2. 15. 05:48

조 카나한 감독의 '더 그레이'(The Grey, 2012년)는 자연이 주는 공포, 특히 야생의 공포를 생생하게 잘 다룬 재난 영화다.

무엇보다 극한의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적이 주는 공포와 숨통을 조이는 듯한 긴장감이 일품이다.


내용은 눈폭풍을 만나 설원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살아남은 7명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다.

영하 수십 도로 떨어지는 혹한도 끔찍한데 이들의 뒤를 굶주린 늑대 무리까지 따른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늑대들은 우두머리의 지휘에 따라 살아남은 사람들은 한 사람씩 차례로 사냥한다.

남은 사람들은 필사의 몸부림으로 달아나지만 엄청난 추위와 인적 없는 숲 등 자연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이 영화가 뛰어난 것은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공포를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잘 묘사한 점이다.

생존자들을 쫓는 늑대의 무리는 온전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어둠 속에서 불처럼 번쩍이는 눈만 보이거나 멀리서 입김만 하얗게 피워 올린다.

특히 처음에는 두 개였다가 점차 늘어나는 반짝이는 눈동자의 숫자나 무더기로 입김이 솟아오르는 장면을 보면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등골이 서늘하다.


더군다나 이들이 떨어진 것은 구조 요청도 쉽지 않고 사람도 오가지 않는 설원이다.

카나한 감독은 눈보라가 몰아치는 캐나다 현지 촬영을 통해 이를 실감 나게 전달했다.


사람의 형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폭풍이 휩쓰는 벌판은 때로는 무서우면서도 아름답다.

특히 막판 늑대들에게 쫓겨 달아나는 계곡 장면은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잊을 만큼 풍광이 수려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를 카메라로 잘 잡은 타카야나기 마사노부 촬영감독의 솜씨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카메라는 차분하면서도 안정적이면서 위기 상황에서는 역동적으로 움직여 극한의 공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주인공을 맡은 리암 니슨의 연기도 훌륭했다.

'테이큰' 시리즈나 '논스톱' 등에서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는 주인공 역할을 곧잘 한 리암 니슨은 이 작품에서 과장되거나 요란한 액션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믿음직스러운 주인공 연기를 잘 해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을 다룬 재난 영화다.

하지만 단순 재난 영화가 아닌 비행기 추락이라는 재난 상황에 늑대 무리의 위협이 더해지면서 긴장과 공포를 배가시켰다.


언뜻 보면 영화가 결말을 내지 않고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갈 때까지 지켜보면 막판 등장하는 영상을 통해 결말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니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은 주인공처럼 끝까지 봐야 하는 영화다.


결국 인생이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막판까지 가봐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좋다.


깔끔한 윤곽선과 디테일이 훌륭해 블루레이 보는 맛이 난다.

어두운 장면들이 여러 부분 나오는데 블랙을 잘 표현하는 영상기기로 보면 명암대비 효과가 확실하게 살아난다.


DTS HD MA 5.1 채널의 음향도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채널 분리가 잘 돼 있어서 각종 효과음이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들린다.


저음도 파괴적이다.

특히 청취 공간을 휩쓰는 듯한 눈보라 소리가 압권이다.


부록으로 조 카나한 감독과 편집자의 음성해설, 삭제 장면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삭제 장면은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인공을 맡은 리암 니슨. 그는 설원의 정유 공장에서 노동자들을 위협하는 야생의 짐승을 쫓는 역할을 맡았다.

깊은 블랙을 통해 명암 대비가 잘 살아 있는 영상. 숙소는 세트다.

외국의 동물 애호가들은 이 작품이 늑대를 사실과 다르게 묘사했다며 비판했다.

추락한 비행기는 맥도널드 더글라스의 MD-80 기종. 추락 장면은 10미터 길이의 기체를 짐벌 위에 얹어서 움직이며 촬영.

늑대에게 공격당해 처참하게 죽어가는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제작은 리들리 스콧과 토니 스콧 감독이 맡았다.

촬영 장소는 캐나다의 스미더스라는 곳이다. '에이트 빌로우' 촬영지이기도 한 이 곳은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스미더스에서 찍은 강가 장면은 실제로 눈이 엄청나게 내린 날 찍었다. 그러나 다른 일부 장면들은 눈이 내리지 않아 인공 눈까지 뿌리고 찍었다.

처음에는 브래들리 쿠퍼가 주연으로 섭외됐으나 리암 니슨으로 교체됐다. 마이클 빈도 주연으로 고려됐다.

리암 니슨은 촬영을 위해 늑대 고기 육포를 먹었다.

늑대의 눈은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통해 더 생생하게 묘사했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장면에 등장하는 아버지 역할의 제임스 베톤티와 아이는 실제 부자지간이다.

엔딩 크레디트가 지나가고 나오는 장면을 보면 주인공의 숨소리가 들린다.

더 그레이 : 블루레이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더 그레이 (1Disc 한정판 독점 스틸북 풀슬립)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