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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블루레이)

울프팩 2019. 11. 18. 00:01

가스파 노에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2002년)은 쉽게 보기 힘든 충격적인 영화다.

이 작품은 여러모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우선 내용이 아주 폭력적이고 거칠다.

지하보도에서 무차별 강간당한 뒤 폭행까지 당한 여자 친구(모니카 벨루치)의 복수를 위해 범인을 찾아 나선 남자(뱅상 카셀)의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강렬한 장면들이 마구 나온다.

붉은색 지하보도에서 벌어지는 9분가량의 강간과 폭력 장면은 여인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해서 절로 몸서리 쳐진다.

 

여인의 복수를 위해 남자가 찾아간 곳은 하필 남성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게이 술집이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폭력 장면 또한 처참하다.

 

남자는 팔이 꺾이고, 엉뚱하게 나선 다른 남성은 소화기로 맞아 얼굴이 두부처럼 으깨진다.

그야말로 똑바로 쳐다보기 힘든 고통스러운 장면의 연속이다.

 

감독은 이렇게 진행되는 이야기를 시간의 역순으로 거꾸로 배치했다.

그래서 관객은 결말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봐야 하기 때문에 혼란스럽다.

 

이런 방법은 관객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작품의 이해를 방해하기도 한다.

노에 감독은 영상을 역순으로 배치해 혼란과 함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종국에는 어지러웠던 퍼즐이 차례로 들어맞으며 거대한 그림을 형성하도록 했다.

 

이런 구성은 노에 감독의 독창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결코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어서 완성된 그림을 봐도 기쁨이나 희열이 아닌 슬픔과 분노, 아픔을 느끼게 된다.

 

결국 영화는 실패한 복수를 이야기한다.

남자가 달려들어 시비를 건 사람은 강간범이 아닌 그의 지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생사 이면의 환희와 고통, 기쁨과 슬픔, 애정과 분노가 공존하고 때로는 언제 어떻게 이런 양가적 감정들이 불쑥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지를 이야기한다.

여기에 영상 또한 불편하기 그지없다.

 

들고 찍기로 촬영한 영상은 쉼 없이 흔들릴 뿐만 아니라 때로는 거칠게 원을 그리며 회전한다.

그냥 보고 있으면 멀미가 날 정도로 영상이 불안정하다.

 

또 일부 장면은 정육점 불빛보다도 더 어두운 붉은 조명을 사용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와 더불어 낮고 거친 저음이 불안정하게 울리는 음악 또한 사람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지진의 파형과 동일한 주파수를 사용해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소리는 음악도 아니고 신음도 아닌 것이 낮게 울리는 고통스러운 비명처럼 들린다.

이 모든 불편함은 감독의 의도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폭력과 고통의 순간을 직시하게 만들어 주의를 환기시키는 장치인 셈이다.

그렇더라도 굳이 이런 방법밖에 없을까 싶다.

 

강렬한 영상을 통해 사람들에게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지려는 감독의 의도는 알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고문을 당하는 불편함은 오히려 감독의 의도를 잘못 해석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기에 사회성 있는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선뜻 권하기 힘든 작품이다.

 

고통스러운 폭력에 대한 고찰이라는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추천한 사람 또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개봉 후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성기가 그대로 노출되는 장면과 진한 애정 행각들도 있어서 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디테일이 떨어지고 입자가 거칠며 어두운 부분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슈퍼 16미리로 촬영해 35미리로 키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화질 저하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 좋은 화질을 기대하기 힘든 작품이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거의 살아나지 않는다.

부록으로 모니카 벨루치 인터뷰와 제작 과정, 삭제 장면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있다.

 

본편과 모니카 벨루치 인터뷰 부록의 한글 자막에 오자가 더러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등장하는 나이든 남성은 감독의 전작인 '카르네'와 '아이 스탠드 얼론'에도 나오는 도축업자다. 즉 이 작품까지 3개 작품이 서로 연결되는 점을 보여준다.
게이 클럽 싸움장면에서 뱅상 카셀의 팔이 부러지는 장면은 가짜 팔을 사용해 찍었다. 영화 초반 30분까지 나오는 28헤르즈의 소음은 지진 발생파와 유사하다. 이 소리는 사람에게 구토와 현기증을 유발한다.
소화기로 얼굴을 내리치는 장면은 라텍스로 만든 인형의 머리를 사용해 촬영.
이 작품은 2003년 4월에 국내 개봉했다. 영화는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진행돼 엔딩 타이틀부터 나온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지하 보도의 강간 장면은 콘크리트 바닥에 고무를 깐 뒤 사방을 모두 붉은색으로 칠하고 찍었다.
이 작품은 2002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됐다. 그러나 9분 가량의 잔혹한 강간 장면 때문에 커다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노에 감독은 연기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연인 역할로 실제 부부를 원해서 모니카 벨루치와 뱅상 카셀 부부를 섭외했다.
처음 대본을 본 뱅상 카셀은 바로 거절했으나 모니카 벨루치가 노에 감독과 작업하고 싶다며 설득해 출연했다.
모니카 벨루치는 이 작품 촬영 뒤 정신과 병원에서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감독은 예산 때문에 슈퍼16미리로 찍어 HD비디오로 텔레시네한 뒤 슈퍼35미리로 확대했다.
두 연인의 애정 장면은 실제 모니카 벨루치 부부의 집에서 찍었다. 노에 감독은 많은 부분을 미니마라는 16미리 카메라를 사용해 들고찍기로 촬영.
거꾸로 된 장면은 마치 뒤집히는 행복을 암시하는 듯 하다. 여인은 임신 사실을 알고 좋아했으나 곧 무차별 강간을 당한다. 이 장면에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이 흐른다. 이 음악은 반전이나 비극적으로 흐르는 운명의 암시 장면에 곧잘 쓰인다.
노에 감독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유명 화가인 루이스 펠리페 노에의 아들로 태어났다. 감독은 6세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보고 감독이 되기로 했단다.

 
 
돌이킬 수 없는
가스파 노에 감독; 모니카 벨루치 출연; 뱅상 카셀 출연; 알버트 듀퐁텔 출연;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돌이킬 수 없는 (1Disc 풀슬립 한정판)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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