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라빠르망

울프팩 2013. 10. 5. 16:31
질 미무니 감독의 '라 빠르망'(L'Appartement, 1996년)은 여러 사람의 운명을 농락한 팜므 파탈의 이야기다.
한 남자에 대한 집착과 사랑이 여러 사람의 운명을 뒤바꿔 놓으며 인생을 파멸로 몰고 가는 과정은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용납하기 힘들만큼 파괴적이다.

영화는 운명에 농락당하는 남자와 이를 조종하는 여자의 각기 다른 시점에서 진행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의 피상적인 이야기가 흐르고 나면, 복기하듯 여자의 무서운 음모가 드러난다.

이 과정이 꽤나 치밀하게 그려져 흥미진진하다.
그만큼 미무니 감독의 탄탄한 대본과 절제된 연출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화장품, 거울과 구두 등 소품을 이용해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암시적으로 나타낸 은유적 구성이 훌륭하다.
여기에는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영상이 톡톡히 한 몫 했는데, '제 5 원소' '레옹' '니키타' 등을 찍은 티에리 아보가스트 촬영감독의 솜씨다.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모니카 벨루치의 미모가 눈부시게 빛났고, 뱅상 카셀과 사실상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로만느 보링거의 비감어린 연기도 좋았다.

신데렐라 스토리와 세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 등 여러 작품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작품은 2004년 할리우드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라는 작품으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조쉬 하트넷과 다이앤 크루거가 출연했으나 뱅상 카셀과 모니카 벨루치 만큼의 열정이 보이지 않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그닥 좋지 않다.
이중윤곽선이 두드러지고 지글거림이 보인다.
음향은 DTS 5.1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텍스트로 된 제작진 프로필과 예고편, 갤러리가 전부.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제목은 불어로 아파트라는 뜻.
은은한 색조로 신비감을 불어넣어주는 영상이 인상적이다. 좋은 화질의 블루레이 출시가 아쉬운 대목이다.
빼어난 미모의 모니카 벨루치를 아주 아름답게 그렸다. 1968년 이태리에서 태어난 그는 88년 엘르지 모델로 데뷔해 92년 모델 생활을 접고 배우가 됐다.
여러 거울을 이용해 주인공의 심경과 표정을 표현한 영상이 눈에 띈다. 배우 장 피에르 카셀의 아들인 뱅상 카셀은 이 작품에서 만난 벨루치와 열연을 해서 1999년 결혼했고 두 딸을 뒀으나, 결혼 14년 만인 올해 8월 이혼했다.
질 미무니 감독은 대본을 직접 쓴 이 작품으로 감독 데뷔했다.
영화 속에서 로만느 보링거가 출연하는 연극은 세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이다.
영화 속에는 붉은 구두를 매개로 운명을 바꾸려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은연 중 녹아 있다.
1973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로만느 보링거는 배우 리차드 보링거의 딸이다.
라빠르망
모니카 벨루치 출연/뱅상 카셀 출연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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