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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나잇 인 소호(4K)

울프팩 2022. 10. 5. 00:28

에드거 라이트(Edgar Wright) 감독이 만든 '라스트 나잇 인 소호'(Last Night in Soho, 2021년)는 1960년대 문화와 독창적인 스릴러가 절묘하게 결합된 뛰어난 영화다.

악몽을 통해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기괴하면서도 환상적인 이야기를 절묘한 구성과 놀라운 영상으로 펼쳐 놓았다.

 

내용은 가수의 꿈을 안고 런던 소호 거리에 왔다가 원치 않는 비극적 삶을 살게 된 여인에 얽힌 살인사건을 다뤘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소호에 온 앨리(토마신 맥켄지 Thomasin McKenzie)는 밤마다 꿈속에서 1965년 가수를 꿈꾼 샌디(안야 테일러 조이 Anya Taylor-Joy)를 만난다.

 

앨리는 꿈속에서 샌디의 삶을 살면서 그가 일했던 카페 드 파리와 리알토 극장의 무서운 비밀을 알게 된다.

현실과 꿈이 톱니바퀴처럼 물린 기발한 이야기는 마치 유명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 사건과 윌리엄 아이리쉬의 추리소설 '환상의 여인'이 결합된 듯하다.

 

재미있는 것은 두 여인이 마치 거울을 마주 보듯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는 이중적 구성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에서는 거울이 수시로 등장해 서로를 들여다보는 장치 역할을 한다.

 

영화는 앨리를 통해 현실과 1960년대 과거를 끊임없이 교차하며 두 가지 다른 방식의 삶을 날줄 씨줄처럼 교차해 보여준다.

꿈을 통해 1960년대 소호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재구성하고 역추적하는 특이한 구성이 흥미롭다.

 

처음에는 주인공의 환상처럼 보여 무엇을 말하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점차 이야기에 빨려 들게 된다.

그만큼 스토리 라인과 영상의 흡입력이 강하다.

 

이 과정에서 매개가 되는 것이 음악이다.

앨리가 꿈을 꾸며 1960년대로 넘어가면 색깔이 화려하게 변하며 마치 뮤지컬처럼 1960년대 유행했던 음악들이 계속 흘러나온다.

 

실라 블랙의 'Your My World'와 'Anyone Who Had a Heart' 'Alfie', 페추라 클락의 'Downtown', 비틀스의 'A World Without Love', 더스트 스프링필드의 'Don't Throw Your Love Away' 등 삽입곡들이 훌륭하다.

특히 'Downtown'처럼 주제가 역할을 하는 노래는 원곡인 페추라 클락뿐만 아니라 안야 테일러 조이도 불렀는데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여기에 정정훈 촬영감독이 찍은 색이 예쁜 영상을 빼놓을 수 없다.

화려한 색깔과 함께 각종 소품 및 패션, 조명으로 꽉 들어찬 미장센느는 공포스러운 스릴러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에 젖어 물기가 번진 거리와 유영하듯 흐느적거리는 댄스 플로어 영상은 역설적이게도 화사해서 슬픈 분위기를 자아낸다.

불어 개성 강한 외모의 안야 테일러 조이와 공포에 질린 토마신 맥켄지의 연기도 훌륭했다.

 

한마디로 액션물 '베이비 드라이버'로 주목받은 에드거 라이트 감독을 재발견하게 만든 새로운 형태의 호러 스릴러다.

그동안 로맨스와 드라마에 강한 워킹 타이틀이 제대로 된 스릴러를 내놓았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최신작답게 화질이 좋다.

 

전체적으로 필름 라이크 한 영상은 윤곽선이 깔끔하고 현란한 색감이 잘 살아 있다.

디테일 묘사 또한 뛰어나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뛰어나다.

사방 채널을 각종 효과음과 음악 소리가 가득 메운다.

 

부록으로 캐릭터 소개, 거울 장면 촬영과 소호거리 촬영 소개, 음악과 의상, 삭제 장면, 헤어와 메이크업 및 애니매틱스 영상, 뮤직비디오와 리허설 영상, 감독과 제작진 음성해설 등이 들어 있다.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으며 음성해설을 제외하고 한글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각본을 함께 쓰고 연출과 제작까지 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좋아하는 노래인 영국 록밴드 '데이브 디, 도지 비킴, 믹 앤 티치'의 노래 'Last Night in Soho'를 라이트 감독에게 추천했다. 영화 제목이 이 노래에서 나왔다.
주인공 엘루이즈를 연기한 토마신 맥켄지는 촬영 당시 주인공과 같은 18세였다.
라이트 감독이 미대 출신이어서 처음에 엘루이즈가 미대에 가는 것으로 설정했다가 패션학교로 바꿨다. 학교 장면은 런던패션대학에서 촬영.
감독은 다른 영화에서 보기 힘든 런던의 소호와 루퍼트 거리 등을 주로 찍고 유명한 빅벤과 의사당 건물 등을 찍지 않았다.
거울에 서로 다른 모습이 보이는 장면은 거울을 없애고 배우들이 함께 같은 동작을 연기했다.
카페 드 파리의 외관은 헤이마켓 상점을 꾸며서 촬영. 소호거리도 1960년대처럼 보이도록 조명 등을 설치 한 뒤 촬영.
라이트 감독은 샌디의 오디션 장면에서 안야 테일러 조이에게 'Downtown'의 오리지널 버전과 느린 버전 두 가지를 노래하도록 한 뒤 느린 버전을 선택했다.
엘루이즈의 악몽에 등장하는 유령들은 눈 코 입이 보이지 않도록 보철 마스크를 쓰고 분장했다.
라이트 감독은 엘루이즈가 꿈속의 1960년대로 들어갈때마다 색이 화려하게 폭발하도록 조절했다.
옥스포드 서커스를 위에서 부감샷으로 촬영.
엘루이즈가 1960년대 꿈으로 들어갈 때마다 네온사인이 깜빡여 신호를 보낸다. 제작진은 리브스덴 스튜디오에 건물을 짓고 카페 드 파리와 리알토 세트를 만들었다.
라이트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보고 정정훈 촬영감독에게 촬영을 맡겼다.
라이트 감독은 작품 구상 당시 안야 테일러 조이의 데뷔작 '더 위치'를 보고 가장 먼저 낙점했다. 처음에 안야를 엘루이즈로 낙점했다가 각본을 쓰면서 샌디의 역할이 커져 배역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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