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라스트 액션 히어로(4K)

울프팩 2021. 7. 12. 00:01

존 맥티어난(John McTiernan) 감독의 '마지막 액션 히어로'(Last Action Hero, 1993년)는 후디니의 마술처럼 신비한 액션극이다.
영화 속 영화라는 액자소설식 구성을 갖추고 있는 이 작품은 영화를 좋아하는 주인공 소년이 극장에서 좋아하는 액션 영화 시리즈를 보던 중 영화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소년은 그토록 동경해 마지않던 액션 영화 속 주인공 잭 슬레이터(아널드 슈워제네거 Arnold Schwarzenegger)와 함께 악당을 물리치다가 다시 영화 속 등장인물들과 함께 스크린 밖으로 튕겨져 나오게 된다.
이제는 현실이 영화가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언젠가 세상이 영화가 될 것이라는 철학자 질 들뢰즈의 말을 형상화한 듯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묘미는 이렇게 영화와 현실이 뒤죽박죽 되면서 꿈과 현실이 혼재된 세상에 있다.

맥티어난 감독은 작정하고 줄 세우기 하듯 할리우드 히트작들의 등장인물들을 줄줄이 출연시켰다.
슬레이터와 소년이 경찰서를 찾는 장면에 '원초적 본능'의 여주인공 샤론 스톤(Sharon Stone)과 '터미네이터 2'의 자유자재로 변신하던 금속 악당 T1000(로버트 패트릭)이 스쳐 지나가고 '아마데우스'의 모사꾼 살리에리(F 머레이 에이브러햄 F. Murray Abraham)가 동료로 등장한다.

주인공 소년은 잭 슬레이터에게 "모차르트를 죽인 친구니 조심하라"고 귀띔 하지만 슬레이터를 이를 못 알아듣는다.
이밖에도 ET의 앰블럼을 흉내 낸 장면이나 인기 만화 속 주인공이 등장하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혼재, '제7의 봉인'의 사신(이안 맥켈런 Ian McKellen)과 장 클로드 반담(Jean-Claude Van Damme), 당시 슈워제네거의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Maria Shriver), 팝가수 티나 터너(Tina Turner)와 힙합 뮤지션  MC해머가 출연하는 등 깜짝 볼거리가 많다.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이런 존재와 상징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할리우드 키드들을 위한 영화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이들이 정교하게 엮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윌리를 찾아라'처럼 파편처럼 흩어져 있을 뿐이다.

거기에 아이들 만화 같은 스토리와 뻔한 액션은 '다이 하드'를 연출한 맥티어난 감독의 작품이 맞는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유명 감독과 스타, 다양한 카메오들이 별처럼 쏟아지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요즘 비하면 많이 어색한 특수효과의 한계가 두드러져 보이는 등 완성도 높지 않은 B급 영화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작품이다.
문제의 원인은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존 맥티어난 감독 등의 이름값이 초래한 지나친 기대였다.

허장성세, 두 사람이 빚어낸 활극은 전작들만 못했고 패러디라는 명목으로 되풀이한 장면들은 곰삭은 음식처럼 신선도가 떨어졌다.
제목 그대로 두 사람의 액션극이 종말을 고하는 듯한 느낌의 작품이다.

결국 이 작품은 흥행에서도 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입자가 거칠고 지글거림이 보이지만 필름 잡티나 손상 흔적은 없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좋다.
프런트와 리어 채널을 오가며 요란하게 울리는 총소리가 현장감 있게 들린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 추가 엔딩, 비하인드 씬과 삭제 장면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영화 속 영화라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당시 인기있었던 팝 가수 티나 터너가 시장 역할로 깜짝 출연.
정작 영화 내용보다 화려한 카메오가 오히려 관심을 끌었다. 악당 두목으로 나온 앤소니 퀸.
이 작품은 로버트 타인의 소설이 원작이다. 그는 멜 깁슨이 나온 '사랑 이야기', '유니버설 솔저' 등의 시나리오도 썼다. 폭발하는 집은 영화 '라스트 보이 스카웃'에 나온 집이다.
예전 영화를 보다보면 느낄 수 있는 재미 중 하나가 당시 풍물에 대한 추억이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꽤 인기있었던 MD(미니 디스크)가 등장. 국내에는 MD가 정식 출시되지 않아 일본 수입반을 사거나 CD를 고음질 그대로 옮겨서 들었다.
샤론 스톤이 '원초적 본능'의 복장 그대로 깜짝 출연했다.
'터미네이터2'의 T1000을 연기한 로버트 패트릭 역시 극 중 복장으로 깜짝 등장.
주인공을 맡은 아널드 슈워제네거. 근육은 여전한데 '터미네이터' 다운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영락없는 'ET'의 엠블렘을 흉내냈다.
국내 개봉 당시 극장 제목이 '마지막 액션 히어로'였다.
합성 장면은 자세히 보면 어색하고 티가 난다.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당시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가 함께 출연.
요란한 활극답게 AC DC, 데프 레파드, 테슬라, 메가데스, 에어로스미스 등 메탈 넘버들을 삽입곡으로 사용했다.
사진 카메오인 실베스터 스탤론. '터미네이터 2'의 아널드 사진을 대체했다. 이쯤 되면 서로에게 굴욕이다.
당시로서는 제법 많은 8,500만 달러를 들였으나 전세계에서 1억3,500만 달러를 겨우 벌어들였다. 홍보 예산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적자다. 이 영화는 편집 등 후반 작업이 늦어져 개봉 날짜가 뒤로 밀리면서 '쥬라기 공원'과 함께 개봉해 흥행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