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울프팩 2005. 1. 29. 00:30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 감독이 70대에 만든 '란'(Ran, 1985년)은 셰익스피어 희곡 '리어왕'이 원작이다.
그는 연극으로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장대한 서사 드라마로 탈바꿈시켰다.

줄거리는 '리어왕'의 뼈대를 따르고 있지만 시대 배경, 그림과 캐릭터의 개성 등을 일본 전국시대에 맞춰 독자적으로 구성, 그만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상영 시간이 무려 160분에 이르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원작이어서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으나 의외로 현란한 색감과 시원스러운 구도 때문에 열심히 화면을 쳐다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번에 국내 출시된 DVD 타이틀은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 영상을 지원한다.
오래된 작품인데도 해상도가 약간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고 색감이 비교적 깨끗하다.

그러나 어두운 장면에서 약간씩 블록노이즈가 보인다.
음향은 돌비디지털 5.1 채널을 지원, 훌륭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이 전혀 없어 아쉽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구로사와 감독 작품은 화면 구도가 다분히 연극적이다. 인물 구도와 안정된 카메라 움직임 등이 마치 연극 무대를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현란한 색상이 한 몫한다. 과장된 색깔의 의상을 입은 인물들이 앉아 있는 이 장면은 무지개떡을 보는 것 같다.
두 사람뿐이지만 양 끝 단에 위치해 프레임을 가득 채운다. 그러면서 그 사이 보이는 커다란 여백이 공간감을 부풀려 영상을 깊고 풍부하게 만든다.
구로사와 감독의 다소 인위적 구도는 그만큼 극적 효과가 크다.
구로사와 하면 역시 스케일과 박력이다. 전쟁터의 박진감과 기마대의 속도감을 그대로 살린 장면.
초반 멧돼지 사냥 장면이나 후반 벌판 싸움 장면은 구로사와 감독의 스펙터클한 영상미를 느낄 수 있다.
영상의 깊이감을 더해주는 사선구도. 토론 프로그램의 패널들이 앉는 것처럼 대각선 구도로 잡은 영상은 3차원의 깊이감을 준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일본 전국시대 영주의 아들들이 벌이는 싸움으로 각색, 원작의 분위기와 구로사와의 개성을 잘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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