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리얼스틸 (블루레이)

울프팩 2012. 6. 12. 07:27

로봇이 나온다고 해서 트랜스포머나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숀 레비 감독의 '리얼스틸'(Real Steel, 2011년)은 로봇을 매개로 한 따뜻한 가족영화다.

고아처럼 혼자 살아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버지와 어머니가 죽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들이 가족의 정을 회복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매개체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격투용 로봇이다.

가까운 근 미래, 사람들은 과격한 스포츠를 위해 격투용 로봇을 만든다.
팔다리가 부러지고 잘려나가거나 머리가 뽑혀도 심적인 고통을 덜 받기 위해서다.

로봇을 통해 과격한 액션은 액션대로 살리고 따뜻한 가족애도 부각시키겠다는 1석2조의 발상이다.
그런데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거칠게 충돌하는 무쇠 덩어리들의 이면에서 서서히 관계를 회복해 가는 아버지와 아들의 정을 볼 수 있다.
그 점이 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비결이다.

처음에 로봇이 나온다길래 아예 볼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유럽 출장길에 비행기에서 보고 홀딱 반했다.
재미도 재미이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곱디 고운 영상 때문이다.

여기에는 마우로 피오레라는 걸출한 촬영감독이 있다.
'아바타' '태양의 눈물' '아일랜드' 'A-특공대' 등을 찍은 그는 명과 암의 극명한 대조 속에 인물을 부각시키고, 와이드 화면을 잘 살린 서정적인 촬영으로 감성을 자극했다.

덕분에 이 영화는 쇳덩어리들이 부딪치는 굉음 속에서도 휴머니티, 특히 부성애의 본질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브래드 버드 감독의 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의 실사판을 보는 듯한 잘 만든 가족영화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깨끗한 화질을 자랑한다.
발색이 곱고 콘트라스트가 극명하게 살아 있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훌륭하다.
특히 저음의 박력이 대단해 로봇 경기 장면이 실감나고, 리어에서 끊임없이 각종 효과음이 흘러 나온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해설, 제작과정, 삭제장면, 세계적인 전설의 복서 슈거 레이 레너드가 지도한 권투 훈련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으며, 모두 한글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가까운 근 미래, 로봇들이 벌이는 격투기를 다루고 있다. 레비 감독은 '록키3'의 클로버 랭과 벌인 경기 장면을 일부 장면에 인용했다.
권투 밖에 모르는 부족한 아버지는 휴 잭맨이 연기.
초반 로봇 격투장 장면은 헨리 포드가 만든 포드자동차의 유명한 T모델 공장에서 촬영.
영화에 나오는 모든 로봇들은 레거시 이펙츠라는 특수효과회사에서 제작한 실물이다. 촬영 7개월 전부터 2~2.6미터 크기의 로봇 20개를 제작했다.
이렇게 만든 로봇은 두 사람이 원격조종했다. 한 명은 머리, 한 명은 팔다리와 몸통을 움직였다.
주인공 로봇인 아톰의 얼굴은 펜싱마스크를 이용해 제작.
로봇의 권투 장면이 실감나는 것은 세계적인 복서 슈거 레이 레너드와 가렛 워렌이 권투 장면을 구성했기 때문. 워렌은 극 중 마이더스라는 로봇을 조종하는 애꾸 사내로 등장한다.
경기 장면에는 시뮬캠B라는 특수 촬영 기법이 쓰였다. 슈거 레이 레너드의 권투 장면을 모션 캡처한 뒤 링 위에 서있는 실물 로봇 위에 컴퓨터그래픽으로 덧입히는 기법이다. 그래서 로봇의 권투 장면이 실감난다.
초반 등장하는 노이지보이즈라는 로봇은 일본 쇼군의 투구 모양을 본따서 머리를 제작.
소년이 미끄러지는 폐기물처리장은 골재 공장에 세트를 만들어 놓고 찍었다.
공간의 깊이감을 잘 살린 장면. 휴 잭맨의 아버지는 육군 챔피언 출신의 권투선수였단다.
제작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맡았다. 부자간의 정을 담은 스포츠 드라마를 원했던 그는 '박물관은 살아있다' 등 코믹물을 주로 만든 숀 레비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다.
원작은 1956년 출간된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 소설 '스틸'이다. 그는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을 썼다.
도심 장면의 상당 부분은 디트로이트에서 촬영. 멀리 보이는 돔은 미식축구팀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경기장이었다.
소년 맥스 역의 다코타 고요는 토론토 출신으로, 수천 명이 참여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주유소 장면은 효과적인 촬영을 위해 야외에 지은 세트다.
역광 속에 인물의 윤곽을 기가 막히게 잘 살린 영상. 마우로 피오레 촬영감독은 촬영과 조명을 모두 해 봤기 때문에 빛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체육관으로 나오는 곳은 원래 디트로이드의 소방서다. 부자간의 심적 거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측면 샷이 인상적이다.
휴 잭맨의 연인은 미국 TV드라마 '로스트'에 나오는 에반젤린 릴리가 연기. 극중 권투 장면의 컴퓨터 그래픽은 디지털 도메인에서 작업.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삭제 장면. 블루레이 타이틀에 수록된 삭제장면은 HD영상에 한글자막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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