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맘마미아

울프팩 2008. 9. 22. 20:55

아바를 처음 안 것은 중학교 2학년때인 1981년이었다.
당시 가장 친했던 같은 반 친구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며 들어보라고 카세트 테이프를 건넸다.
그때는 국내에 CD가 나오기 전이어서 LP와 카세트 테이프가 전부였다.

그 친구가 건넨 음반이 바로 아바의 걸작 음반 '슈퍼 트루퍼'였다.
그 친구는 'Andante Andante'를 가장 좋아했지만 그 음반에는 'Super Trouper'부터 시작해서 'The Winner Takes It All' 'Happy New Year' 'Our Last Summer' 'Lay All Your Love On Me' 등 히트곡들이 줄줄이 들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아바의 팬이 된 이후 그들의 노래를 참 열심히 들었다.
그게 벌써 27년전 기억이다.

필리다 로이드 감독의 '맘마미아'를 보니 예전 까까머리 검은 교복의 중학생 시절이 생각난다.
그래서 음악이 좋다.

아스라히 잊혀져가던 옛 기억을 떠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영화는 아바의 주옥같은 히트곡들로 만든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만큼 아바의 음악을 들으며 자란 세대들에게는 예전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게 해준다.

추억을 떠나서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다.
내용은 그리스 섬에서 시집을 가는 처녀가 자신의 아버지를 알기 위해 어머니와 친구였던 남성들을 초대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로맨스 물이다.

물론 아바의 히트곡들을 적절하게 배치한 뮤지컬의 공이 크지만 영화만의 장점인 그리스의 아름다운 풍광과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줄리 월터스, 아만다 세이프리드 등 우리에게 낯익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솜씨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원작 뮤지컬 연출을 담당한 로이드 감독 등 제작진이 뮤지컬 공연에 참여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작품 해석에 대한 감각이 탁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통해 귀에 익숙한 아바의 노래들을 재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그 중에 가장 압권은 메릴 스트립이 부른 'The Winner Takes It All'이었다.

감정을 꾹꾹 눌러담은 그의 노래는 가사와 영화적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진한 감동을 전해줬다.
메릴 스트립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장면에서만큼은 일어나 박수를 치고 싶을 만큼 훌륭한 노래와 연기를 보여줬다.

그 외 콜린 퍼스가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부드럽게 부른 'Our Last Summer', 엔딩 타이틀에 흐르던 아만다 세이프리드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Thank You For The Music' 등은 이렇게 좋은 곡이었던가 싶을 만큼 새로왔다.

참고로, 이 영화는 엔딩 타이틀이 흐를 때 자리를 뜨면 주옥 같은 노래를 놓칠 수 있다.
완전히 화면이 암전될 때까지 지긋이 앉아서 아바의 노래들을 감상해보자.
엔딩 타이틀이 흐르기 직전에 깜짝 출연하는 아바의 모습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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