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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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니피센트 7(블루레이)

울프팩 2017. 1. 16. 07:25

서부극 '황야의 7인'이나 전쟁영화 '대탈주'는 어려서 TV '주말의 명화' 시간에 봤던 영화 중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다.

두 작품은 특히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틀어주던 '특선영화'에도 여러 번 나왔는데 스티브 맥퀸, 제임스 코번, 찰스 브론슨 등은 두 작품 모두에 출연했다.


두 작품을 좋아했던 이유는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명배우들이 무더기로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에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들이 많지 않았는데 이 두 작품은 마치 올스타전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1960년 존 스터지스 감독의 '황야의 7인'은 율 브린너,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로버트 본, 호르스트 부흐홀츠 등이 쉽게 잊혀지지 않을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덕분에 이 작품은 원작인 일본의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와 확연하게 구분되면서 원작 못지 않게 훌륭한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이 작품을 다시 만든 것이 안톤 후쿠아 감독의 '매그니피센트 7'(The Magnificent Seven, 2016년)이다.

관건은 원작의 캐릭터를 어떤 배우를 기용해 어떤 개성을 부여하느냐였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흑인 덴젤 워싱턴, 크리스 프랫과 에단 호크 등의 백인, 동양인 이병헌, 멕시컨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등 다양한 인종을 섞어 다인종 다민족 국가인 미국을 대표하는 서부극을 만들었다.

물론 원작에서도 몽골의 피가 흐르는 율 브린너나 인디언과 연관있는 찰스 브론슨, 독일계 호르스트 브흐홀츠 등이 나오지만 이 작품은 눈으로 보기에 피부색과 외모가 확연하게 다른 배우들이 출연한다.


따라서 원작을 잘 안다면 이 작품의 배우들이 원작의 어떤 캐릭터와 연결되는 지 유추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캐릭터에 얽힌 인상적인 주요 에피소드는 원작과 비슷하지만 캐릭터의 배경이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내용도 악당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용병을 고용하는 기본 뼈대는 같지만 설정이 조금씩 다르다.

우선 원작에서는 악당이 멕시코계 마적떼였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금광 개발자인 욕심많은 자본가다.


또 구원을 바라는 마을도 원작에서는 멕시코 농촌 마을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미국 정착촌으로 나온다.

용병을 구하기 위해 여성이 나서는 점도 원작과 다르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는 용병들이 싸움에 나서는 이유다.

원작에서는 돈벌이 때문에 나서는 사람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의감이었다.


그래서 전혀 목숨을 바칠 이유가 없는데도 총잡이들은 이역만리 멕시코의 외딴 농촌에서 비참하게 죽어갔다.

이 작품에서는 싸움의 동기로 강조된 것이 복수다.


악당들에게 가족을 잃은 남은 사람들의 복수와 용병들의 복수다.

복수의 근저에는 강렬한 분노가 깔려있다.


그 바람에 이 작품의 싸움 장면은 원작보다 훨씬 치열하다.

개틀링 기관포는 물론이고 다이너마이트까지 등장해 전쟁에 가까운 요란한 총격전을 보여줬다.


화려한 액션 덕분에 눈이 즐겁다.

대신 달착지근한 러브라인을 확실히 걷어내 버린 바람에 '서부극=마초 영화'라는 공식을 공고히 다졌다.


러브라인을 걷어내고 싸움의 동기가 달라지면서 결말도 약간 달라졌다.

그렇게 달라진 것들은 영화의 차별화 요소이면서 아쉬운 점이 돼버렸다.


특히 싸움이 끝난 뒤 농사를 준비하며 새로운 삶의 순환을 꿈꾸는 농부들을 바라보며 율 브린너가 말하는 "언제나 이기는 것은 농부들"이라는 명대사도 사라졌다.

이 대사는 '7인의 사무라이'에서 차용했다.


브린너의 명대사는 위대한 총잡이들을 동경해 따라 나섰던 호르스트 부흐홀츠가 주저없이 탄띠를 풀고 농촌 처녀와 함께 남는 이유이기도 했고, 이 작품이 전하는 진정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원작보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원작의 웅혼한 깊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아울러 원작의 배우들은 출연 당시 율 브린너를 제외하고 대부분 신인급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나온 명성있는 배우들보다 훨씬 강렬한 아우라를 뿜어 냈다.

새삼 존 스터지스 감독의 '황야의 7인'이 얼마나 위대한 작품인지를 보여주는 리메이크작이다.


1080p 풀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최신작답게 화질이 좋다.

서부극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필터를 사용한 황갈색 톤이 잘 살아 있다.


DTS HD 7.1 MA를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를 훌륭하게 활용해 서라운드 효과가 우수하다.

전체적인 사운드가 웅장한 가운데 저음이 묵직하게 울린다.


부록으로 감독과 출연진의 설명, 캐릭터 설명, 마을 세트, 감독의 연출과 총기류, 영화음악에 대한 설명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두 번째 부록 디스크에도 제작과정이 한글자막과 함께 HD영상으로 수록됐는데, 본편에 수록된 부록과 겹치지 않는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원작과 달리 동양인, 인디언, 흑인 등 다인종 다민족 캐릭터가 섞인 점이 특징이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다양한 인종의 등장에 대해 "특별한 의도는 없었고 역할에 맞는 배우를 찾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촬영은 루이지애나의 배턴루지에서 했다.

제작진은 배턴루지 호수가에 6개월 동안 아예 마을을 만들었다. 들어선 건물들에 실제 사람이 사는 집과 똑같이 가구들을 비치했다.

미국판 원작에서 일라이 왈라치가 했던 악역을 피터 사스가드가 맡았다. 원작에서는 악당이 멕시코 마적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부유한 악덕 금광업자로 바뀌었다.

원작에서 율 브린너가 연기한 리더 역할을 덴젤 워싱턴이 맡았다. 덴젤은 원작의 율 브린너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입었다.

원작에서 스티브 맥퀸 역할은 크리스 프랫이 맡았다.

원작에서 제임스 코번이 연기한 과묵한 칼잡이 역할을 이병헌이 연기했다. 칼을 다루는 솜씨는 이병헌이 더 화려하다. 코번이 나온 맞대결 장면이 워낙 인상깊어서 이 작품에서도 이를 살렸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스턴트맨이 다치지 않도록 지붕은 폼 소재로 만들고 흙바닥 밑에 푹신한 패드를 묻었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달콤한 인생'을 보고 이병헌의 팬이 됐다고 한다. 그는 칼 쓰는 연기를 위해 정두홍 무술감독을 따로 청해서 도움을 받았다.

에단 호크가 연기한 배역은 원작에서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로버트 본이 연기한 장면들에 골고루 나온다. 그 중에서 가장 가까운 배역은 옷을 잘 입는 멋쟁이 역이었던 로버트 본의 배역이다. '나폴레옹 솔로' 시리즈로 유명했던 본은 공교롭게 이 영화 개봉 직전인 2016년 11월11일 백혈병으로 83세 나이에 사망했다.

안톤 후쿠아 감독이 액션을 강조한 것은 1960년대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클래시컬한 장르인 서부극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필름으로 촬영했다. 이를 위해 애너모픽 렌즈를 사용해 클로즈업 장면들을 찍었다.

막판에 '쟝고'처럼 개틀링건까지 등장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배우들은 직접 말을 타고 연기했으나 막판 크리스 프랫이 돌진할 때 잡은 클로즈업에서는 가짜 모형 말을 사용했다.

폭파 장면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자이언트파우더사에서 만든 폭약을 사용했다. 이 회사는 다이너마이트 발명자인 알프레드 노벨로부터 1868년 면허를 얻어 미국 최초로 다이너마이트를 생산했다.

배턴루지는 너무 덮고 습도가 높아 항상 구급차가 촬영현장에 대기했다. 또 뱀도 많아 뱀을 잡는 스태프가 따로 있었다.

죽는 배역도 원작과 약간 다르다. 엔딩 크레딧의 유명한 오리지널 테마곡이 흐른다. 이 영화의 음악을 맡은 제임스 호너는 촬영 도중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매그니피센트 7 (1Disc 일반판) : 블루레이
매그니피센트 7 (2Disc 일반판 슬립케이스 초회 한정판)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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