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중 벌어진 미드웨이(Midway) 전투는 미국과 일본이 싸운 태평양 전쟁의 향방을 바꿨다.
1942년 6월 4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미드웨이섬 인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일본 해군은 최정예 항공모함 4척을 모두 잃고 3,000명이 전사했다.
이 전투로 당시 일본 해군에 비해 열세였던 미국 해군은 우위로 돌아서며 태평양 전쟁 자체를 유리하게 바꿔 놓았다.
미드웨이 전투 이전까지 미군은 일본에게 진주만 기습을 당해 하와이(Hawaii)의 진주만(Pearl Harbor)에 정박했던 상당수 전함을 잃은 상태였다.
다행히 진주만 기습 당시 멀리 나가 있던 미군 항공모함들은 공격을 받지 않았다.
진주만 기습을 입안했던 일본 해군의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은 이를 불안하게 여겼다.
당시 일본 군부는 그때까지 거대한 전함의 함포에 의존하는 전함 거포 주의를 신봉했지만 하버드대학에서 유학한 야마모토는 바다에서도 전투기의 시대, 즉 항공모함 전력이 중요하게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야마모토는 살아남은 미 해군의 항공모함을 격멸할 필요가 있었다.
태평양 전쟁의 향방을 바꾸다
이를 위해 설계한 작전이 미드웨이섬 기습이다.
막강한 일본 해군의 항모 전단이 몰래 다가가 섬을 정복한 뒤 허둥지둥 달려오는 미 항공모함들을 차례로 격멸하는 작전이다.
그런데 전투는 시작도 하기 전에 엉뚱한 곳에서 희비가 갈렸다.
미 해군 정보부의 조 로슈포르가 이끄는 암호해독반 하이포팀이 일본 해군의 암호 무전을 해독한 것이다.
하지만 목적지를 모르는 상태였는데, 영리한 조 로슈포르가 가짜 무전을 일부러 일본이 듣게 만드는 방법을 써서 목적지를 알아냈다.
미드웨이를 비롯해 여러 지명에 코드명을 붙여 일부러 일본 해군이 듣도록 가짜 무전을 흘렸는데 이를 일본이 덥석 문 것이다.
'미드웨이섬에 식수가 부족하다고 한다.'
일본 해군이 가짜 무전에 속아서 날린 답신을 보고 미군은 목적지가 미드웨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일본에게 미 해군의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있던 진주만을 기습당한 이후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미 해군을 추스르기 위해 새로 임명된 니미츠 제독은 곧바로 일본 함대를 역습하기 위한 기동함대를 꾸렸다.
당시 일본 해군보다 항공모함이 부족했던 상태여서 동원 가능한 2척의 항모와 산호해 해전에서 일본 해군에 공격으로 크게 파손된 항모 요크타운호를 급히 서둘러 수리해 총 3척을 미드웨이로 급파했다.
이후 전투는 신의 장난 같은 우연과 일본 해군의 오판이 함께 어우러져 진행됐다.
미리 일본 함대의 접근을 암호 도청으로 알고 있던 미 해군은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항모에서 전폭기를 급히 발진시켰다.
일본 함대를 찾아 바다를 헤매던 미 해군 전폭기들은 찾지 못해 귀환하려다가 우연히 일본 함대를 발견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었다.
마침 일본 함대는 미드웨이섬을 공습한 전폭기들이 귀환했는데 바다 위에 미 군함이 있다는 정찰기의 무전을 듣고 서둘러 폭격기에 폭탄 대신 어뢰를 바꿔 달고 있었다.
미 해군 공격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폭탄을 퍼부었고 일본 항공모함들은 불덩어리가 됐다.
당시 일본 함대를 이끌었던 나구모 제독은 진주만 기습 때처럼 미드웨이에서도 실수를 했다.
그는 진주만 기습 당시 추가 공격을 해야 한다는 공격대 지휘관의 말을 무시하고 귀환하는 바람에 엄청난 규모의 연료저장소와 선박 수리소 등 미 해군의 귀중한 자산을 놓치고 말았다.
미드웨이에서도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수 차례 어뢰와 폭탄을 번갈아 바꿔 달면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고 전폭기들은 항공모함 격납고에서 잿더미가 됐다.
미국은 항모 요크타운 1척만 침몰당했고 약 300명이 전사했다.
미군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일본은 미드웨이 전투에서 패배하며 진주만 기습 이후 누렸던 해군의 절대 우위를 불과 6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미 해군을 피해 쫓겨다니는 신세가 됐다.
이는 곧 제공권의 상실을 의미했다.
하늘과 바다에서 보호받지 못한 일본 육군도 이후 연전연패하며 패전을 향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런 점에서 손바닥만한 작은 섬인 미드웨이는 태평양 전쟁의 승패를 가른 분수령이 됐다.
1976년 '미드웨이'와 무엇이 다른가
롤랜드 에머리히(Roland Emmerich) 감독의 '미드웨이'(Midway, 2019년)는 미드웨이 전투를 다룬 전쟁영화다.
이 작품 이전에 미드웨이 전투를 다룬 영화는 잭 스마이트(Jack Smight) 감독이 1976년에 만든 유명한 '미드웨이'가 있다.
1976년 미드웨이는 당시 쟁쟁했던 스타들이 줄줄이 출연했다.
헨리 폰다(Henry Fonda), 찰튼 헤스톤(Charlton Heston), 글렌 포드(Glenn Ford), 제임스 코번(James Coburn), 로버트 미첨(Robert Mitchum), 로버트 와그너(Robert Wagner)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페르소나였던 미후네 도시로 같은 일본 스타들도 함께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신인이었지만 나중에 유명하게 된 에릭 에스트라다, 톰 셀릭 등도 얼굴을 내밀었다.
한마디로 70년대 미드웨이는 스타 파워로 밀어붙인 영화다.
그렇다 보니 제작비의 대부분을 스타들의 출연료로 쓰고 정작 필요한 전쟁 영화 장면에 공을 들이지 못했다.
그 바람에 전투 장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촬영한 16미리 기록영화 영상과 '도라 도라 도라' 등 다른 전쟁 영화 장면들을 일부 가져다 썼다.
한마디로 전투 장면을 여기저기서 가져온 영상들로 짜깁기한 셈이다.
오히려 그 바람에 지금은 보기 힘든 귀한 기록 영상을 볼 수 있는 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전투 장면이 기운 이불처럼 어수선하다.
그런 점에서 전투 장면은 2019년판 미드웨이가 한 수 위다.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 재현한 전투 장면은 실제 전장에 와 있는 것처럼 아주 실감 난다.
특히 항모에서 급히 떠오르는 전투기의 정면 샷이나 폭격기가 투하한 폭탄이 항모 갑판에 내리 꽂힐 때까지 뒤에서 따라가며 찍은 영상은 디지털 작업이 아니었으면 보기 힘든 장면들이다.
지금은 사라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일본군의 항모전단을 재현해 위에서 부감 샷으로 잡은 영상 또한 실제로는 볼 수 없는 그림들이다.
그만큼 전투 장면은 스펙터클하며 볼 만하다.
문제는 드라마다.
미드웨이 전투가 벌어지기까지 미국과 일본 군부의 정치적 배경, 미군의 암호해독 과정과 전장에서 일본 해군이 벌인 실수 등이 워낙 방대한 얘기여서 이를 두 시간에 압축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그런데 1970년대 미드웨이는 이를 잘 살렸다.
아무래도 스타 배우들을 잔뜩 출연시켰으니 이들에게 적절한 분량을 확보해 주려면 결국 대사가 많은 드라마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드웨이 전투가 벌어지기까지 우여곡절을 이해하기에는 70년대판 미드웨이가 그나마 낫다.
반면 2019년판 미드웨이는 엔터프라이즈 항모의 급강하 폭격기 조종사였던 딕 베스트(에드 스크레인, Ed Skrein) 대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전투에 집중한 영화다.
물론 전투가 벌어지기까지 역사적 배경과 암호해독 등 일련의 과정도 나오기는 하지만 아주 압축돼 있다.
또 일본 해군이 전장에서 공격기들의 무장을 갈아 끼우며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바람에 패배하게 된 요인도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 역사를 모르고 보면 어리둥절할 수 있다.
스타 파워도 1970년대판 미드웨이에 비하면 많이 약하다.
관록 있는 배우들은 니미츠 제독을 연기한 우디 해럴슨(Woody Harrelson), 둘리틀 역의 아론 에크하트(Aaron Eckhart), 루크 에반스(Luke Evans), 할시 제독을 연기한 데니스 퀘이드(Dennis Quaid), 나구모 제독 역의 쿠니무라 준, 아사노 타다노부 정도다.
그만큼 2019년판 미드웨이는 드라마보다 전투 장면, 즉 볼거리에 집중한 영화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따로 자료나 책을 찾아보고 나서 보는 게 좋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채도가 올라간 4K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최신작답게 화질이 좋다.
푸른 바다색깔이 찬란하게 살아 있다.
HDR의 영향으로 다이나믹 레인지가 넓어지며 밝기도 밝아진 편이고 채도가 올라가서 일반 블루레이보다 색상이 진하게 보인다.
진주만 공습 장면을 보면 전함 폭발 장면에서 불꽃이 밝은 선홍색으로 보인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다만 음량은 일반 블루레이보다 약간 작아진 느낌이 든다.
전투기의 기총 소사 장면을 보면 전방에서 후방으로 전투기가 이동하며 갈기는 기총소리가 적절하게 움직인다.
그만큼 방향감과 소리의 이동성은 좋으나 대사를 비롯해 음량이 약간 부족하다.
일반 블루레이의 경우 일본어 대사 장면에서 영문 자막과 한글 자막이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어 불편하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 해설, 제작과정, 캐스팅, 감독 인터뷰, 미드웨이 해전 설명, 조 로슈포르 소개, 당시 참전 군인 인터뷰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감도 (0) | 2021.02.07 |
---|---|
2012(4K 블루레이) (7) | 2021.02.05 |
반지의 제왕2 두 개의 탑(4K 블루레이) (11) | 2021.01.16 |
반지의 제왕1 반지원정대(4K 블루레이) (12) | 2021.01.11 |
백 투 더 퓨처3(4K 블루레이) (0) | 2021.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