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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미드웨이(4K 블루레이)

울프팩 2021. 2. 1. 00:21

제2차 세계대전 중 벌어진 미드웨이(Midway) 전투는 미국과 일본이 싸운 태평양 전쟁의 향방을 바꿨다.

1942년 6월 4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미드웨이섬 인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일본 해군은 최정예 항공모함 4척을 모두 잃고 3,000명이 전사했다.

 

이 전투로 당시 일본 해군에 비해 열세였던 미국 해군은 우위로 돌아서며 태평양 전쟁 자체를 유리하게 바꿔 놓았다.

미드웨이 전투 이전까지 미군은 일본에게 진주만 기습을 당해 하와이(Hawaii)의 진주만(Pearl Harbor)에 정박했던 상당수 전함을 잃은 상태였다.

 

다행히 진주만 기습 당시 멀리 나가 있던 미군 항공모함들은 공격을 받지 않았다.

진주만 기습을 입안했던 일본 해군의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은 이를 불안하게 여겼다.

 

당시 일본 군부는 그때까지 거대한 전함의 함포에 의존하는 전함 거포 주의를 신봉했지만 하버드대학에서 유학한 야마모토는 바다에서도 전투기의 시대, 즉 항공모함 전력이 중요하게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야마모토는 살아남은 미 해군의 항공모함을 격멸할 필요가 있었다.

 

태평양 전쟁의 향방을 바꾸다

이를 위해 설계한 작전이 미드웨이섬 기습이다.

막강한 일본 해군의 항모 전단이 몰래 다가가 섬을 정복한 뒤 허둥지둥 달려오는 미 항공모함들을 차례로 격멸하는 작전이다.

 

그런데 전투는 시작도 하기 전에 엉뚱한 곳에서 희비가 갈렸다.

미 해군 정보부의 조 로슈포르가 이끄는 암호해독반 하이포팀이 일본 해군의 암호 무전을 해독한 것이다.

 

하지만 목적지를 모르는 상태였는데, 영리한 조 로슈포르가 가짜 무전을 일부러 일본이 듣게 만드는 방법을 써서 목적지를 알아냈다.

미드웨이를 비롯해 여러 지명에 코드명을 붙여 일부러 일본 해군이 듣도록 가짜 무전을 흘렸는데 이를 일본이 덥석 문 것이다.

 

'미드웨이섬에 식수가 부족하다고 한다.'

일본 해군이 가짜 무전에 속아서 날린 답신을 보고 미군은 목적지가 미드웨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일본에게 미 해군의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있던 진주만을 기습당한 이후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미 해군을 추스르기 위해 새로 임명된 니미츠 제독은 곧바로 일본 함대를 역습하기 위한 기동함대를 꾸렸다.

당시 일본 해군보다 항공모함이 부족했던 상태여서 동원 가능한 2척의 항모와 산호해 해전에서 일본 해군에 공격으로 크게 파손된 항모 요크타운호를 급히 서둘러 수리해 총 3척을 미드웨이로 급파했다.

 

이후 전투는 신의 장난 같은 우연과 일본 해군의 오판이 함께 어우러져 진행됐다.

미리 일본 함대의 접근을 암호 도청으로 알고 있던 미 해군은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항모에서 전폭기를 급히 발진시켰다.

 

일본 함대를 찾아 바다를 헤매던 미 해군 전폭기들은 찾지 못해 귀환하려다가 우연히 일본 함대를 발견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었다.

마침 일본 함대는 미드웨이섬을 공습한 전폭기들이 귀환했는데 바다 위에 미 군함이 있다는 정찰기의 무전을 듣고 서둘러 폭격기에 폭탄 대신 어뢰를 바꿔 달고 있었다.

 

미 해군 공격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폭탄을 퍼부었고 일본 항공모함들은 불덩어리가 됐다.

당시 일본 함대를 이끌었던 나구모 제독은 진주만 기습 때처럼  미드웨이에서도 실수를 했다.

 

그는 진주만 기습 당시 추가 공격을 해야 한다는 공격대 지휘관의 말을 무시하고 귀환하는 바람에 엄청난 규모의 연료저장소와 선박 수리소 등 미 해군의 귀중한 자산을 놓치고 말았다.

미드웨이에서도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수 차례 어뢰와 폭탄을 번갈아 바꿔 달면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고 전폭기들은 항공모함 격납고에서 잿더미가 됐다.

 

미국은 항모 요크타운 1척만 침몰당했고 약 300명이 전사했다.

미군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일본은 미드웨이 전투에서 패배하며 진주만 기습 이후 누렸던 해군의 절대 우위를 불과 6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미 해군을 피해 쫓겨다니는 신세가 됐다.

이는 곧 제공권의 상실을 의미했다.

 

하늘과 바다에서 보호받지 못한 일본 육군도 이후 연전연패하며 패전을 향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런 점에서 손바닥만한 작은 섬인 미드웨이는 태평양 전쟁의 승패를 가른 분수령이 됐다.

 

1976년 '미드웨이'와 무엇이 다른가

롤랜드 에머리히(Roland Emmerich) 감독의 '미드웨이'(Midway, 2019년)는 미드웨이 전투를 다룬 전쟁영화다.

이 작품 이전에 미드웨이 전투를 다룬 영화는 잭 스마이트(Jack Smight) 감독이 1976년에 만든 유명한 '미드웨이'가 있다.

 

1976년 미드웨이는 당시 쟁쟁했던 스타들이 줄줄이 출연했다.

헨리 폰다(Henry Fonda), 찰튼 헤스톤(Charlton Heston), 글렌 포드(Glenn Ford), 제임스 코번(James Coburn), 로버트 미첨(Robert Mitchum), 로버트 와그너(Robert Wagner)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고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페르소나였던 미후네 도시로 같은 일본 스타들도 함께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신인이었지만 나중에 유명하게 된 에릭 에스트라다, 톰 셀릭 등도 얼굴을 내밀었다.

한마디로 70년대 미드웨이는 스타 파워로 밀어붙인 영화다.

 

그렇다 보니 제작비의 대부분을 스타들의 출연료로 쓰고 정작 필요한 전쟁 영화 장면에 공을 들이지 못했다.

그 바람에 전투 장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촬영한 16미리 기록영화 영상과 '도라 도라 도라' 등 다른 전쟁 영화 장면들을 일부 가져다 썼다.

 

한마디로 전투 장면을 여기저기서 가져온 영상들로 짜깁기한 셈이다.

오히려 그 바람에 지금은 보기 힘든 귀한 기록 영상을 볼 수 있는 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전투 장면이 기운 이불처럼 어수선하다.

 

그런 점에서 전투 장면은 2019년판 미드웨이가 한 수 위다.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 재현한 전투 장면은 실제 전장에 와 있는 것처럼 아주 실감 난다.

 

특히 항모에서 급히 떠오르는 전투기의 정면 샷이나 폭격기가 투하한 폭탄이 항모 갑판에 내리 꽂힐 때까지 뒤에서 따라가며 찍은 영상은 디지털 작업이 아니었으면 보기 힘든 장면들이다.

지금은 사라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일본군의 항모전단을 재현해 위에서 부감 샷으로 잡은 영상 또한 실제로는 볼 수 없는 그림들이다.

 

그만큼 전투 장면은 스펙터클하며 볼 만하다.

문제는 드라마다.

 

미드웨이 전투가 벌어지기까지 미국과 일본 군부의 정치적 배경, 미군의 암호해독 과정과 전장에서 일본 해군이 벌인 실수 등이 워낙 방대한 얘기여서 이를 두 시간에 압축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그런데 1970년대 미드웨이는 이를 잘 살렸다.

 

아무래도 스타 배우들을 잔뜩 출연시켰으니 이들에게 적절한 분량을 확보해 주려면 결국 대사가 많은 드라마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드웨이 전투가 벌어지기까지 우여곡절을 이해하기에는 70년대판 미드웨이가 그나마 낫다.

 

반면 2019년판 미드웨이는 엔터프라이즈 항모의 급강하 폭격기 조종사였던 딕 베스트(에드 스크레인, Ed Skrein) 대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전투에 집중한 영화다.

 

물론 전투가 벌어지기까지 역사적 배경과 암호해독 등 일련의 과정도 나오기는 하지만 아주 압축돼 있다.

또 일본 해군이 전장에서 공격기들의 무장을 갈아 끼우며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바람에 패배하게 된 요인도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따라서 실제 역사를 모르고 보면 어리둥절할 수 있다.

스타 파워도 1970년대판 미드웨이에 비하면 많이 약하다.

 

관록 있는 배우들은 니미츠 제독을 연기한 우디 해럴슨(Woody Harrelson), 둘리틀 역의 아론 에크하트(Aaron Eckhart), 루크 에반스(Luke Evans), 할시 제독을 연기한 데니스 퀘이드(Dennis Quaid), 나구모 제독 역의 쿠니무라 준, 아사노 타다노부 정도다.

그만큼 2019년판 미드웨이는 드라마보다 전투 장면, 즉 볼거리에 집중한 영화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따로 자료나 책을 찾아보고 나서 보는 게 좋다.

국내 출시된 4K 타이틀은 4K와 일반 블루레이 등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채도가 올라간 4K

2160p UHD의 2.39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최신작답게 화질이 좋다.

푸른 바다색깔이 찬란하게 살아 있다.

 

HDR의 영향으로 다이나믹 레인지가 넓어지며 밝기도 밝아진 편이고 채도가 올라가서 일반 블루레이보다 색상이 진하게 보인다.

진주만 공습 장면을 보면 전함 폭발 장면에서 불꽃이 밝은 선홍색으로 보인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다만 음량은 일반 블루레이보다 약간 작아진 느낌이 든다.

 

전투기의 기총 소사 장면을 보면 전방에서 후방으로 전투기가 이동하며 갈기는 기총소리가 적절하게 움직인다.

그만큼 방향감과 소리의 이동성은 좋으나 대사를 비롯해 음량이 약간 부족하다.

 

일반 블루레이의 경우 일본어 대사 장면에서 영문 자막과 한글 자막이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어 불편하다.

부록으로 감독 음성 해설, 제작과정, 캐스팅, 감독 인터뷰, 미드웨이 해전 설명, 조 로슈포르 소개, 당시 참전 군인 인터뷰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모두 HD 영상으로 제작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눈오는 도쿄 기요스기 정원 장면은 캐나다 몬트리올 호수에서 실제로 눈 오는 날에 찍었다. 붉은탑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 넣었다.
촬영 때 실제 비행기는 2대뿐이었고 나머지는 제작진이 만든 기체를 사용하거나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 넣었다.
진주만 기습 장면의 디지털 작업은 스캔라인에서 담당.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20년 전 소니픽처스와 '고질라'를 찍을 때 존 포드 감독이 1942년 실제 미드웨이 해전때 현장에서 촬영한 다큐멘터리 '미드웨이 해전'을 보고 영화로 만들 결심을 했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20년전에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으나 당시 소니픽처스의 일본 경영진이 일본 패전을 다룬 영화에 1억달러의 거액을 투자하기를 꺼려해서 무산됐다.
토요카와 에츠시가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을 연기. 영어를 못해서 영어코치가 따로 붙었다. 일본 내각 회의 장면은 캐나다 몬트리올의 구 법원 건물에서 촬영.
에드 스크레인이 딕 베스트 대위를 연기. 그가 투하한 450킬로 폭탄이 일본 항모 아카기의 갑판을 뚫고 들어가 폭발하면서 아카기를 침몰시켰다. 술집 장면은 몬트리올 세트에서 촬영.
제작진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더글라스사의 SBD돈틀리스 급강하폭격기와 TBD 디베스테이터 뇌격기 설계도를 빌려와 실제와 똑같이 기체를 만들었다. 디베스테이터는 실제 비행기가 전혀 남아있지 않다.
주인공이 탑승했던 미 엔터프라이즈 항모는 1950년대 고철 처리됐다.
장교 클럽 장면은 몬트리올의 프리메이슨 기념회관에서 촬영. 가수는 애니 트루소라는 예명을 쓰는 재즈 가수 아나 마리아 롬보다. 그는 이 작품의 제작자인 해럴드 클로저의 아내다.
1942년 4월 19일 제임스 둘리틀 중령은 B-25 미첼 폭격기 편대를 지휘해 도쿄를 공습했다. 클로즈업으로 찍은 기체는 실제 B-25다.
항모에서 이륙한 B-25가 도쿄를 공습한 뒤 일본 해군은 미 항모를 격멸하기 위해 미드웨이 해전을 준비했다. 이 작품은 중국 루이미디어가 투자했다.
미 항모 요크타운은 산호해 해전에서 크게 파손됐으나 급히 수리해 미드웨이 해전에 참가했다가 격침됐다.
영화 '곡성'으로 낯익은 쿠니무라 준이 일본 해군 지휘관 나구모 주이치 중장으로 출연. 일본 배우들의 장면은 촬영 일정 때문에 한꺼번에 몰아서 찍었다.
우디 해럴슨이 니미츠 제독으로 출연. 미군은 미드웨이 해전에 3척의 항모를 투입했다.
존 포드 감독은 진주만 기습후 군에 자원입대해 기록영상을 찍었다. 그는 미드웨이섬에서 공습에도 피하지 않고 촬영하다가 어깨 부상을 입었다. 그는 이때 찍은 18분짜리 다큐로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미드웨이섬이 일본군의 공습을 받는 장면은 하와이 오하우섬에서 촬영. 미드웨이는 모래색이 밝은편이어서 오하우섬의 어두은 황색 모래를 후작업 때 일일이 밝은색으로 수정했다.
항공모함의 컴퓨터그래픽 작업은 픽소몬도에서 맡았다.
제작진은 캐나다 몬트리올의 멜스 시테 뒤 시네마에 엔터프라이즈 항모 갑판 세트를 실제 크기에 가깝게 만든 뒤 블루스크린을 둘러치고 촬영했다. 이 곳은 북미에서 가장 큰 특수효과 촬영 전용 스테이지다.
제작진은 항모 내부의 격납고, 조타실, 함교, 조종사 대기실과 숙소, 식당 등도 세트로 만들었다.
급강하 폭격기는 군함을 향해 80도 각도로 내리꽂히며 450~600미터 상공에서 폭탄을 투하한다. 이때 속도가 시속 440km에 이른다.
조종사들의 얼굴 등 근접 촬영은 항공기 동체만 만들어 짐벌 위에 올려놓고 찍었다.
일본 해군은 미드웨이 해전에서 아카기, 카가, 히류, 소류 등 핵심 항모 4척을 모두 잃었다. 촬영은 '블레어위치'를 찍은 로비 바움가트너가 담당.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미드웨이
롤랜드 에머리히 / 에드 스크레인, 패트릭 윌슨, 우디 해럴슨, 루크 에반스, 아사노 타다노부, 닉 조나스
 
미드웨이 (1Disc 풀슬립 한정판)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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