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블루레이)

울프팩 2022. 11. 6. 17:47

흡혈귀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는지 인터뷰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여류 소설가 앤 라이스는 이를 1976년 단편 소설로 썼다.

'크라잉 게임'의 닐 조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Interview with the Vampire, 1994년)는 앤 라이스의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앤 라이스는 영화 작업에도 참여해 각본을 직접 썼다.

닐 조던(Neil Jordan)) 감독이 초점을 맞춘 것은 기존 공포물과 달리 흡혈귀의 번민과 고뇌다.
주인공 루이(브래드 피트 Brad Pitt)는 오래된 흡혈귀 레스타트(톰 크루즈 Tom Cruise)를 만나 흡혈귀가 됐지만 살인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사람의 피를 빠는 것을 싫어한다.

결국 루이는 흡혈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레스타트와 충돌한다.
원작자 라이스나 조던 감독은 흡혈귀들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봤다.

결국 어떻게 살아갈지 방법에 따라 그 사람의 존재가 갈리듯 레스타트와 루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뇌를 대신하는 캐릭터들이다.
그런 점에서 마냥 무서운 존재로만 다가서는 다른 흡혈귀 영화하고는 결이 다르다.

그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오싹한 공포물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흡혈귀의 존재가 마땅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흡혈귀 영화처럼 흡혈 행위를 관능적으로 묘사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밖에도 영화는 다양한 흥밋거리가 있다.

당시 12세였던 커스틴 던스트(Kirsten Dunst)가 어린 흡혈귀로 등장해 앙칼진 연기를 선보인다.
또 루이와 레스타트, 루이와 아만드(안토니오 반데라스 Antonio Banderas) 사이에 미묘하게 흐르는 동성애적 코드도 감지된다.

이 때문에 앤 라이스는 영화로 만드는데 걸림돌이 될까 봐 루이를 여성으로 바꾸는 것도 한때 고려했다.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여성의 전라 장면이 삭제된 극장판과 달리 무삭제판이다.

파리의 극장에서 벌어지는 공포 공연에 등장하는 여성의 누드 장면이 삭제 없이 수록됐다.
1080p 풀 HD의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평범한 화질이다.

전체적으로 색감이 탁하고 윤곽선이 날카롭지 않다.
여기에 일부러 어둡게 찍은 제작진의 의도 때문에 암부 디테일이 더 묻힌다.

DVD 타이틀에 나타나던 기름얼룩 등은 보이지 않는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부록으로 닐 조던 감독의 음성해설, 뱀파이어의 인기 현상, 제작 과정 등이 들어 있다.
이 가운데 음성해설을 제외하고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흡혈귀와 인터뷰를 하는 기자 멜로이 역할은 리버 피닉스가 캐스팅됐으나 한 달 뒤 사망해 크리스천 슬레이터에게 넘어갔다. 슬레이터는 출연료 중 25만달러를 피닉스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엔딩 크레디트에 '리버 피닉스를 추억하며'라는 추모 글이 나온다.
조던 감독은 기존 흡혈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얼굴에 푸르스름한 핏줄이 보이도록 했다. 이런 분장을 위해 배우들은 분장 때 30분씩 거꾸로 매달려 얼굴에 피가 몰리도록 한 다음 드러난 혈관을 따라 핏줄을 그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뉴올리언스 강변 장면은 가짜 제방을 만들어 촬영. 후반의 디지털 작업 때 그레이터 뉴올리언스 다리와 라디오탑 등을 지우고 18세기 범선을 대신 집어 넣었다.
원작자 앤 라이스는 남편 스탠 라이스를 모델로 톰 크루즈가 연기한 레스타트의 외모 등을 구상했다.
조던 감독은 사자 등이 먹이를 잡아먹는 다큐멘터리를 많이 참고했다. 사자는 먹이를 곧바로 죽이지 않고 갖고 놀다가 도망치도록 풀어준 뒤 다시 공격한다. 감독은 레스타트가 그런 스타일이라고 봤다.
이 영화에 나오는 남부의 부유층 집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 '패트리어트 늪속의 여우'에도 등장한다.
영화 속 흡혈귀들은 십자가와 마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들의 유일한 적은 햇볕이다.
조던 감독은 흡혈귀에서 할리우드 스타들을 연상했다. 낮에 돌아다니기 힘들고 나타나면 사람들이 동요하는 모습이 비슷하다고 봤다.
원작자 앤 라이스는 소설을 쓰면서 레스타트에 배우 룻거 하우어를 염두에 뒀다.
책이 출판되기 전 영화 판권을 확보한 파라마운트는 존 트라볼타를 레스타트로 섭외했으나 1979년 '드라큘라' 등 흡혈귀물이 있따라 나오자 무산됐다. 이후 트라볼타나 하우어 모두 젊은 흡혈귀를 연기하기에 너무 나이를 먹었다.
음악도 좋다. 강에 버려졌다가 되살아난 레스타트가 연주하는 곡은 하이든의 피아노소나타 59번 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 조안나 리치가 연주했다.
원래 클로디아 역은 줄리아 스타일스가 거론됐으나 검증되지 않은 신인이라는 이유로  밀려나고 대신 커스틴 던스트가 맡았다.
목이 베인 채 피를 쏟으며 죽어가는 톰 크루즈 모습은 로봇을 만들어 촬영했다.
나탈리 포트만, 크리스티나 리치, 도미니크 스웨인, 릴리 소비에스키, 줄리아 스타일스, 에린 무어, 에반 레이첼 우드 등이 클라우디아 역할의 오디션을 봤다.
19세기 파리에서는 무서운 공연을 보여주는 극장들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 존재한 이 극장들은 무대 위에서 수혈이나 수술 장면 등을 보여줬다. 공연물의 희생양이 된 여인은 프랑스 배우이자 감독인 로 마르샤가 연기.
톰 행크스, 조니 뎁, 제레미 아이언스가 레스타트 역할을 제의 받았으나 거절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레스타트 역을 하기로 했으나 촬영 몇 주전에 그만둬 톰 행크스가 맡았다. 존 말코비치, 리처드 기어, 알렉산더 고두노프, 멜 깁슨도 레스타트 역할로 거론됐다.
원작 소설에서 클라우디아는 5세 소녀인데 영화에서 12세로 바꿨다. 커스틴 던스트의 부모는 이 영화가 너무 무섭다고 생각해 개봉 당시 던스트가 영화를 보지 못하게 했다.
몸이 잘린 흡혈귀 모습은 세트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서 몸을 절반만 내놓고 연기.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연기한 스페인 흡혈귀 아만드는 원작 소설에서 붉은 머리의 17세 러시아 소년 흡혈귀로 나온다. 영화 개봉 후 1994년 11월 미국에서 다니엘 스털링이 여자 친구 리사 스텔웨건을 칼로 수 차례 찌르고 상처에서 피를 빨아먹는 사건이 일어났다. 스털링은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1급 살인미수로 유죄선고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