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벅시 말론

울프팩 2004. 8. 11. 01:41

알란 파커(Alan Parker) 감독의 장편 데뷔작 '벅시 말론'(Bugsy Malone, 1976년)은 깜찍하고 앙증맞은 영화다.
마피아가 등장하는 갱스터 무비에 춤과 노래를 도입한 이색적인 갱스터 뮤지컬이다.

그런데 등장인물이 모두 아이들이다.
덕분에 잔혹한 다른 갱스터 무비와 달리 살인도, 피도 없고 더없이 장난스럽다.

파커 감독은 4명의 자녀들에게 라스베이거스의 갱 벅시 시겔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이 작품을 구상했다.
감독은 어른들의 세계를 풍자하고 각종 영화를 패러디한 이 작품에 대해 "정신병자가 만든 작품"같다며 스스로도 황당하게 여겼다.

그만큼 놀랍도록 기이한 작품인데 덕분에 칸 영화제에 나갔을 때 기립박수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DVD 타이틀은 지난해 영국에서 나온 코드 2 SE판 소스를 사용해 화면비가 TV용 4 대 3 레터박스다.

화질이 비디오급이어서 전체적으로 영상이 뿌옇고 몽롱하며 색상도 번진다.
돌비 스테레오를 지원하는 음향도 문제다.

뮤지컬이라서 음악이 중요한데 음량이 작고 저음도 약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부족한 화질과 음향을 떠나 DVD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귀여운 꼬마 갱들. 이들이 손에 든 총은 감독이 발명한 스플러지건. 총알은 흰 탁구공이다.
총알은 맞는 순간 마치 풍선껌처럼 터지며 안에서 하얀 크림이 쏟아진다.
자동차는 모두 자전거처럼 페달을 열심히 밟아야 달린다.
주인공 벅시 말론.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 준 뚱보 샘역의 소년. 그는 배우가 아니었다.
당시 12세였던 조디 포스터. 감독은 당시 그의 연기가 천재적이었다고 극찬했다.
재미있는 것은 보니 랭포드가 부른 것을 제외하고 노래가 모두 립싱크라는 점. 어른들이 노래를 불렀고 아이들은 입만 벙긋거렸다. 이유는 감독이 아이들의 앵앵거리는 목소리를 싫어했기 때문.
막판 갱들의 전쟁. 온통 하얀 크림 투성이다. 갑작스러운 결말이 좀 의아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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