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베테랑 (블루레이)

울프팩 2016. 9. 18. 16:03

정의감에 불타는 외골수 형사가 못되먹은 재벌 2세를 혼내주는 내용의 류승완 감독 작품 '베테랑'(2015년)을 보면 대뜸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2010년 맷값 폭행으로 유명한 최철원 당시 SK M&M 대표 사건이다.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인 최 전 대표는 인수한 업체의 탱크로리 기사가 화물연대 노조 탈퇴를 하지 않고 버티자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구타하고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준 뒤 폭행죄로 구속됐다.

이후 최 전 대표는 집행유예로 풀려 났다.

 

공교롭게 영화 속 회사는 이니셜도 SK와 비슷하고 이동통신 계열사를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애써 얘기하지 않아도 대번 최 전 대표 사건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비단 최 전 대표 뿐만이 아니다.

영화는 곳곳에 재벌가에 얽힌 '그랬다더라' 식 사건들이 뒤섞여 있다.

 

연예인들을 불러 마약에 취해 환각파티를 벌이거나 안하무인식으로 회사 임원을 두드려 패고 일이 터지자 사건 무마를 위해 영입한 과거 공직자들을 통해 적극 로비에 나선다.

개중에는 소문으로만 끝난 일도 있지만 언론에 보도된 실화들도 있다.

 

이런 사건들은 모두 돈이든 힘이든 가진 자들의 권력형 비리다.

그래서 대부분 뒷끝이 개운하지 않게 끝난 경우가 많았는데, 영화는 이를 물고 늘어졌다.

 

앞 뒤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형사(황정민)를 통해 끝장을 볼 때 까지 들이 받는다.

물론 형사 혼자서 좌충우돌로 해결한다는 것은 넌센스인 만큼 상사(오달수 천호진) 등 우호 세력이 적당히 돕는다.

 

그만큼 영화는 단선적이다.

나쁜 놈은 혼나야 한다는 명쾌한 명제 아래 복집하게 꼬고 비틀지 않고 시원한 액션으로 부딪친다.

 

덕분에 시작부터 끝까지 머리를 비우고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거친 형사 역에 더할 수 없이 어울리는 황정민과 능청스런 팀장 역의 오달수 연기가 조화를 잘 이뤘다.

 

다만 여형사로 등장한 장윤주의 연기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또 악당(유아인 유해진 송영창)들이 지나치게 스테레오 타입이라는 점도 거슬린다.

 

그저 머리 속으로 못된 짓만 생각하는 악당들처럼 이들의 악행은 고민의 여지가 없다.

류 감독은 못된 재벌이라면 떠올릴 만한 전형적인 이미지를 극 중 유아인의 배역에 아낌없이 투영했다.

 

그 바람에 미운 짓만 골라하는 재벌 2세는 한 없는 미움 속에 매를 부르고, 이를 응징하는 통쾌한 액션이 단순한 구조 속에서 정당성을 획득하며 시원하게 엔딩을 향해 치닫는다.

마치 예전 TV시리즈 '스타스키와 허치'처럼 저돌적인 액션이 가슴을 후련하게 하고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명동 한 복판에서 벌이는 추격전과 주먹 싸움, 부산항 신선대 부두의 싸움은 속도감 있는 액션으로 아드레날린을 솟게 만들고 적당한 유머로 웃음이 터지게 한다.

하지만 일부러 잡혀가고 싶어 안달하는 듯한 극 중 재벌 2세의 정교하지 못한 악행과 이를 응징하는 과정이 만화처럼 비현실적이다.

 

1080p 풀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약간 탁한 느낌이 들지만 디테일이 좋다.

 

DTS HD MA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채널 분리가 좋아서 훌륭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만큼 감독과 배우들 음성해설, 감독과 김혜리 기자의 음성해설 등 2편의 음성해설 및 제작과정, 사전 조사, 캐스팅과 로케이션, 액션메이킹, 미술, CG, 삭제장면 등 다양한 부록을 담고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자동차 개조작업장은 파주 근처의 개인이 운영하는 차량정비 창고를 개조해 촬영. 영화는 블론디의 'heart of glass'로 시작한다. 류 감독은 블론디 등 디스코 음악 팬이다.

러시아 갱단 보스로 나온 외국인은 유럽에서 활약하는 이종격투기 선수라고 한다. 스테디캠을 가볍게 만든 모비 장비를 이용해 들고 찍는 장면을 촬영.

정웅인이 당하는 장면은 소위 '맷값 폭행 사건'으로 유명한 SK M&M의 최철원 대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 가리봉동에서 촬영한 장면. 재벌 건물의 외관은 충무로의 극동빌딩이다.

광역수사대 내부 풍경은 마포경찰서를 모델로 꾸몄다고 한다.

재벌 2세가 막판 모는 자동차는 포드 무스탕.

차량이 질주하는 장면에서 초반은 서울 명동에서 찍고 골목 내부는 청주에서 찍었다. 과거 류 감독이 '짝패'를 찍었던 곳인데, 컴퓨터그래픽으로 간판 등을 모두 서울처럼 바꿔 놓았다.

보도 블록 모양의 매트를 깔아 놓고 싸움 장면을 촬영. 류 감독은 경찰들의 자문을 구해서 112 신고를 받으면 영장없이 수색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대본에 반영했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베테랑 (2Disc)
베테랑 (2Disc 초회 한정 패키지)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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