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헤인즈 감독의 '벨벳 골드마인'(Velvet Goldmine, 1998년)은 글램록을 위한 송가다.

글램록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아니면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글램록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영화다.


내용은 어느 기자가 1970년대 공연 도중 총을 맞은 글램록 스타의 이야기를 취재하는 과정을 다뤘다.

기자가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 글램록이 무엇인지 실체를 보여준다.


1970년대 시작된 글램록은 요란한 화장이나 화려한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남자 가수들도 여성들처럼 화장을 하고 반짝이 의상이나 강렬한 원색 의상을 입었다.


그러면서 무대 위에서 거침없고 도발적인 행동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가사 또한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인 내용들을 담았다.

특히 그들은 동성애나 양성애를 옹호하며 이를 노래와 공연에 적극 수용했다.


그 바람에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충격적인 공연들이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기성세대들로부터는 곧잘 비난을 샀다.

대표적인 가수로는 2016년에 작고한 데이비드 보위가 있으며 티렉스, 이기 팝, 뉴욕 돌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루 리드 등을 들 수 있다.


외양적인 화려함을 과시한 글램록은 1980년대 섹스 피스톨즈로 대표되는 펑크 록을 지나 1990년대 일본의 엑스재팬이 널리 알린 비주얼 록까지 계보를 이어갔다.

기존 주류 록과 다른 방향성 때문에 영화로 치면 컬트 무비에 비유할 수 있는데, 최고의 컬트 무비로 꼽는 '록키 호러 픽처쇼'도 그런 차원에서 보면 글램록에서 파생된 작품이나 마찬가지다.


토드 헤인즈 감독은 이 같은 글램록의 서사를 풀어내기 위해 특정 가수들을 모델로 삼았다.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연기한 주인공 브라이언은 글램록의 상징 데이비드 보위와 루 리드가 섞인 인물이다.


제목도 데이비드 보위가 1972년에 낸 명반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에 수록된 곡명에서 따왔다.


그만큼 토드 헤인즈 감독은 이 작품을 글램록과 데이비드 보위에게 바치는 헌사로 생각했다.

어찌 보면 데이비드 보위의 글램록 시절을 다룬 전기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러나 정작 데이비드 보위는 양성애나 마약에 대한 이야기, 각종 스캔들이 불편했던 지 자신의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다루면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아예 그의 노래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그럼에도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데이비드 보위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대놓고 묘사했다.


어찌 보면 서브 컬처인 글램록과 관련 가수들의 이야기는 사람에 따라 공감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이야기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내용을 걷어내고 음악과 볼거리만으로도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플라시보,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 등 영국 유명 록밴드가 직접 참여해 부른 노래들은 따로 OST를 사고 싶을 만큼 좋으며 글램록의 영광을 재현한 영상들은 뮤직비디오처럼 화려하다.


헤인즈 감독은 글램록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영상과 노래만으로 글램록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감각적으로 구성을 잘했다.

물론 양성애나 동성애적인 묘사가 자극적이고 불편할 수는 있으나 이 또한 시대의 한 단면이었다.


더불어 1970년대 음악 장르를 다룬 이 영화가 요즘 다시 봐도 생경하지 않은 것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되풀이되는 역사적 현상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1960년대 영국에서는 동성애는 물론이고 여성 혐오가 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1970년대 초반 등장한 글램록은 성 차별을 하지 않고 남녀 구분 없이 성을 받아들여 환영받았다.

언뜻 보면 성도착자처럼 보일 수 있는 글램록 스타들의 여장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극단적 여성 혐오나 남성 혐오로 치달으며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요즘 세태를 보면 마치 1960년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1970년대 사회적 갈등을 완화할 문화적 탈출구가 된 글램록을 다룬 이 영화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결국 글램록이 지향했던 것은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자유로움, 즉 다양성의 인정이었다.

이 영화는 그런 글램록의 지향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080p 풀 HD의 16 대 9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필름 그레인이 두드러지며 지글거림이 보이고 필름 잡티 등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의 울림이 좋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감독과 프로듀서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뮤직비디오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토드 헤인즈 감독은 글램록을 외계인과 동성애자 문제를 가장 뚜렷이 부각한 대중문화 장르로 봤다.

플라시보 멤버들은 영화에 직접 출연했고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는 OST에 참여했다.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극 중 주인공 브라이언 슬레이드를 연기. 그는 일부 노래도 직접 불렀다.

글램록은 동성애와 양성애를 기꺼이 수용했고 심지어 권장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성적 표현에 대해 자유로웠다.

극 중 브라이언 슬레이드의 일부 앨범 커버는 데이비드 보위의 음반 '다이아몬드 독스'의 커버를 흉내 냈다.

극 중 캐릭터들은 데이비드 보위와 이기 팝은 물론이고 루 리드, 티렉스의 마크 볼란의 모습이 섞여 있다.

극 중 브라이언 슬레이드의 밴드 이름인 'Venus in Fur'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극 중 커트 와일드를 연기한 이완 맥그리거는 성기 노출을 마다 않고 열연했으며 노래도 직접 불렀다.

커트 와일드가 어린 시절 정신병원에서 전기 충격 치료를 받는 장면은 루 리드의 실화다. 그의 부모는 아들의 동성애를 고치고자 병원에 데려가 전기 충격을 줬고 루 리드에게 평생 트라우마로 남았다.

젊디 젊은 크리스찬 베일이 글램록의 충격적인 사건을 캐는 기자로 등장.

브라이언 슬레이드의 기자회견 장면은 1972년 1월 데이비드 보위가 멜로디메이커에서 양성애자라는 점을 고백한 유명한 커밍아웃 사건을 토대로 했다.

제작진이 가장 많이 참고한 것은 이기 팝의 공연이었다.

데이비드 보위는 자신의 노래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나 이기 팝은 개의치 않아 극 중 커트 와일드의 노래로 여러 곡이 나온다.

브라이언 슬레이드가 공연에서 드러내는 또 다른 자아인 맥스웰 데몬은 데이비드 보위의 예명 겸 자신을 상징하는 캐릭터였던 지기 스타더스트를 흉내 낸 것이다.

이 장면은 데이비드 보위와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가 한 침대에 있었다는 일화를 재현했다.

자살한 너르바나의 보컬 커트 코베인의 아내였던 코트니 러브도 극 중 삽입곡을 제공할 예정이었으나 이완 맥그리거가 연기한 커트 와일드의 모습이 커트 코베인을 연상시켜 철회했다.

코카인 중독으로 고생한 데이비드 보위를 비롯한 많은 글램록 스타들이 약물 중독이었다. 데이비드 보위는 2016년 1월 8일 세상을 떠났다.



Posted by 울프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