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블루레이)

울프팩 2016. 3. 6. 22:35

"이런게 사람 사는 거지".
1998년 촬영 당시 71세의 이브라힘 페레는 뉴욕의 밤거리를 걸으며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댔다.

이브라힘은 195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쿠바의 가수였다.
한동안 잊혀졌던 그는 1997년 전세계를 강타한 음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덕에 되살아나 그래미상까지 받고, 미국 카네기홀에서 공연했다.

이브라힘은 심지어 횡단보도를 건너다 말고 멈춰서 야경을 찍었다.
가로등이 거의 없어서 밤이면 암흑천지인 하바나에서 온 그에게 생전 처음 본 뉴욕은 별천지였다.

"아내와 왔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을..."
주름 가득한 이브라힘의 얼굴에 못내 아쉬움이 가득했다.

"저게 자유의 여신상이라고? 아냐. 그럴리 없어. 저렇게 작지 않아."
1950년대 뉴욕에 들려 자유의 여신상을 봤던 루벤 곤잘레스는 40년 만에 다시 찾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올랐다.

촬영 당시 79세의 등 굽은 노인인 루벤에게 멀리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이 예전 같지 않았다.
쿠바의 국보로까지 불렸던 루벤은 10여년 동안 피아노 조차 없이 잊혀졌다.

얼마만에 쳐보는 피아노던가,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음반 녹음 덕에 피아노 앞에 앉게 된 루벤은 라이 쿠더 조차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신기에 가까운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떠나면서도 연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루벤은 자유의 여신상을 돌아봤다.

"난 여자가 좋아. 죽는 날까지 여자를 사랑할거야."
쿠바의 전설 콤파이 세군도는 촬영 당시 91세였다.

그런데도 장난끼 가득한 얼굴 한 가득 웃음을 지으며, 다섯 살 때부터 피웠다는 담배를 한 손에 든 채 음악과 여자에 대한 열정을 쏟아낸다.
1940~50년대 쿠바의 전설적 듀오에서 활동하며 이름을 날린 콤파이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음반을 위해 구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첫 머리에 실린' Chan Chan'을 작곡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빔 벤더스 감독의 쿠바 음악에 대한 다큐멘터리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1999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위대한 노익장들의 이야기다.
등이 굽어 건반 위로 쏟아질 듯 구부린채 피아노를 두드리고, 주름 투성이 얼굴로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과 더불어 숙연함을 느꼈다.

이 작품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그저 눈과 귀로 보고 들으면 얼마나 위대한 작품인 지 절로 느낄 수 있다.

더불어 훌륭한 음악을 능가하는 것은 위대한 문화를 만든 사람들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다.
10년이 넘어 이 작품의 블루레이 타이틀을 다시 보면서 가슴이 아팠던 것은 그새 여기 등장한 인물들이 여럿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다.

이브라힘 페레, 2005년 8월 78세 나이로 타계했다.
몇 십 년 만에 공연 무대에 선 오마라가 암스테르담 사람들의 뜨거운 환호에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자, 옆에 서서 슬쩍 눈물을 훔쳐주던 이브라힘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콤파이 세군도는 2003년 7월 95세 나이로, 루벤 곤잘레스도 같은 해 12월 84세 나이로 고인이 됐다.
그렇게 쿠바의 전설들은 사라졌고 이제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길은 음반과 DVD 뿐이다.

 

DVD와 2디스크 합본판으로 들어 있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데 화질이 아주 나쁘다.

지글거림과 계단 현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영상은 DVD를 블루레이에 그대로 담은 느낌이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늠 음향은 소리의 울림이 좋다.
부록은 DVD 타이틀과 동일한 빔 벤더스 감독의 음성해설, 삭제장면, 뮤직비디오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1998년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공연을 갖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멤버들. 왼쪽 끝에서 기타를 치는 엘리아데스 오초아, 베이시스트 올란도 로페즈, 뒤로 라이 쿠더 부자와 흰 모자를 쓴 콤파이 세군도, 12현 라우드 기타를 연주하는 바바리토 토레스, 그 뒤로 트럼펫을 부는 마뉴엘이 보인다. 

1997년 쿠바 음악가들을 모아 동명 음반을 먼저 낸 뒤 빔 벤더스와 다큐멘터리를 기획한 라이 쿠더. 오토바이 광인 그는 옆에 아들인 타악기 연주자 요아킴을 태운 채 하바나 시를 달리고 있다. 아들이 꽤 나이들어 보이는데 놀랍게도 촬영 당시 20세였다. 

2005년 세상을 떠난 이브라힘 페레. 1927년생인 그는 산티아고의 사교댄스클럽에서 태어나 10세때 고아가 됐다. 천부적 노래실력으로 한때 명성을 날렸으나 서서히 잊혀지면서 쓰레기도 줍고 구두도 닦으며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결성 전까지 힘들게 살았다. 

1907년생인 콤파이 세군도의 본명은 프란시스코 레필라도다. 그는 10대 시절 담배농장에서 일을 하며 밤에는 클럽에서 노래를 불렀다. 1942년 전설적 듀오 로스 콤파드레스를 결성하면서 친구라는 뜻의 콤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세군도는 저음을 뜻한다. 그는 독특한 7줄 기타 아르모니코를 개발했다. 2003년 타계. 

엘리아데스 오초아. 1946년생으로 뛰어난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이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하바나 동부 언덕에 위치한 오래된 사교클럽이다. 

위대한 피아니스트 루벤 곤잘레스. 1919년생인 그는 의학을 공부했으나 음악가가 됐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 합류하기 전까지 10년 동안 집에 피아노도 없었다. 그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곳은 쿠바혁명 전 카지노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아이들의 실내 체조연습장으로 쓰인다. 2003년 사망. 

1940년대 쿠바의 전설적 맹인 연주자 아르세니오 로드리게스가 우연히 옆집에 살다가 피아노 소리를 듣고 루벤을 발탁했다. 

바바리토 토레스가 12현 라우드를 등 뒤로 연주하는 모습. 아프리카 노예들의 리듬과 전통음악이 혼재된 아프로 쿠반 음악이 쿠바 음악의 특징이다. 

1997년 낸 동명 음반이 빌보드와 일본 팝차트를 휩쓰는 등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들은 1998년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가졌다. 암스테르담 공연이 갈색 톤이라면 카네기홀 공연은 컬러풀하다. 

빔 벤더스는 음악가 뿐 아니라 하바나에서 사진작가 알베르토 코르다도 만났다. 그는 등 뒤로 보이는 체 게바라 사진을 촬영해 유명하다. 

쿠바의 에디트 피아프로 통하는 오마라 포르투온도. 그는 실제 에디트 피아프 및 냇 킹 콜과 공연을 하기도 했다. 우연히 녹음 스튜디오에 들렸다가 라이 쿠더의 제의로 참가했다. 

원래 라이 쿠더는 아프리카와 쿠바 음악가들이 함께 하는 음반을 기획했으나 아프리카 음악가들이 도착하지 못하면서 쿠바 음악가들로만 작품을 만들게 됐다. 그만큼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우연의 산물이다.

Buena Vista Social Club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OST
OST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 블루레이 DVD (1,000장 한정판)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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