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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블루레이)

울프팩 2017. 10. 21. 07:01

일본의 대학 입시 제도는 우리와 비슷하다.

우리나라의 수학능력평가시험과 비슷한 대학입시센터시험을 매년 1월 중순 토, 일요일에 이틀 동안 치러서 이 성적을 기본으로 대학에 지원한다.


보통 센터시험이라고 줄여서 표현하는 이 시험은 매년 평균 약 50만 명의 학생이 치른다고 하니 경쟁이 치여하다.

수험 과목은 3~5과목 정도.


과목수가 다른 것은 대학별로 성적을 요구하는 과목수가 약간씩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센터시험이 전부는 아니다.


일부 대학은 센터시험 성적으로만 뽑기도 하지만 일부 대학은 1차에 센터시험 성적을 토대로 거른 뒤 2차로 대학별 본고사를 본다.

더러 센터시험 성적을 무시하고 아예 본고사만 치르는 대학도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보다 입시제도가 다양한 편.

그런데 2020년부터 일본의 센터시험 제도가 크게 바뀐다.


지금은 대부분 객관식 위주인데 주관식 문항을 크게 늘리고, 평가 방식도 단순 암기보다는 응용력을 테스트하는 식으로 바뀐다고 한다.

즉 예시를 주고 여기에 수학 공식 등을 활용해 해결하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영어는 독해와 듣기 평가 위주였는데 앞으로 말하기와 작문이 새로 추가될 예정이다.

이를 공통 시험장에서 평가하기 쉽지 않아서 토익이나 유럽의 언어평가방식인 CEFR처럼 기존 언어 인증시험의 성적표를 제출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그만큼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일본 고교생들에게 센터시험은 아주 중요하다.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ビリギャル 2015년)는 제목처럼 문제아였던 일본 수능생이 기적처럼 인생역전을 이루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전국에서 하위 2%에 해당하는 전교 꼴찌였던 사야카(아리무라 카스미)가 대학에 가기 위해 입시학원에서 1년 반 동안 부단히 노력해 전국 상위 2%로 성적을 끌어올려 일본의 명문 사립대인 게이오대학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언뜻 보면 영화 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놀랍게도 실화다.


영화 속 입시학원 선생인 츠보타(이토 아츠시)의 실제 모델인 츠보타 노부타카가 2013년에 쓴 '비리가루: 학년 꼴찌의 가루가 1년 만에 편차치를 40 올려서 게이오대학에 합격한 이야기'라는 긴 제목의 책이 원작이다.

편차치란 한국의 내신 등급 같은 것.


비결은 입시 학원의 학생별 맞춤 교육이었다.

학교는 물론이고 심지어 부모마저도 구제불능이라고 포기한 학생들을 맡은 학원의 츠보타 선생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학생들을 상담해 학생마다 다른 수업 방식을 적용한다.


만화나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비슷한 소재들을 활용해 공부하게 하고 부모에게 반항끼 가득한 학생에게는 부모에게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유인해 공부를 하게 만든다.

단순 말장난이 아니라 심리학을 이용해 치밀하고 꼼꼼한 수업 방식을 적용한다.


그런데 영화는 이 같은 방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강조한다.

바로 긍정적인 생각이다.


아무리 성적이 형편없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불어넣으며 끊임없이 작은 일에도 칭찬을 한다.

츠보타 선생의 이 같은 사고방식은 결국 주인공의 실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물론 츠보타 선생뿐만 아니라 밤에 물류회사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비싼 학원비를 지원해주는 어머니, 일부러 어울려 노는 것을 중단하는 친한 친구들의 도움 등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함께 한다.

이 과정을 영화는 무겁고 칙칙하지 않게 밝고 유쾌하게 다뤘다.


과거 1970년대 하이틴 영화처럼 들입다 머리 싸매고 공부만 하라는 무대포식 학습 강요 영화가 아니라 코믹하면서도 뮤직비디오처럼 경쾌하게 그린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여기에 매력 넘치는 아리무라 카스미와 코미디언 같은 표정을 지닌 이토 아츠시 등 적절한 출연진도 영화의 재미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아무리 가볍게 다뤄도 입시는 입시다.

수험생들이나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 입장에서 이 영화를 보면 오히려 '너도 할 수 있다'는 식의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와 숨이 막히지 않을까 싶다.


1080p 풀 HD의 1.85 대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일본 영화답지 않게 화질이 좋다.

아주 뿌옇지도 않고 윤곽선도 깔끔해 보는 맛이 난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적당한 서라운드를 들려준다.

소리 이동성도 좋은 편이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배우들 인터뷰, 예고편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아예 학업을 포기한 불량소녀 사야카를 연기한 아리무라 카스미. 며칠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 '나라타주' 홍보차 방한했다.

사야카는 술 담배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밤새 친구들과 어울려 클럽을 다니며 아예 학업을 포기한다.

의지의 학원 선생을 연기한 이토 아츠시. 일본 TV 드라마 '전차남'에 출연했다.

또 다른 문제 학생을 연기한 노무라 슈헤이.

영화의 원작을 쓴 츠보다 학원 원장인 츠보타 노부나가는 심리학을 접목한 수업법으로 1,300명의 학생을 개별지도해 짧은 시간 동안 성적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츠보타 선생은 "입시가 아니라 인생을 성공시켜야 의미가 있다"는 신념을 갖고 학생에게 칭찬을 많이 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적극적으로 불어넣는다.

아들을 프로야구선수로 만들기 위해 무조건 아들만 위하는 아버지의 방식도 사야카에게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주인공이 지원하는 게이오대학은 1858년 개교한 일본 최초의 사립 종합대학이다. 와세다대학과 더불어 일본의 연, 고대로 꼽힌다.

촬영은 대부분 나고야에서 했다. 도이 노부히로 감독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오렌지 데이즈' '뷰티풀 라이프' 등을 연출했다.

실화 속 인물인 고바야시 사야카는 고2 때 실력이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이었다. 일본 지도도 그릴 줄 몰랐고 심지어 동서남북조차 몰랐는데 1년 반 만에 성적이 상위 2%로 뛰었다. 사야카는 게이오대를 졸업해 현재 웨딩플래너로 일하고 있으며 2014년 결혼했다.

고바야시 사야카는 영화 스태프로 참여해 배우들에게 나고야 사투리를 가르쳤다.

츠보다 선생은 "목표를 말로 표현한 것이 목표 실현의 첫걸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목표를 가지라고 강조한다.

엔딩 크레디트에 응원가처럼 흐르는 주제가 '가능성'이란 곡은 심보마스터라는 3인조 밴드가 불렀다. 가운데 사진 속 주인공이 심보마스터이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도이 노부히로 / 아리무라 카스미, 이토 아츠시, 요시다 요
불량소녀:너를응원해 (1Disc PET 풀슬립 Limited Edition 1,000세트 넘버링)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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