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비 내린 삿포로

울프팩 2016. 3. 1. 15:30

[JR삿포로역에 붙어있는 JR타워 닛코호텔 31층 객실에서 내려다 본 삿포로 풍경. JR타워 닛코호텔은 상당히 훌륭한 호텔이다. 잠옷 및 유카타까지 비치해 놓아 밤에 잘 때 아주 편하다. 호텔 22층에는 도심의 야경을 내려다 보며 즐길 수 있는 사우나도 있다.]

 

2008년에 두 번이나 찾았던 홋카이도의 삿포로는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말 그대로 설국이었다.

허허벌판이나 숲이면 이해하겠는데 서울같은 대도시인 삿포로가 온통 눈 세상이었으니 놀랍기도 하고 황당했다.

 

그만큼 홋카이도는 눈의 천국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때 못지 않은 놀랍고 황당한 풍경을 만났다.

 

설국인 홋카이도에 기상이변으로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

도착하기 전날에는 폭우까지 쏟아졌고 서울로 돌아온 다음날에도 삿포로에 비가 내렸다고 한다.

 

한겨울 삿포로에 비가 쏟아지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란다.

물론 아무리 눈이 오지 않아도 삿포로는 추운 곳인 만큼 강설량이 기본적으로 다르다.

 

[삿포로 중앙을 가로지르는 길이 1.5km의 오도리 공원을 따라 걷다보면 만나는 삿포로의 명물 텔레비전 타워. 높이 147m의 이 탑은 실제 TV 신호를 전파하는 중계탑이다. 90m 높이에 전망대 겸 레스토랑이 있다.]

 

북해도 사람들은 눈이 별로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기본적으로 서울에 폭설이 내렸을 때보다도 눈이 많이 온다.

다만 홋카이도에서는 그 정도는 눈이 내렸다고 말하지 않을 뿐이다.

 

도심인 삿포로에서도 사람의 키를 넘어설 만큼 눈이 내려서 길 가에 눈 벽이 형성돼야 눈 좀 왔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2008년 2월에 방문했을 때에는 그 정도로 눈이 왔다.(http://wolfpack.tistory.com/entry/삿포로-북해도의-심장)

 

그때는 비에이를 향하는 고속도로 양 옆으로 눈이 4,5미터 높이로 쌓였다.

이번에도 비에이를 갔는데 그때보다는 눈이 적게 내려서 고속도로 양 옆으로 얼추 사람 키만큼 눈이 쌓였다.

 

눈 대신 비가 온 삿포로는 2008년 만큼 감흥이 살지 않았다.

길거리가 장마철처럼 질척이고 여기저기 회색빛 콘크리트 맨 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지상보다 오히려 여기저기 사방으로 뻗은 지하도로를 더 많이 이용했다.

그게 2008년과 달라진 풍경이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서 붉은 벽돌집이란 뜻의 아카렌카로 불리는 홋카이도 구 도청사. 1888년에 지은 건물로 지금은 박물관처럼 쓰인다. 주변에도 눈이 그다지 많이 쌓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친절했다.

삿포로 역 지하에서 만난 한 고교생은 길을 물었더니 직접 데려다 주겠다며 길을 안내했다.

가까운 거리인 줄 알고 고맙다며 따라갔는데 무려 10분이 넘게 걸었다.

 

그 먼거리를 안내해 주는게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아 미안하다. 내가 찾아가겠다"고 했더니 "괜찮다, 시간 많다"며 기어코 목적지까지 데려다 줬다.

그 친구 뿐만이 아니었다.

 

[오도리 역에서 삿포로 역으로 향하는 지하도. 워낙 추운 곳이어서 지하도가 아주 잘 발달 돼 있다. 어지간한 거리는 위로 나갈 필요가 없다. 특히 지하도에는 길 양 옆에 갤러리가 있거나 이렇게 사람들이 쉴 공간이 자주 있고 여기저기 장도 열린다.]

 

공항에서 만난 청년은 특정 음식점의 위치를 물었더니 밀고 가던 손수레를 한 켠에 세워 놓고 직접 데려다 줬다.

덕분의 삿포로는 지금도 친절한 도시로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의 친절이 도시의 이미지를 만든다.

물론 삿포로 사람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니조 어물시장에서 만난 한 생선가게 주인은 아주 퉁명스러웠다.

말이 통하지 않아 그랬는 지 모르겠지만 인상이 좋지는 않았다.

 

[이른 아침 니조 시장 풍경.]

 

이른 아침에 니조 시장을 찾았던 것은 이 곳에 아주 맛있는 초밥집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시장 골목 안쪽에 위치해 찾기도 쉽지 않은 아주 작은 가게인 타케에 스시다.

 

여행 책자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이 곳은 이른 아침에 문을 연다.

테이블도 없고 일종의 카운터 앞 도로에 어른 셋0이 앉기도 버거울 정도로 작은 집인데 주인장이 직접 만들어 주는 초밥이 아주 맛있다.

 

[니조 시장에 위치한 타케에 스시. 옆 집은 아직 셔터도 올리지 않은 이른 시각에 문을 연다. 이미 소문을 듣고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꽂아 놓은 명함과 유명 인사들의 싸인이 벽에 잔뜩 붙어 있다.]

 

원하는 어물을 이것저것 골라서 먹는 회 덥밥도 일품이다.

하지만 번듯한 가게가 아니고 시장 골목에 있다고 해서 쌀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격이 꽤 하는 편인데, 먹어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겨울 이른 시간에 문을 열어 장사하는 내내 찬 손으로 음식을 만드는 힘든 노동의 대가로 그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유명한 회전초밥집인 토리톤 스시 마루야마점. 영어를 아주 잘하는 직원들도 있어서 메뉴를 고르는데 불편함이 없다. 영어 일어 전혀 못해도 상관없다. 메뉴판을 보고 앞에 놓인 종이에 번호를 적어 주면 된다.]

 

가격 대비 만족도, 즉 가성비 최고의 스시집을 찾는다면 회전초밥 체인인 토리톤 스시를 빼놓을 수 없다.

삿포로 시 여러 군데에 체인점이 있는 이 곳은 아주 맛있는 스시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

 

생선도 싱싱하고 초밥의 생명인 밥도 아주 맛있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밀려 들어 기본적으로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충분히 기다려 줄 만큼 음식들이 훌륭하다.

홋카이도 여행 관련 책자에도 소개될 만큼 경쟁력 높은 곳이다.

 

[유명한 팬케이크 전문점인 마루야마 팬케이크의 천사의 팬케이크. 보기에는 두툼해 보이는데 입에 넣는 순간 눈처럼 녹아서 없어지는 마법을 보여준다. 악마의 팬케이크를 주문하면 검은 접시에 담아 준다.]

 

배불리 먹었다면 디저트 전문점들을 가볼 만 하다.

홋카이도는 생선도 유명하지만 천혜의 자연을 지닌 곳이라 우유와 소고기, 양고기 등 낙농품도 유명하다.

 

그런 낙농품으로 만든 달디 단 디저트 음식이 잘 발달했다.

여행책자에 소개된 디저트 전문점들만 들러봐도 며칠 걸릴 만큼 뛰어난 맛을 지닌 집들이 많다.

 

[널리 알려진 커피전문점 모리히코. 드롭커피 전문점인 이 곳은 가게가 정말 좁다. 테이블도 몇 개 되지 않는다. 이 곳은 아주 진한 커피와 핫 초콜릿으로 유명하다. 아르바이트 생인지 주인인 지 모르겠지만 우리 말도 띄엄띄엄 해서 불편하지 않았다.]

 

숙소를 JR타워 인근으로 정하면 편리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삿포로 역이 붙어 있다보니 열차와 지하철을 편리하게 탈 수 있다.

 

오타루나 하코다테 등 다른 곳으로 가는 기차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탈 수 있다.

특히 JR타워 니코 호텔에 묵으면 공항에 갈 때도 짐을 끌고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JR타워 38층에 위치한 전망대. 360도 돌아가며 야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JR삿포로 역과 옆에 솟은 JR타워. JR타워에 니코 호텔이 있다. 바로 옆에 전자제품 등을 파는 에스타가 있다. 이 곳에 비쿠 카메라 등이 입점해 있다. DVD와 블루레이는 에스타는 물론이고 JR타워 건물 내 스텔라에 입점한 HMV 등에서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