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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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영혼 (블루레이)

울프팩 2013. 12. 8. 12:22

1965년에 발표된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노래 'Unchained Melody'를 전세계적으로 다시 크게 히트시킨 제리 주커 감독의 '사랑과 영혼'(Ghost, 1990년)의 플롯은 단순하다.
여자를 너무도 사랑했던 남자가 죽어서도 여자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지켜주는 이야기로, 마치 '금오신화'나 '양생'의 설화와 비슷하다.

단순한 이야기를 엄청난 히트작으로 만든 비결은 음악과 맞아 떨어지는 기가 막힌 영상과 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의 힘이다.
특히 압권은 라이처스브라더스가 부른 'Unchained Melody'에 맞춰 주인공 남녀가 도자기를 빚는 장면.

언뜻보면 웃기고 황당할 것 같지만 느린 템포의 음악에 맞춰 서서히 물레가 돌아가면서 두 남녀가 벌이는 몸짓이 어지간한 정사씬 보다도 훨씬 더 에로틱하다.
여기에 능청맞은 영매를 연기한 우피 골드버그부터 귀신 역의 패트릭 스웨이지, 이때만 해도 더할 수 없이 청순했던 데미 무어까지 배우들이 캐릭터의 개성을 확실하게 살렸다.

'로미오와 줄리엣'부터 '국화꽃 향기' '러브레터'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은 잘 팔리는 소재다.
그만큼 흔하기도 해서 차별화하기 쉽지 않은데 제리 주커 감독은 깔끔한 연출로 이를 잘 차별화했다.

주커 감독의 연출이 돋보였던 점은 흔한 러브스토리에 미스테리 요소를 가미한 점이다.
주인공이 왜 죽게됐는지를 밝혀내면서 위기에 빠진 연인을 구해내는 내용을 첨가해 낯간지러운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는 남성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각본을 쓴 브루스 조엘 러빈은 제 6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흑인 영매 역할을 능청스럽게 해낸 우피 골드버그는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영국아카데미, 새턴어워즈 등 여러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휩쓸었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아쉽다.
윤곽선이 두껍고 예리하지 않아 영상이 전체적으로 깔끔하지 못하다.

돌비트루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전방에 소리가 몰려 있는 편.
부록으로 감독과 작가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영매들 인터뷰, 사랑 장면 해부 등이 모두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이 장면 하나로 영화사에 길이 남는 작품이 됐다.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Unchained melody'가 흐르는 가운데 도자기를 빚는 장면이 더할 수 없이 관능적이어서 숱하게 패러디되고 모방됐다. 이 장면을 위해 데미 무어는 공예를 따로 배웠다.
원래 도자기 빚는 장면 뒤에 러브씬이 있었으나 이 장면에서 춤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하도 섹시해 러브씬을 빼버렸다. 감독은 무어의 나체를 대신할 대역 배우를 보고 러브씬을 빼기로 결심했단다.
지금은 추억이 돼버린 주크박스. 음악은 '닥터 지바고'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 대작들의 아름다운 영화음악을 작곡한 모리스 자르가 담당.
톰 행크스, 케빈 베이컨, 멜 깁슨, 데니스 퀘이드, 브루스 윌리스, 존 트라볼타, 니컬라스 케이지, 믹키 루크, 조니 뎁, 케빈 코스트너, 알렉 볼드윈, 해리슨 포드 등이 주연 제안을 받았으나 모두 귀신 역할을 하기 싫다며 거절해, 주커 감독이 원치 않았던 스웨이지를 섭외했다.
극작가인 브루스 조엘 루빈은 배우들이 주연을 모두 거절한 상태에서 영화제작이 불발될까봐 주커 감독 몰래 패트릭 스웨이지 매니저에게 전화걸어 오디션에 필요한 내용과 정보를 흘렸다. 여기 맞춰 오디션 준비를 한 스웨이지의 연기를 보고 주커 감독은 캐스팅을 결심했다. 주커 감독은 이 사실을 10년 동안 몰랐다.
컴퓨터그래픽이 발달하기 전이라 대부분의 특수효과는 필름 현상을 이용한 방법을 썼다. 주커 감독은 뉴욕대 영화학과를 나온 뒤 NBC 뉴스제작부의 자료 담당으로 입사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지원하지 못하도록 지원서를 모두 챙겨갔다고 한다.
악당을 연기한 릭 아빌스는 유명한 코미디언으로, 1995년 세상을 떴다. 주커 감독은 NBC에서 AD까지 올라갔으나 그만두고 그리스로 건너간 뒤 히치하이킹으로 터키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네팔 등을 여행한 뒤 티벳에서 불교에 심취했다가 일본 도쿄까지 넘어갔다.
우피 골드버그가 연기한 영매 오다 매는 원래 남자로 하려다가 여자로 바꿨다. 오프라 윈프리, 티나 터너 등도 영매 역을 제의받았고 패티 라벨은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남자 주인공의 친구 칼을 연기한 토니 골드윈은 이 작품의 프로덕션 디자이너인 제인 머스키의 남편이다. 주커 감독은 머스키의 추천을 받아 골드윈의 연기 테이프를 본 뒤 캐스팅했다.
주커 감독은 패트릭 스웨이지가 나온 '로드하우스'를 보고 스웨이지를 캐스팅하기 꺼렸다. 지하철 내부와 역은 모두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에 만든 세트다.
패트릭 스웨이지와 지하철 귀신을 연기한 빈센트 쉬아벨리는 모두 57세에 암으로 사망했다. 빈센트는 극중 자판기에서 쏟아진 담배를 보며 몹시 담배를 피고 싶어하는데, 공교롭게 폐암으로 타계했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증권거래소 앞에서 촬영. 키 작은 수녀는 극본을 쓴 브루스 조엘 루빈의 어머니이고, 은행에서 상담하는 나이 든 여인 역은 주커 감독의 어머니가 출연.
주커 감독은 미셀 파이퍼, 킴 베이싱어, 데브라 윙어, 지나 데이비스, 멕 라이언, 마돈나 등을 여주인공으로 고려했다. 특히 촬영 때문에 호주에 머물던 니컬 키드먼은 연기를 담은 오디션 테이프를 보내 캐스팅을 고려했으나 인지도 때문에 데미 무어를 캐스팅했다. 파라마운트 제작진은 키드먼의 오디션 테이프를 보고 '폭풍의 질주'에 캐스팅했다.
뉴욕의 아파트는 세트다. 원래 여주인공을 조각가로 설정했으나, 감독이 음향기사가 마침 읽고있던 도자기 잡지를 보고 공예가로 바꿨다.
악당들의 영혼이 지옥으로 끌려 갈 때 나오는 음산한 소리는 아기울음 소리를 아주 느리게 재생했다. 귀신이 허공에 띄우는 동전, 신발을 날려 보내는 장면 등은 와이어로 연결해 당겼다.
작가는 연극 '햄릿'에서 "나의 복수를 하라"는 아버지의 대사를 듣고 영감을 얻었다. 데미 무어와 귀신이 된 패트릭 스웨이지가 한 장면에 나오는 부분은 따로 찍어 합성했다. 주커 감독은 당시 '세븐 싸인'에 나온 데미 무어를 보고 잘 나가는 배우는 아니지만 역할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보고 섭외했다.
'에어플레인'을 연출한 주커 감독은 이 작품을 "믿음에 관한 영화, 믿지 않는 사람이 불가사의한 존재를 믿게 되는 영화"라고 정의했다. 감독은 이 작품이 뮤지컬로 제작되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요즘 주원과 아이비 주연의 뮤지컬이 국내 공연 중이다.
사랑과 영혼 (1Disc)
데미 무어 출연/우피 골드버그 출연/제리 주커 감독/패트릭 스웨이지 주연
Ghost (사랑과 영혼) OST (Silver Screen Edition)
OST
사랑과영혼 : 블루레이
데미 무어 출연/제리 주커 감독/패트릭 스웨이지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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