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갈 때마다 자주 들렸던 곳이 바닷가 마을 소살리토다.
금문교에서 다리만 건너면 나오는 가까운 곳이어서 즐겨 찾았는데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다양한 집들이 들어선 부촌이다.
소살리토는 높다란 건물과 도회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샌프란시스코와 달리 유럽 마을 같다.
고풍스러운 중세도시 같다는 뜻이 아니라 높은 빌딩이 빼곡히 들어서거나 구획 정리가 잘 된 미국 도시 느낌이 덜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바닷가에는 요트들이 즐비하게 정박해 있고 언덕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로들을 따라 갖가지 상점과 여러 모양의 집들이 들어서 있다.
예전에는 이 곳에 헤밍웨이를 비롯해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미술품이나 공예품 등을 파는 상점들이 여럿 보였다.
샌프란시스코와 달리 여유로운 풍경에 반해 천천히 걸어 다니며 구경을 하다가 미국의 유명 관광지에만 있다는 크레이지 셔츠 가게에 들어가서 두툼한 라운드 티셔츠를 샀던 기억이 난다.
유위강 감독의 '소살리토'(見鍾情, 2000년)는 제목 때문에 본 작품이다.
평화롭고 여유로웠던 소살리토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름다운 마을을 영상으로 다시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집어 든 작품인데, 결론은 실망스러웠다.
정작 소살리토 풍경은 나오지 않고 샌프란시스코 거리만 계속 나온다.
한마디로 제목에 낚인 경우다.
그렇다고 내용이나 영상이 매력적인 작품도 아니다.
내용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 운전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무명 여성화가(장만옥)가 돈 잘 버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여명)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우연히 술집에서 만났다가 사랑하게 되는 두 사람은 각자의 일 때문에 쉽게 가까워지지 못한다.
안타깝게 이어지던 두 사람의 사랑은 흔한 러브 스토리의 결말을 벗어나지 못한다.
'첨밀밀'의 여명과 장만옥이 다시 연인으로 등장하는 작품이어서 '첨밀밀 3'로도 알려졌으나 작품의 완성도나 내용, 영상 등에서 첨밀밀을 갖다 붙이기에는 가당찮은 작품이다.
정작 소살리토가 나오지 않는데도 국내에서 이런 제목을 붙인 이유는 여성화가가 살고 싶은 곳으로 소살리토를 동경하기 때문이다.
제목 때문에 잔뜩 기대감만 키워 놓고 정작 진부한 연애담과 뻔한 영상으로 끝난 영화다.
다만 극 중 프로그래머가 '너바나'라는 사이버 공간 속 가상 세계를 만들어 떼돈을 버는 설정이 눈길을 끈다.
요즘으로 치면 메타버스인 셈인데 20년 전에 구상을 한 점이 흥미롭다.
내용은 진부하고 영상 또한 형식적인 앵글로 일관하지만 여명이 부른 노래는 좋다.
1.8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애너모픽이 아니어서 영상이 답답하다.
화질도 좋지 않다.
이중 윤곽선이 두드러지고 각종 잡티와 플리커링이 곧잘 보인다.
더러 필름 손상 흔적인 세로 줄무늬가 나타나며 건물을 비스듬히 잡은 사선 앵글에서 계단 현상이 발생한다.
음향은 돌비 디지털 2.0을 지원한다.
부록으로 뮤직비디오와 있으나마나 한 하이라이트 영상이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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