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시네마천국 (블루레이)

울프팩 2013. 12. 19. 23:36

어려서 극장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가는 곳이었다.
어쩌다 아버지가 초대권을 얻어 오시면 어머니나 할머니 손을 잡고 동네 동시상영관을 찾았다.

그렇게 '로보트 태권V'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 '전자인간 337' '황금날개 1 2 3'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학교 친구들을 만나 침을 튀기며 이야기를 했고, 그마저도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은 아무말 없이 부러운 눈빛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벌써 그것이 얼추 40년 전 일이 돼가니 빛바랠 때도 됐는데, 영상이나 아이들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그 기억이 비롯됐던 동네 동시 상영관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아벤고 공수군단'의 정윤희를 만나고 나면 잠시 후 '맹룡과강'의 이소룡을 볼 수 있었던 곳이었다.
그 곳에서 '벤허'의 찰튼 헤스톤과 '드라큐라'의 크리스토퍼 리도 처음 만났다.

그렇게 한꺼번에 두 편의 영화를 틀어주던 동시 상영관은 이제 흔적조차 없고, 그 곳에 높다란 건물이 들어섰다.
시대의 흐름이 그러니 어쩔 수 없지만 사라져가는 추억에 가슴이 아련하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시네마천국'(Cinema Paradiso, 1988년)은 그렇게 사라진 동시 상영관 같은 영화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영화는 1950년대 마을 사람들과 애환을 함께 했던 극장이 TV에 밀려 사라진 이야기다.

작품 속 극장은 단순히 TV에 밀려 사라진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옛 시절의 추억이다.
그 곳에 사랑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으며 그들에 얽힌 사연과 주인공의 꿈이 있었다.

감독은 이를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프게 조곤 조곤 풀어낸다.
비슷한 기억 때문인 지 보는 내내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처럼 감정이입이 됐다.

그래서 막판 주인공인 살바토레(자크 페렝)가 알프레도(필립 느와레)의 선물을 받고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며 보는 장면에서는 절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유년기의 기억을 따뜻한 씨줄 날줄로 촘촘하게 떠낸 감독의 연출력과 너무나도 유명한 아름다운 선율을 보탠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 그리고 끈끈한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뤄 빛을 발한 명작이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고 가슴이 아련하면서도 따뜻해지는 작품이다.
이번에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는 155분짜리 최초 극장판이 아닌 1989년 2시간 4분으로 줄어든 판본이어서 좀 아쉽다.

1080p 풀HD의 1.66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해상도가 높은 편이 아니며 장면에 따라 화질 편차가 있다.
전체적으로 약간 뿌옇고 샤프니스가 높지 않아 윤곽선이 명료하지 않다.

그래도 DVD 타이틀 보다는 월등 좋다.
음향은 DTS-HD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으로 제작진 인터뷰와 키스 시퀀스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나중에라도 155분짜리 오리지널판이 블루레이로 출시됐으면 좋겠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1970년대초 극장에서 영사기사로 일했다. 그는 TV 시대가 오면서 극장이 문을 닫는 것을 봤고, 이를 영화화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썼다.
촬영 당시 감독은 까다로운 사람으로 통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워낙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커서 프로듀서가 재미없다고 싫어할 만한 장면들을 몰래 찍으려고 사람들을 재촉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이탈리아에서는 영화를 성당에서 주로 상영했다. 그 바람에 신부가 상영 전 영화를 미리 보며 키스 장면이나 성애 장면 등이 나오면 종을 흔들어 해당 장면을 영사기사가 삭제하도록 했다.
촬영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팔라죠 아드리아노에서 찍었다. 감독은 정형화되지 않은 광장에 마음이 끌려 이 곳에서 촬영했다. 분수도 광장 한 복판이 아닌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시네마천국이라는 이름의 극장 내부 장면은 광장 근처 성당에서 촬영.
감독의 어릴 적 친구 중에 영화광이었던 소년은 영사기사가 잘라낸 키스 장면 필름을 훔쳐서 보관했는데, 이 얘기를 소년 토토의 이야기로 영화에 집어 넣었다.
국내에서는 155분짜리 오리지널판이 1993년 '신 시네마천국'이라는 이름으로 상영됐다.
감독은 촬영지 인근 5,6개 학교의 전교생 사진을 입수해 소년 토토 역을 찾았다. 40명 후보중에 찾아낸 소년이 놀랍게도 배역과 이름이 같은 살바토레(토토) 카스치오였다. 토토는 영악해서 대사를 외우지 않고, 감독이 촬영 5분전에 찍을 내용을 설명해 주면 이를 듣고 연기했다.
이 작품은 제 62회 아카데미와 제 4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각각 받았고, 제 4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극중 영사기사로 나오는 알프레도는 극장 시대를 상징하는 전설같은 존재다.
감독은 영사기사로 일한 경험 때문에 영사기를 이용한 여러 트릭을 많이 알고 있어서 영사기의 옵티컬 플랫을 돌려 마을 광장에 영화를 비추는 장면을 집어 넣었다. 이렇게 되면 영사기 렌즈와 함께 두 군데로 영화가 나오는데, 대신 옵티컬 플랫으로 비춘 장면은 좌우가 바뀐다.
영화를 보고 나면 토토의 연인이었던 엘레나는 어떻게 됐는 지 궁금해 진다. 155분짜리 오리지널판에는 이 부분이 들어 있으나 2시간4분짜리 판본에서는 한 챕터가 통채로 사라져 이 부분이 삭제됐다.
감독이 각본을 쓸 때는 알프레도 역에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를 고려했으나 사정상 출연이 어렵게 돼 필립 느와레를 선택했다. 감독은 소년이 생쥐처럼 작게 보일 수 있도록 곰처럼 덩치 큰 배우를 원했다.
최초 극장판에서는 중년이 된 엘레나를 '금지된 장난'과 '라붐'으로 유명한 브리지트 포세가 연기한 장면이 나온다.
키스 장면을 틀어주는 영사기사로 잠깐 깜짝 출연한 인물이 바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다.
키스 시퀀스는 감독이 워낙 아끼는 장면이라 직접 편집했다. 키스 장면 중에는 좌우가 바뀐 것도 있다.
감독이 155분짜리 최초 버전을 2시간으로 줄인 이유는 최초 개봉시 평이 좋지 않았고, 상영시간이 길다는 소문에 흥행 성적도 저조했기 때문이다. 결국 제작진이 모여 회의를 한 끝에 30분을 들어냈다.
Cinema Paradiso (시네마 천국) OST
Ennio Morricone 연주
시네마 천국 : 감독판
엔니오 모리꼬네 작곡
시네마 천국 : 극장판 블루레이
쥬세페 토르나토레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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