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비추천 DVD / 블루레이

시리어스 맨(블루레이)

울프팩 2016. 4. 16. 16:18

에단 코엔과 조엘 코엔 형제의 영화는 대부분 소재가 독특하다.

'파고'나 '밀러스 크로싱' '아리조나 유괴사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의 작품들을 보면 세상에 흔치 않을 법한 사건들을 이리 저리 비틀어 웃음과 볼거리를 준다.

 

소재가 아주 튀지 않는 '위대한 레보스키'나 '오 형제여 어디있는가' 등의 소소한 소재를 다룬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소심한 사람들을 통해 또다른 비틀기를 시도한다.

 

어찌보면 그들이 들이대는 현미경같은 카메라를 통해 관객들은 평소 돌아보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찾으며 대리만족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시리어스 맨'(A Serious Man, 2009년)도 마찬가지다.

 

어느 유대인 가족의 흔치 않은 일상사를 통해 유대인 사회를 재미있게 그렸다.

대학 교수인 주인공의 가족들은 어느날 폭풍처럼 몰아치는 사건들을 겪는다.

 

평온하게 잘 지내던 아내는 갑자기 바람 났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하루 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동생은 느닷없이 도박과 매춘 혐의를 받아 경찰이 찾아온다.

이처럼 골치아픈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치면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종교 지도자이자 정신적 스승인 랍비를 찾는다.

 

하지만 주인공은 랍비에게서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한다.

오히려 랍비의 말씀보다 어느날 벌어진 우연같은 일들이 주인공에게는 해답이 된다.

 

코엔 형제는 엎치락 뒤치락 하는 주인공의 고뇌를 통해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주장한다.

지금 최대의 고민거리나 즐거움이 나중에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코엔 형제는 이 작품을 통해 유대 사회를 약간 조소하듯 바라본 경향이 있다.

유대 사회의 정신적 스승인 랍비가 이 작품에서는 이렇다 할 해법이 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이 랍비를 끊임없이 찾는 것은 결국 마음의 안식을 구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마지막에 소년이 랍비에게서 건네 받은 라디오처럼 말이다.

 

단순한 이야기를 때로는 시니컬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다루는 코엔 형제의 솜씨가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덕분에 줄거리를 따라가며 유대 사회의 풍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그 점이 걸림돌이기도 하다.

유대인이 아니라면 크게 공감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코엔 형제의 다른 작품에 비해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아주 우수하다.

 

색감이 선명하고 디테일이 뛰어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채널 분리가 좋아서 적당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 준다.

 

부록으로 제작과정, 60년대 풍경 재현에 대한 설명, 히브리 용어 설명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시작하는 유대 설화 장면은 영화 내용과 아무 상관없다. 코엔 형제도 이 부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 이유없이 집어 넣었다. 내용도 코엔 형제가 지어냈다. 코엔 형제 답다. 

1967년을 배경으로 삼은 이 작품은 대부분의 야외 촬영을 블루밍턴에서 했더. 주인공의 집은 원래 옥수수밭이었던 곳에 만들었다. 

주인공을 연기한 마이클 스털버그. 뉴욕에서 오랜 연극 배우 생활을 했고 토니상까지 받았다. 원래 극 중 단역으로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대본 연습때 연기를 너무 잘해 주연으로 발탁됐다. 

자동차도 1960년대 차량들이 등장. 주인공의 차는 1966년식 코로넷, 사슴을 차 지붕에 얹은 옆집 아저씨들의 차는 램블러 클래식이다. 

1960년대 당시 남자들은 복숭아뼈가 보일 정도로 바지를 짧게 올려 입었다. 

주인공이 이웃집 여인과 피운 마리화나에 취한 장면과 아들이 마리화나에 취한 채 유대 성인식을 치르는 장면은 스윙틸트렌즈를 사용했다. 이 렌즈는 초점이 맞은 부분을 제외한 주변 영상을 약간 흐릿하면서도 휘어 보이게 만든다. 

코엔 형제는 변함없이 이 작품에서도 연출과 각본, 제작까지 맡았다. 

유대 성인식을 치르는 장면은 코엔 형제 고향인 미네소타의 세인트루이스 공원 내 유대인 예배당에서 찍었다. 단상에 놓인 유대 경전인 토라가 꽤 무거운 편인데 저것을 떨어뜨리면 이를 지켜 본 유대인들은 30일동안 금식을 해야 한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같은 랍비 연구실. 영화는 1967년을 배경으로 했는데, 극 중 콜럼비아레코드사 영업사원이 전화통화로 강조하는 산타나의 신보 '아브락삭스'는 1970년에 출반됐다. 제작진이 헷갈린 듯. 

모든 문제가 해결되나 싶었는데 토네이도가 몰려 온다. 인생사란 그런 것. 토네이도에 흔들리는 아이들 모습은 3미터짜리 대형 팬으로 인공 바람을 쏘아대며 찍었다.

시리어스 맨
조엘 코엔 감독; 에단 코엔 감독;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시리어스 맨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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