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추천 DVD / 블루레이

씬시티

울프팩 2005. 11. 29. 22:45

강렬하다.
로버트 로드리게즈(Robert Rodriguez) 감독의 '씬시티'(Sin City, 2005년)를 보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강렬함'이다.

피가 난무하는 액션과 흑백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영상, 만화 속에서 갓 걸어 나온 듯한 극단적 성격의 캐릭터 등 모든 게 눈을 찌르듯 강렬하게 다가온다.
'데어데블'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 등을 그린 만화가 프랭크 밀러(Frank Miller)의 원작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매춘과 납치 등 범죄로 가득 찬 도시에서 악당들에게 살해당하거나 위협받는 여인들을 대신해 복수의 총을 빼든 정의의 사나이들을 그리고 있다.

영웅들이 휘두르는 폭력은 악당 못지않게 잔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랭크 밀러의 어둡고 광기 어린 작품들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를 그대로 꼬집은 자기반성적인 메시지와 철학이 녹아있기 때문에 만화의 차원을 넘어 소설로 대접받는다.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의도적 흑백 영상은 원작의 강렬함과 충격을 그대로 살렸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강렬한 영상이 충격적인 내용을 압도하는 작품이다.

오랜만에 로드리게즈의 앞서가는 감각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1.8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깨끗한 영상은 잡티나 스크래치가 전혀 없고 샤프니스와 명암대비 또한 뛰어나다.
DTS를 지원하는 음향 역시 화질에 걸맞는 뛰어난 사운드를 들려준다.

배경음의 서라운드 효과도 좋고 총소리와 타격음도 둔중하며 박력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작품은 HD카메라로 촬영한 뒤 컴퓨터를 이용해 색을 빼는 과정을 거쳐 흑백 영상으로 거듭났다.
이 작품의 묘미는 포인트 컬러에 있다. 감독이 의도하는 특정 부분에 임의의 색을 넣어 마치 악센트를 주듯 강렬한 느낌을 강조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훌륭한 연기를 한 배우는 미키 루크다. 미키 루크를 재발견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연기는 빼어났다.
식인 악당으로 등장하는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일라이자 우드.
이 영화는 브루스 윌리스를 비롯해 클라이브 오웬, 베니치오 델 토로, 룻거 하우어 등 유명 스타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 영화는 매트 페인팅 기법으로 촬영됐다. 배우들은 초록색 스크린 외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연기를 했고 여기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배경을 그려 넣었다. 배우와 소품 이외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달, 가로등까지 모든 게 그려 넣은 것.
'허니'에서 매력을 뽐낸 제시카 알바는 이 작품에서도 독특한 매력을 과시한다.
영화의 폭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지만 신체 일부를 뜯어내고 머리를 짓이기는 잔혹 영상도 만화처럼 독특하게 처리해 무미건조하게 넘어간다. 특히 과장된 액션은 피터 잭슨 감독의 '데드 얼라이브'처럼 잔혹하면서도 웃음을 유발한다.
프랭크 밀러의 원작이 그래픽 노블이라면 이 작품은 명암대비가 뚜렷한 흑백영상으로 강렬함을 주는 시네마 노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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