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아가씨 (블루레이)

울프팩 2018. 9. 11. 17:04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년)는 그의 작품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영화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에서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을 선보였던 그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독특한 소재를 다뤘다.

 

박 감독은 자신의 작품중에서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소개했지만 그의 작품을 많이 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충격적이고 변태적이며 가학적이다.

흔치 않은 외설적 취미를 가진 조선인과 이를 이용한 사기꾼 무리들의 변태적 행각, 이 과정에 드러나는 여배우들의 적나라한 동성애 장면, 서슴치 않고 손가락을 깍두기 썰 듯 잘라버리는 폭력 장면 등은 여전히 '올드보이'의 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만큼 경우에 따라 보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의 작품 중 진정 대중적인 작품은 사람을 별로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가 적은 '공동경비구역 JSA'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마냥 자극적 요소에만 기댄 말초적 작품은 아니다.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끊임없이 반전과 비틀기를 통해 결말을 뒤집어 버리는 이야기는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마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것처럼 사기꾼들이 벌이는 치밀한 두뇌 플레이가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치밀한 구성과 각본은 물론이고 능청스러운 배우들의 연기가 한 몫 했다.

 

변태성욕자를 연기한 조진웅부터 능글맞은 사기꾼 역할의 하정우, 어수룩하면서도 속에 칼날을 품고 있는 여인들 역할의 김민희와 김태리까지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영화 속 캐릭터 그 자체로 녹아있다.

특히 이 작품으로 얼굴을 알린 김태리의 연기와 대사 톤은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자연스럽다.

 

내용은 일본강점기 시절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은 일본 여성을 겨냥해 사기 결혼을 꾸미는 조선 사기단의 일화를 다뤘다.

사기단은 교묘하게 작전을 꾸며 접근하지만 당하는 사람도 결코 만만하지 않다.

 

원작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 스미스'인데, 원작을 잊어도 좋을 만큼 영화는 색다른 맛이 있다.

박 감독이 재미를 위해 원작의 상당 부분을 다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미술이다.

극 중 건물부터 커튼, 소품 하나하나부터 벽지까지 모든 것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치밀하게 구성하는 박 감독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심지어 침실의 커튼 모양까지도 여성의 성기를 형상화할 만큼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해 설정했다.

덕분에 류성희 미술감독이 칸영화제에서 미술, 음향 등 기술적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에 수여하는 벌칸상을 받았다.

 

비록 금단의 소재를 다룬 자극적 영상들이 가득한 작품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이나 전체 구성, 배우들의 연기와 촬영, 뛰어난 미술과 이들 전체를 아우르는 감독의 연출력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우수한 작품이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고 재미도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은 여러 종이 출시됐는데 그 중에서 디지팩으로 구성된 타이틀을 구입했다.

디지팩은 극장판 블루레이 디스크와 23분이 추가된 확장판 블루레이 디스크, 부록 디스크 등 3장의 디스크로 구성됐다.

 

1080p 풀 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감독의 의도 때문에 포커스가 맞은 곳을 제외한 부분에서 의도적으로 뭉갠 듯한 느낌이 들지만 전체적으로 윤곽선이 깔끔하고 디테일이 우수하다.

 

실내 장면 등이 전체적으로 어두운 편인데, 감독이 의도한 영화적 설정이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어느 방향에서 효과음이 들려오는 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만큼 소리의 방향성이 좋다.

 

따라서 서라운드 효과도 잘 발휘된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한 확장판 음성해설, 감독과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이 참여한 일반판 음성해설, 부록 디스크에 들어 있는 사전제작과 로케이션, 미술, 촬영, 현장 스케치와 후반 작업 등이 있다.

 

부록 디스크에 수록된 내용들도 모두 HD 영상들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변태성욕으로 가득찬 남작의 집으로 향하는 장면은 변산반도에서 촬영.

남작의 집은 일본 미에현 구와나시의 롯카엔(육화원)이란 곳이다.

원래 롯카엔은 모로토 세이로쿠라는 기업인의 집으로, 1913년에 준공됐다. 영국 건축가 조시아 콘도르가 설계했다. 구경하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하녀가 아가씨의 이빨을 금속 골무로 갈아주는 장면은 참으로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다. 음향효과팀은 치아 가는 소리를 위해 치과에서 치아를 가져와 갈아보며 소리를 만들었다.

벽지 문양과 가구, 의상 등 미술에 꽤 많은 공을 들여서 꽉 찬 느낌의 미장센이 볼 만 하다.

제작진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만큼 현대 영화처럼 쨍한 느낌보다 필름 느낌을 강조하려고 애너모픽 렌즈를 사용해 촬영.

나뭇가지가 얽혀 마치 검을 맞댄 의장대 사열을 보는 듯한 장면은 파주에서 촬영.

애너모픽 렌즈의 특성 때문에 아가씨의 방을 비롯해 세트 공간을 실제보다 크게 만들었다.

일부 장면을 일본에서 현지 촬영하면서 15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남작이 얼굴을 마구 휘젓는 장면은 조진웅이 손을 가만히 댄 상태에서 문소리와 어린 꼬마가 얼굴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연기했다.

이필원이 작곡한 주제가 '임이 오는 소리'는 1972년에 윤연선이 처음 불렀다. 이후 뚜아에무아가 1974년에 다시 음반을 냈다. 영화에서는 가인과 민서가 불렀다.

변태적인 음란서적 낭독회가 열리는 남작의 서재는 영화 '암살'에서 백화점 세트를 만들었던 동아방송대 세트장에 세트를 지었다.

이 영화는 우리 영화 중에 처음으로 올해 1월에 열린 제71회 영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일본 호쿠사이가 그린 유명한 춘화 '문어와 해녀'가 극 중 등장.

미술에 공을 들인 이 작품은 동성애 코드와 관련있는 여성의 질투, 관음증을 매개로 한 변태들의 음란서적 낭독회 등이 뒤얽힌 미스터리 스릴러 형태를 띠면서 인간의 본성을 다룬 기괴한 영화다.

기존 박찬욱 감독의 작품과 다른 점은 생각보다 잔혹한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가락을 종이작두로 자르는 장면도 절단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다만 시대극이라는 점은 박 감독의 기존 작품들과 다르지만 복수가 기본 토대라는 점에서 복수 3부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태리는 대학 졸업후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이 작품으로 영화 데뷔했다. 그래서 그런지 신인인데도 당찬 연기를 선보였다.

여성들의 성애 장면을 꽤나 노골적으로 묘사했다. 박 감독은 "가장 직접적인 정사씬이 많은 작품을 찍고 싶었다"고 밝혔다. 결국 사랑 이야기를 하면서 성애 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아가씨 : 블루레이(초회한정판) : 3Disc
아가씨 (3Disc 일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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