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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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두

울프팩 2016. 12. 5. 07:18

'러브레터'와 '4월이야기'로 이와이 슌지 감독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언두'(Undo, 1994년)는 참으로 낯설고 불편한 작품일 수 있다.

이 작품은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피크닉' 과 함께 상실, 죽음, 허무 등 세상의 어두운 이야기를 하는 '검은 이와이' 계열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첫 번째 극장용 영화인 이 작품은 내용이 독특하다.

강박성 속박증후군에 걸린 여인과 이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실제로 그런 병이 있는 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 묘사한 강박성 속박증후군은 끊임없이 모든 대상을 끈으로 묶는 일종의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이다.

여주인공은 각종 사물은 물론이고 살아있는 생명체와 비누방울까지 묶으려 든다.


영화 속에서 의사는 이를 사랑을 갈구하는 병이라고 진단한다.

사랑했던 사람이 왠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느낌이 들자 이를 속박하는 행위로 표현한다는 뜻이다.


극에서는 여주인공이 이런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 계기를 치아교정기에서 찾는다.

치과에서 치아교정기를 제거하고 돌아온 여주인공이 연인과 키스하면서 느낀 낯설음 때문에 둘 사이는 예전과 달라진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그 미묘한 차이에서 사랑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결국 치아교정기는 슌지 감독이 얘기하고자 한 변하는 사랑의 메타포인 셈이다.


이를 슌지 감독은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영상으로 묘사했다.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묶어대는 여인의 집 안 모습은 마치 거대한 거미집처럼 섬뜩하고 기괴하다.


하지만 가끔씩 등장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은 마치 먹구름 사이를 뚫고 나오는 햇살처럼 명암 대비가 극명하다.

그만큼 사랑이란 동전의 양면처럼 아픔과 기쁨이 교차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하다.


여기에 레미디오스가 담당한 영상과 잘 어울리는 선율은 영화 전체를 한 편의 뮤직비디오로 만든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생각하는 사랑의 아픔을 47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수필처럼 풀어낸 작품이다.


1.66 대 1 애너모픽 와이드스크린의 DVD 타이틀은 화질이 좋지 않다.

윤곽선이 퍼지고 지글거림이 심하며 화면도 어두워 비디오 테이프를 보는 것 같다.


음향은 PCM을 지원하며 부록은 예고편만 들어 있다.

<DVD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치아교정기를 제거하고 돌아온 여인은 키스를 나누는 순간 낯선 느낌을 받으면서 달라진 사랑을 감지한다.

뮤직비디오를 잘 찍기로 유명했던 슌지 감독은 어두운 이야기 속에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적인 장면들을 보여준다.

사랑이란 이런 것이라고 웅변하는 듯한 한 장면. 마치 CF를 보는 듯 하다.

여주인공을 연기한 야마구치 토모코. 수영복 모델로 시작해 연기까지 한 그는 집에서 스토커들에게 납치당할 뻔 했으나 마침 함께 있던 드라마 '하얀 거탑'의 인기 배우 가라사와 도시아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 때문에 둘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결혼했다.

어찌보면 속박 행위는 가학과 피학성행위를 다룬 에로물을 연상케 한다.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토요카와 에츠시는 '시마과장' '20세기 소년' '훌라걸스' '러브레터' 등에 출연했다. '러브레터'에서 여주인공을 사랑하며 돌보는 남자로 등장한다.

야마구치 토모코는 슌지 감독의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에서 여자 킬러로 등장한다. 애니메이션 '벼랑위에 포노'에서 소스케의 엄마 목소리를 연기하기도 했다.

이와이 슈운지 8종 보급판 박스셋트 (11Disc)
이와이 슈운지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언두
이와이 슈운지 / 도요카와 에츠시, 야마구치 토모코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