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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블루레이)

울프팩 2016. 10. 14. 06:26

산악영화의 기본적인 도식은 험한 자연환경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벌어진다.

'클리프행어'나 '얼라이드' 같은 작위적 드라마나 '노스페이스'나 '히말라야' 같은 실화를 다룬 산악영화들은 행, 불행으로 갈리는 결말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기본적인 도식은 같다.

 

달라지는 것은 장소와 등장인물들이 험난한 자연환경 속에서 얼마나 극적인 사투를 벌이느냐에 달렸다.

그런 점에서 산악영화는 재난영화나 마찬가지다.

 

극적인 자연 환경이 악역을 맡아 이야기의 절반을 채우고 나머지를 배우들의 드라마가 끌어 간다.

결국 볼거리와 캐릭터로 승부하는 셈이다.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의 '에베레스트'(Everest, 2015년)는 그런 점에서 성공한 산악 영화다.

8,848m의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의 에베레스트 봉우리와 여기 도전하는 사람들의 분투기는 제목만 들어도 얼마나 고될 지 상상이 간다.

 

특히 이 영화는 실화가 주는 묵직한 무게감이 있다.

1996년 상업적으로 에베레스트 등정을 안내하는 회사인 어드벤처컨설턴트의 가이드 롭 홀과 마운틴매드니스의 가이드 스콧 피셔가 일행들과 조난당해 사망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노련한 산악인이었던 이들은 돈을 받고 에베레스트에 오르려는 사람들을 안내해 등정에 나섰다.

그러나 정상 정복 후 하산 길에 예기치 않은 눈폭풍을 만나 여러 명의 일행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어찌보면 이석훈 감독의 '히말라야'와 같은 영화인데 차이점은 극적 과장이 심하지 않다는 점이다.

'히말라야'가 캐릭터들의 등정 전 이야기를 신파조로 풀어내 억지로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면 이 영화는 그런 작위적인 부분을 모두 잘라내고 오로지 두 시간을 등정에만 고스란히 할애했다.

 

물론 이 영화도 롭 홀이 조난현장에서 위성전화로 부인과 통화하고 미국인이 죽음을 맞닥뜨린 순간에 가족들을 떠올리는 등 '히말라야'와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짧은 인서트 컷으로 처리해 늘어지게 만들지 않았다.

영화의 에너지를 오로지 에베레스트라는 거대한 거인과의 사투에 쏟아 넣었다.

 

이를 네팔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실감나는 영상을 통해 풀어냈다.

덕분에 자연이 갖고 있는 무서운 힘이 사실적인 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보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이 같은 위용은 거대한 스크린의 아이맥스에서 빛을 발한다.

일반 스크린과 비교해 보면 아이맥스 상영본은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생각될 만큼 느낌이 천지차이다.

 

더불어 인물들이 겪는 고통도 처참할 정도로 잘 묘사해 에베레스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실 정도다.

새삼 코루마쿠르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잘 만든 산악영화다.

 

1080p 풀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최신 영화답게 우수하다.

칼 같은 윤곽선과 손에 묻어날 듯한 색감으로 블루레이의 장점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돌비트루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뛰어난 서라운드 효과를 들려준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바람소리가 마치 에베레스트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살려준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등반교육, 산악촬영과 실존 인물들의 인터뷰 등이 HD 영상으로 수록됐다.

다만 다른 부록과 달리 감독의 음성해설에만 한글 자막이 없어 안타깝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이 영화는 8,848m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의 위용과 공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제작진은 에베레스트의 위용을 담기 위해 아이맥스 장비를 히말라야까지 가져가서 촬영했다.

제작진은 네팔로 날아가 카트만두와 에베레스트의 4,877m 높이까지 올라가서 현지 촬영했다. 장비와 음식은 셀파와 야크들이 실어 나르고 배우들은 헬기로 움직였다. 그 바람에 제작진은 고산병에 걸리기도 했다.

절로 몸이 움츠러드는 아찔한 장면들은 물론 그린 스크린을 두른 세트에서 찍었다. 배우들은 에베레스트 정상에 여러 번 오른 산악인들에게 장비 사용법을 배워 함께 산에 올라 고지대 적응훈련을 했다.

힐러리 스텝도 스튜디오에 만든 세트다. 8,750미터에 위치한 힐러리 스텝은 1953년 뉴질랜드의 에드먼드 힐러리가 처음으로 에베레스트에 오르며 개척한 길이다. 꼭대기까지 약 100m 가량 이어지는데 한 명만 겨우 지날 만큼 좁아서 사람들이 몰리면 기다려야 한단다. 그 바람에 등정을 포기하기도 한단다.

에베레스트 정상도 스튜디오에 만든 세트다. 제작진은 정상 사진을 다각도로 분석해 그림자 방향까지 똑같이 나오도록 조명을 설치했고 소금을 눈처럼 보이도록 뿌렸다.

산 꼭대기에서 죽어간 롭 홀은 1992년 어드벤처컨설턴트를 설립해 상업 등정의 시대를 열었다. 홀 역은 제이슨 클락, 임신 중이었던 부인 역은 키이라 나이틀리가 맡았다.

이 영화는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을 고통스럽게 묘사했다. 그만큼 하산길이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보여준다. 배우로도 활동한 코루마쿠르 감독은 눈과 얼음의 나라인 아이슬란드 출신이다.

제작진은 네팔과 에베레스트 중턱에서 봉우리의 전경 등을 찍고 북부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국경 근처인 발 세날레스로 이동해 등정 장면을 촬영했다. 발 세날레스도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며 시속 40, 50km의 강풍이 부는 곳이다.

산악인들은 롭 홀이 조난당한 8,749m의 사우스 서미트에서 쓰러지면 구출 가능성이 제로라고 얘기한다. 8,000m 이상 고지대는 산소가 희박해 서 있기 조차 힘들어 죽음의 지대로 불린다. 산악인들은 하산을 대비해 사우스 서미트에 예비 산소통을 묻어 두고 오르지만 힘들면 다른 팀에서도 가리지 않고 사용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에베레스트 (1Disc)
에베레스트 : 블루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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