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갈랜드 감독의 '엑스 마키나'(Ex Machina, 2014년)를 보면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바로 구글이다.


영화 속에서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업체 블루북이 등장한다.

블루북은 전세계 사람들이 이용하는 검색을 통해 세상의 모든 정보, 심지어 개인들의 취향까지 수집한다.


그렇게 모은 정보로 이들이 개발하는 것은 사람을 닮은 인공지능(AI)이다.

이를 투영한 AI 로봇 에이바는 외모까지 매력적인 여성을 닮았다.


이쯤되면 구글의 자회사 중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떠오른다.

알파고는 인터넷으로 확보한 수 많은 기보를 학습해 이세돌, 커제 등 쟁쟁한 프로 바둑기사들을 꺾었다.


바둑은 체스와 달리 수가 훨씬 많아 기계가 쉽게 이기기 힘든 분야로 꼽혔다.

그만큼 알파고의 실력이 대단한데, 사람들에게 준 충격 만큼이나 공포심도 안겨줬다.


영화 속 에이바를 보면 공포심이 더욱 짙어진다.

AI의 발달 정도를 알아보는 튜링 테스트를 위해 선발된 주인공(돔놀 글리슨)이 오히려 에이바에게 점점 매료될 정도다.


에이바를 개발한 기업인(오스카 아이삭)이나 에이바가 지향하는 바는 결국 인간이다.

인간을 닮아가는 에이바의 모습은 인간의 진화나 다름없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AI가 진화하는 인류의 미래라고 주장한다.

즉, 진화한 인류의 과학기술을 기계에 투영해 사람들의 삶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영화 속 네이든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러나 앨런 머스크 등 일부 기업이나 스티븐 호킹 같은 과학자들은 AI가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EU는 올해 초 AI를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hood)으로 규정하는 법을 제정했다.

법의 핵심은 킬 스위치의 의무화다.


킬 스위치는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눌러 로봇의 작동을 멈출 수 있도록 제어하는 장치다.

이 법은 킬 스위치가 없는 로봇을 EU에 수출할 수 없도록 했다.


이는 곧 AI의 폭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막겠다는 뜻이다.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들처럼 기계가 인류를 지배하는 공포스런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그만큼 AI는 양날의 칼 같은 존재일 수 있다.

알렉스 갈랜드는 AI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두 가지 시선을 이 작품 속에서 설득력있게 잘 풀어 냈다.


블루북을 이용한 에이바의 진화나 네이든의 욕심, 흔들리는 주인공의 생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보는 공포심을 끌어 올렸다.

영화 속에는 결코 무서운 장면이나 괴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롭 하디가 촬영한 한적한 장소의 평화롭고 고요한 영상이 주로 나올 뿐이다.

그런데도 은근 공포심을 갖게 만드는 것은 갈랜드 감독의 연출 솜씨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영화 '혹성탈출'의 바닷가 장면을 연상케 하며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곧 AI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영화 초반 주인공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블루북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새삼 이 장면을 보면 예전 새너제이의 구글 본사를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구글의 창업자들이 근무하는 건물 로비에 붙어 있던 거대한 스크린이 인상 깊었다.

거기에는 무수한 글자들이 명멸했다가 사라졌는데, 전세계 사람들이 구글로 검색하는 단어들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장치였다.


그때 느꼈던 경외감과 두려움이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떠올랐다.

1080p 풀HD의 2.40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윤곽선이 깔끔하고 순도 높은 색감이 돋보인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활용도나 높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스토리 설명, 캐스트, 로케이션과 에이바 창조 과정, 튜링테스트에 대한 설명 등이 한글자막과 함께 HD 영상으로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주인공은 '어바웃 타임'의 돔놀 글리슨이 맡았다.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를 연기한 알리시아 비칸데르. 발레리나였으나 부상 때문에 그만두고 배우로 전향해 '제이슨 본' '맨 프롬 엉클' 등에 출연했다. 차기 '툼레이더' 시리즈의 라라 크로포드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세계 최대 검색업체 블루북의 창업자의 개인 연구소로 나오는 곳은 노르웨이의 쥬베 랜드스케이프(Juvet Landscape Hotel) 호텔이다.

제작진은 몇 주에 걸쳐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몸에 달라붙는 바디 슈트를 만들고 여기에 각종 시각효과를 낼 수 있는 장치들을 부착해 에이바를 구현했다.

인공지능의 발달 정도를 알아보는 튜링 테스트는 영국의 천재 과학자 앨런 튜링이 1950년에 만들었다. 그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컴퓨터의 시조인 영국의 암호해독기를 만들었으나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1954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블루북이라는 세계 최대 검색업체 CEO로 나오는 오스카 아이삭. '엑스맨 아포칼립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인사이드 르윈' '써커펀치' 등에 출연했다.

튜링테스트는 별도로 떨어진 장소에 있는 시험관들이 컴퓨터로 실시간 전달되는 사람과 AI의 대화 내용을 보고 대화 상대가 사람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식으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AI는 2014년 러시아의 유진 구스트만이라는 슈퍼컴퓨터 뿐이다.

알렉스 갈랜드는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예술사를 전공한 뒤 소설가가 됐다. 그는 청소년 시절 마닐라 등 아시아 지역을 배낭여행한 경험을 살려 소설 '비치'를 썼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됐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1960년 노벨의학상을 받은 생물학자 피터 메더워다. 어머니도 정신분석학자이고 아버지는 시사만화가다.

제목인 엑스 마키나는 고대 그리스 연극에 등장하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즉 신 같은 역할을 했던 기계 장치를 의미한다.

영화 속 인물들의 이름은 성경과 관련있다. AI 에이바는 최초의 여성 이브, 에이바를 만든 네이든은 여호와가 다윗에게 보낸 예언자, 주인공 케일럽은 모세가 가나안에 보낸 12명의 첩자 중 하나인 갈렙에서 따왔다.

펠리시티 존스도 에이바 역으로 고려됐다. 극 중 회사 이름인 블루북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책 '블루북'에서 따왔다.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엑스 마키나 : 블루레이
엑스 마키나
예스24 | 애드온2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울프팩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