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여행

오타루의 군고구마

울프팩 2016. 3. 20. 14:36

이번 홋카이도(북해도) 여행길에 다시 찾은 오타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유독 눈에 띄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

바로 군고구마 장수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군고구마 장수가 등장해서 군고구마를 팔고 있었다.

작은 트럭을 개조해서 뒤쪽에 장비를 싣고 즉석에서 고구마를 구워 준다.

 

[오타루의 사카이마치 거리에서 만난 군고구마 장수.]

 

고구마는 꽤 커다란데 이를 깨끗이 씻어서 구운 뒤 무게를 달아 그램 당 얼마씩 받았다.

예전에는 서울에도 겨울이면 꽤 군고구마 장수가 많이 보였는데 정작 서울에서 보기 힘든 군고구마 장수를 오타루에서 보니 너무 반가웠다.

 

맛이나 볼까하고 다가 갔더니 중국인 관광객들이 잔뜩 몰려 있어서 너무 오래 기다려야 돼 포기했다.

고구마 맛이야 크게 다를게 없겠지만 그래도 돌아서고 보니 약간 아쉬웠다.

 

[오타루 관광의 중심인 메르헨 교차로의 오르골당.]

 

오타루는 홋카이도 원주민인 아이누족 말로 '모래가 많은 하천'이라는 뜻의 오타나이라 하천을 일본인들이 오타루나이로 잘못 부르면서 지명이 됐다고 한다.

또다른 설로는 모래 해안의 하천이라는 뜻이 오타오루나이가 변형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1880년 삿포로와 철도가 연결되면서 석탄을 실어나르는 항구로 발전한 오타루는 러시아와 교역이 트이면서 크게 번성했다.

오타루는 삿포로에서 아주 가까워 JR특급 열차를 타면 3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3층 높이의 오르골당 내부. 온갖 희한한 오르골이 모두 모여있는 오르골 백화점이다.]

 

그만큼 당일 치기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구경할 곳도 많지 않아 반나절이면 대부분 볼 수 있다.

 

오타루 관광은 사카이마치 거리의 동쪽 끝인 메르헨 교차로에서 시작된다.

이 곳의 자리잡고 있는 오르골당이 첫 번째 관광 포인트다.

 

[높이 5.5미터의 증기시계탑은 캐나다 밴쿠버시에서 기증했다. 1977년 레이먼드 샌더스가 제작해 캐나다 밴쿠버의 개스타운에 설치한 것을 그대로 복제했다.]

 

1912년에 지은 벽돌 건물인 이 곳에 전세계에서 수집한 1만5,000여점의 오르골이 전시돼 있으며 판매도 한다.

원래 사람이 많은 곳이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이 곳 또한 백화점 못지 않게 붐빈다.

 

오르골당 앞에는 증기로 움직이며 15분마다 증기를 뿜고 음악을 내보내는 증기시계탑이 서 있다.

캐나다의 밴쿠버시에서 선물한 것으로 밴쿠버에 설치된 것과 함께 전세계에 2개 뿐인 증기시계다.

 

[르타오 본점. 탑처럼 생긴 곳에 오르면 메르헨 교차로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오르골당 건너편에 자리잡은 르타오 본점도 유명하다.

르타오는 오타루에만 6개 매장을 운영하는 유명 케이크점이다.

 

특히 이 곳에서 판매하는 '더블 프로마주'라는 치즈케이크가 대표 제품이다.

매장 안에 들어가면 시식해 볼 수 있다.

 

[르타오 본점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메르헨 교차로. 건너편에 오르골당이 보인다.]

 

르타오 본점을 시작으로 길을 따라 쭉 내려가면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가 바로 사카이마치 거리다.

여기에 모여 있는 개성 강한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특히 이 곳에는 디저트 상점들이 많이 모여 있으니 달달한 음식들을 좋아한다면 쉽게 지나치기 힘들다.

더불어 오르골, 유리세공품 등 각종 장식품도 판매하는데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오타루의 사카이마치 거리. 언덕 위에서 눈이 쏟아지지 않도록 측벽에 보호대를 박아 놓았다.]

 

사카이마치 거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상점은 롯카테이다.

꽃그림 포장지로 유명한 이 제과점은 슈크림 빵이 유명하다.

 

어찌나 맛있는 지,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2,3개를 먹고도 자꾸 손이 간다.

계절마다 넣어주는 크림이 다른 점이 특징.

 

[롯카테이 제과점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기타카로 제과점도 바움쿠헨으로 유명한 곳이다.]

 

2층에 올라가면 꽃 사진을 보면서 빵을 먹어볼 수 있다.

빵을 구입하면 무료 제공하는 커피를 얼마든 지 마셔도 된다.

 

또 2층 벽에는 사카모토 나오유키가 그린 수채화도 걸려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곳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경우에 따라 슈크림 빵이 일찍 떨어진다고 한다.

 

[롯카테이의 명물인 슈크림빵. 아주 작다. 예전에는 딸기 슈크림빵도 팔았는데 이번에는 보이지 않았다.]

 

오타루는 유리 공예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사카이마치 거리를 걷다 보면 베네치아 유리공방, 갤러리 베니니 등 유리 공예품을 파는 상점들을 볼 수 있다.

 

그 중에 기타이치가라스 3호관은 오타루의 유명 유리공예기업인 기타이치가라스가 운영하는 곳이다.

특히 이 곳은 기타이치홀 카페가 유명하다.

 

[기타이치가라스 3호관에 위치한 기타이치홀 카페. 석유램프 조명이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1891년에 세운 100년이 넘은 목조 건물 내부에 167개의 석유램프로 조명을 해 놓아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음료와 식사를 할 수 있으며 오후에 시간을 정해서 피아노 연주도 한다.

 

사카이마치 거리 끝부분에 다다르면 만날 수 있는 곳이 데누키코지다.

1930년대 오타루 거리를 재현한 작은 골목인 이 곳은 식당과 술집 10여개가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다.

 

[데누키코지는 홋카이도의 유명 초콜릿 '시로이 고이비토'(백색의 연인)를 만드는 이시야제과에서 운영한다. 시로이 고이비토 안내판이 붙은 화재감시탑에 오르면 오타루 운하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각 점포도 아주 작아서 서너명이 앉으면 꽉 찰 정도.

마치 드라마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어 운치가 있는 곳이다.

 

데누키코지 앞 횡단 보도를 건너편 바로 오타루 운하가 나온다.

오타루 운하는 1914년부터 9년간 공사를 거쳐 1923년에 완공됐다.

 

[오타루는 국내에서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 촬영지로 널리 알려졌다.]

 

길이 1,140미터, 폭이 40미터인 이 곳은 제 2 차 세계대전 이후 기능을 상실해 지금은 산책로 정도로 쓰인다.

운하 주변 산책로는 1986년에 조성됐다.

 

과거 운하 시절 쓰였던 창고들은 지금은 레스토랑이나 상점, 결혼식장 등으로 바뀌었다.

운하 주변에서 인력거와 작은 유람보트 등을 탈 수 있다.

 

[눈 내리는 오타루 운하. 길이가 길지 않지만 아주 운치있는 곳이다.] 

[오타루 운하 근처 상가에서 지붕에 쌓인 눈을 치우는 모습.] 

[홋카이도는 워낙 눈이 많다 보니 개인 제설기를 갖고 있는 집이 많다.] 

[오타루 운하는 야경도 아름답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주변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면 낮과 또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해가 진 뒤 메르헨 교차로 풍경. 사카이마치 거리의 상점들은 저녁 6시면 문을 닫는다. 삿포로행 막차는 7시30분에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