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완득이 (블루레이)

울프팩 2012. 4. 22. 00:01

이한 감독의 '완득이'(2011년)는 배우의 캐스팅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제대로 보여준 영화다.
깊은 속내를 거친 말투로 표현하는 선생 동주를 연기한 김윤석이나 다문화가정의 아이 완득이를 맡은 유아인이 아니었으면 이 영화가 제대로 살았을까 싶다.

그만큼 두 사람의 연기는 실제 생활을 보는 것 처럼 자연스러웠다.
그 덕분에 원작에서 비중이 많지 않은 동주는 영화 속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가난과 장애, 다문화가정이면서도 결손가정인 집안에서 자란 18세 고교생의 이야기를 다뤘다.
마치 우리 시대의 질곡을 모아놓은 축소판 같은 설정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인데도 불구하고 부담없이 긴 호흡으로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은 원작과 영화가 권투선수의 잽처럼 가벼운 스텝으로 뜀박질을 했기 때문.
일부러 신파처럼 눈물을 자극하지 않았고 위악이나 위선을 떨지 않았다.

실제 아이들의 언어와 눈높이로 자연스레 이야기를 풀어갔기에 잔잔하게 웃을 수 있고,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었다.
새삼 탄탄한 원작의 힘과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감독의 깔끔한 연출을 칭찬하고픈 영화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훌륭하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윤곽선과 은은한 세피아톤의 색감이 잘 살아 있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도 편안하게 사운드를 전달한다.
부록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원작자 인터뷰, 음악이야기, 삭제장면 등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다문화가정의 아이 완득이를 연기한 유아인. 의외로 혼혈 연기가 잘 어울렸다.
완득이 엄마 역은 실제 필리핀 출신인 이자스민이 연기. '의형제'에서 처음 출연한 그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곱사등이 아버지가 시장에서 물건을 팔다 봉변을 당하는 장면은 청계천 황학시장서 촬영. 예전에 백판 사러 많이 갔던 곳이다.
고단한 도시 빈민의 삶을 단적으로 잘 표현한 장면. 얼기설기 얽힌 전깃줄과 건물 사이로 바삐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풍경화처럼 잘 잡아냈다.
완득이네 옥탑방 장면은 성남 신흥2동에서 촬영. 이 곳도 재개발을 추진 중이란다.
김려령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인 원작은 제 1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70만권 이상 팔렸다.
완득이의 여자친구 윤하를 연기한 강별. 캐나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배우 강성진이 외삼촌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선생 동주를 연기한 김윤석이다. 그야말로 생활연기의 달인이다.
이 작품은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 무시못할 비중을 차지한 다문화 가정과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문제를 잔잔한 이야기 속에 잘 녹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