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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원더풀 데이즈 - 감독판 (블루레이)

울프팩 2013. 5. 27. 08:11
김문생 감독의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Wonderful Days, 2003년)는 우리 애니메이션계에서 독특한 시도를 한 작품이다.
우선 인물들을 2차원 셀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뒤 실사 촬영한 배경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해 하나의 영상으로 만드는 3중처리 과정을 거쳤다.

그 바람에 일부 영상들은 실사 영화처럼 사실적이고 정교한 그림을 보여준다.
특히 미니어처를 제작해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미르 풍경 등은 다층 레이어를 통해 영상의 깊이감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부실한 이야기다.
미래의 에코반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세력과 이를 벗어나려는 세력과의 싸움을 그린 이야기가 그다지 설득력이 없고, 흡입력 또한 떨어진다.

모두에게 푸른 하늘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부분은 영화 '토탈리콜'을 연상케 한다.
또 하늘을 나는 소형 비행정을 타고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영화 '스타워즈'를 닮았다.

그 바람에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성과를 남긴 반면 흥행에서 실패하며 애니메이션 대작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무려 126억원을 들여 7년에 걸쳐서 350명이 작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관객은 30만명 정도에 그쳤다.

물론 성과도 있었다.
프랑스 로랑제라르메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프랑스에서 개봉한 이 작품을 보고 김문생 감독에게 자신의 소설 '개미'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의뢰하기도 했다.
덕분에 김 감독은 만 10년의 공백을 깨고 내년 '개미' 애니메이션을 개봉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작품성의 한계를 노출하기는 했지만 기술적 완성도는 높이 평가할 만한 애니메이션이다.
이번에 국내 출시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DVD 확장판과 마찬가지로 극장 개봉 때보다 8분 가량 늘어난 감독판을 담고 있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3장으로 구성된 DVD 확장판 타이틀의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화질은 윤곽선이 또렷하고 화사한 색감이 잘 살아 좋은 편이다.

그러나 일부 성능이 떨어지는 LCD TV나 모니터에서는 모아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풀HD 프로젝터를 이용해 100인치로 키운 영상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소리의 이동성과 방향감이 좋아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감독과 프로듀서, 음악감독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등 풍성한 내용이 들어 있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인상적인 장면. 스테인드글라스 그림을 그린 뒤 필름에 컬러 인쇄해 미니어처 배경에 붙이고 실사 촬영한 영상을 셀 애니메이션과 합성하는 방법으로 만들었다.
초반 에코반으로 향하는 장면은 양수리종합촬영소에서 서울 가는 길을 모델링했다.
음성해설의 음량이 너무 작게 녹음됐고, 반면 대사나 배경음 등은 너무 커서 해설이 묻히는 점이 문제다. 이 타이틀 뿐 아니라 우리 영화 타이틀은 외국 영화 타이틀과 달리 음성해설이 묻히는 경향이 있다.
하회탈, 봉산사자춤 등 한국적 요소들이 많이 들어갔다.
2D 셀애니메이션과 3D 영상을 합성하는 디지털작업은 캐나다 디스크리트사의 인페르노를 이용했다. 이를 이용하면 프레임당 6메가의 고화질 영상을 초당 24프레임으로 실시간 재생할 수 있다고 한다.
미르의 풍경은 미니어처를 만들어 실사촬영한 덕분에 다층 레이어의 입체감이 살아 있다.
공장 풍경은 대우조선해양의 조선소를 둘러보고 제작. 미니어처 실사 촬영은 소니의 디지털카메라인 HDW-F900과 파나비전의 딥포커스 촬영이 가능한 프레지어렌즈를 활용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파나비전에서 1주일간 교육을 받고 모션컨트롤시스템으로 미니어처 세트를 찍었다.
이 영화는 비, 바람, 천둥, 햇살, 안개 등 자연 현상에 따라 각각의 장이 나뉜다.
프레지어 렌즈는 '스타워즈 에피소드2'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 작품에 사용됐다.
섹스를 상징화한 춤 장면은 영상이 너무 화려해 이야기를 죽일까봐 극장 개봉시 삭제됐다. 이 영화에서 가장 볼 만한 장면인데, 블루레이에 선명한 영상으로 들어가 다행이다.
컴퓨터를 이용한 3D 작업은 인디펜던스에서 담당했다.
결투 장면은 저패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을 참고했다.
하늘을 나는 소형 비행선도 '카우보이 비밥'을 닮았다.
미니어처 세트는 30명의 제작자들이 열 달 동안 만들었다. 미니어처 제작에만 4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소형 비행정을 이용한 추격전은 '스타워즈'의 타이파이터와 엑스윙의 추격전을 연상케 한다.
프레지어 렌즈는 빛을 받아들이는 양이 적은 점이 단점. 그래서 아파트 건물 한 동을 비출 수 있는 대형 라이트인 2개의 HMI 18K를 설치해 미니어처를 밝혔다.
배우 정준호 유지태 우희진 등이 캐릭터들의 입모양 재현을 위한 선녹음에 참여했다. 개봉판에는 이들 대신 전문성우들의 목소리가 들어 갔다. 블루레이에 수록된 확장판에는 극장판 성우 대신 부관 역의 유인촌, 동산 역의 기주봉 음성을 살렸다. 우디 목소리는 '순풍산부인과'에서 의찬을 연기한 김성민이 담당.
음악은 원일이 맡았으며, 녹음은 프라하에서 체코필하모닉오케스트라 연주로 이뤄졌다.
원더풀 데이즈 확장판 - 아름다운 이야기 dts 3Disc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원더풀 데이즈 (확장판): 아름다운 이야기 : 블루레이
김문생 감독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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