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영화

의형제

울프팩 2010. 2. 12. 21:33
국내 증시에만 통용되는 변수가 있다.
바로 코리아 리스크다.

분단 국가라는 지정학적 변수 때문에 항상 북한 관련 안보 뉴스가 터지면 국내 증시는 크게 출렁인다.
그만큼 분단은 한반도를 옭죄는 족쇄다.

그랬기에 오랜 세월 남과 북은 서로를 원수 보듯 대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을 제외하고 군은 북한을 주적으로 표현한다.

한동안 영화도 '쉬리'처럼 이 같은 대치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더니 언제부턴가 '공동경비구역 JSA' '간첩 리철진' '웰컴 투 동막골'처럼 적대적 상황을 흔드는 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비록 한 핏줄이라는 민족적 동질감을 부각시키다보니 지나치게 인간적 감성에 치우쳐 낭만적 경향이 강조되는 한계는 있지만, 우리 민족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가 있기에 호소력만큼은 짙다.
그럴 때 코리아 리스크는 매력적 요소가 된다.

장훈 감독의 '의형제'도 마찬가지다.
남과 북의 사람, 그것도 국가정보원 수사관과 간첩으로 마주친 두 남자의 인생이 묘하게 엇갈리는 과정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잘못하면 반공 드라마가 되거나, 눈물을 짜내는 신파극이 되기 십상인데 이 작품은 기발한 설정과 탄탄한 구성으로 이를 모두 피해갔다.
덕분에 적당한 웃음과 액션, 그리고 기저에 녹아 흐르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웰메이드 영화가 됐다.

특히 송강호, 강동원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능글맞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송강호의 연기는 더 말할 것 없고, 의외로 선이 고와 간첩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강동원도 기막히게 변신에 성공했다.
그래서 비중있는 여배우도, 이렇다할 러브스토리도 없이 남자들만 갖고도 가슴을 녹진녹진하게 녹이는 따뜻한 이야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감독은 '사마리아' '시간' '활' 등 김기덕 감독 밑에서 연출부로 경험을 쌓은 장훈이다.
데뷔작인 '영화는 영화다'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작품.

아울러 '장화 홍련'으로 주목을 받아 '외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을 촬영한 이모개 촬영감독의 빼어난 촬영 솜씨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오랜만에 참으로 좋은 작품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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