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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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 보이쿠

울프팩 2010. 10. 22. 17:03

교보문고가 새로 개장하고나서 바로 음반매장인 핫트랙스를 들린 적이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단독 판매 코너가 중간에 있는데 거기 낯선 음반이 놓여 있었다.

바로 이온 보이쿠(Ion Voicou)였다.
이름은 생소했지만 희대의 명반이라는 딱지가 붙어있길래 청음 코너에서 들어본 뒤 망설이지 않고 바로 구매했다.

바이올린 연주자 이온 보이쿠는 클래식 음악 마니아들을 제외하고는 낯선 이름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레코딩도 많지 않을 뿐더러 대부분 LP로 내놨다.

그가 1965년에 출반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E단조와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담은 음반도 마찬가지다.
데카에서 찍어낸 이 LP는 그마저도 귀해서 고가에 거래된 희귀 명반이다.

LP 시절 존재조차도 몰랐으니 당연히 들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귀하디 귀한 음반이 최근 CD로 나왔다.
그것도 오리지널 출반사인 데카에서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로 원본 음질을 그대로 재생했다.

통상 리마스터링을 하면 노이즈를 제거하다가 원본의 연주를 건드리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이 음반은 그런 실수를 피하기 위해 노이즈 자체도 그대로 살려서 마치 깨끗한 LP를 듣는 것 같다.
이 음반을 들어보면 왜 이온 보이쿠를 그토록 칭송하는 지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보면 힘찬 보잉 속에 섬세하게 떨리는 음들을 확인할 수 있다.
어찌나 감정을 풍성하게 살려서 유려하게 연주를 하는 지, 듣다보면 마치 음 속에 묻혀서 둥둥 떠가는 느낌이다.

1923년에 루마니아의 부카레스트에서 태어난 보이쿠는 평생을 루마니아 음악인으로 살았다.
생전에 유럽에서 많은 명성을 얻은 만큼 얼마든지 서방에서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6세때 음악을 시작한 그는 7년 코스의 부카레스트 음악원을 2년 만에 마쳐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부카레스트 방송 관현악단에서 일하던 그를 눈여겨 본 인물은 지휘자 빌헬름 멩겔베르크였다.

43년에 루마니아 국립관현악단의 악장을 지내며 동구권에서 활약하다가 70년대 들어 유럽 순회공연을 열며 이름을 떨쳤다.
사라사테, 파가니니 곡들을 하도 연주를 잘해서 당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기도 했다.

말년에는 루마니아 국가예술가상 및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았고, 97년 부카레스트에서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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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지휘는 라파엘 프뤼벡이 맡았다.
Ion Voicu plays Mendelssohn Violin concerto part 1 of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