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4K 블루레이)

울프팩 2021. 7. 7. 15:22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 1984년)은 전편인 '레이더스'의 엄청난 인기를 등에 업고 등장한 속편이다.
이야기는 인도의 고대 도시에 몰래 숨어든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Harrison Ford) 박사 일행이 밀교 집단 무리와 싸워 노예처럼 붙잡혀 일하는 아이들을 구출하는 내용이다.

속편이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설정이 전편과 다르다.
우선 나치 독일이 등장한 전편과 달리 정체불명의 괴 집단이 악당으로 등장한다.

인디아나 존스 박사가 찾는 대상도 고대 유물이 아닌 인도 어느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신비한 돌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고고학자의 모험담이라기보다 해결사로 나선 모험가 이야기에 가깝다.

이는 시나리오를 쓴 글로리아 카츠와 윌러드 휴익 부부가 인도 문화에 관심이 많아 이를 반영했기 때문.
특히 밀교 집단의 폐쇄된 사원이나 탄광 분위기 때문에 영화가 전체적으로 어둡고 음울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관객을 향한 음식 고문이다.
통째로 요리해 내놓은 뱀을 가르면 안에서 살아 있는 작은 미꾸라지 같은 생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원숭이 머리를 잘라서 뇌를 숟가락으로 떠먹는 요리 등 그야말로 엽기적인 볼거리의 향연이다.

개봉 당시 극장에서는 이 장면 때문에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던 기억이 난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존스 박사의 활약이 대단해서 마치 놀이동산의 요란한 볼거리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압권은 막판 갱도를 달리며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이다.
작은 광물 운반차를 타고 좁은 선로를 달리며 벌이는 추격전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짜릿한 흥분과 함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여기에 전편보다 유머 코드를 강화해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까운 액션을 선보인다.
초반 상하이 클럽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보면 넘어지고 자빠지며 벌이는 우연을 가장한 액션이 절로 웃음과 긴장을 유발한다.

다만 시종일관 비명 지르는 것 외에 하는 일이 없던 여주인공(케이트 캡쇼 Kate Capshaw)의 존재가 참으로 짜증스럽다.
스필버그 감독이 혹시 여성 혐오 주의자는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 만큼 작품 속 존재가 미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신드밧드의 모험' 시리즈처럼 다양한 볼거리와 아슬아슬한 액션으로 점철된 이 작품은 흥행술사로서 스필버그 감독의 뛰어난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 주는 작품이다.
한마디로 완급 조절을 잘한 훌륭한 오락물이다.

이 작품 역시 국내에 블루레이 타이틀이 출시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출시된 '인디아나 존스 컴플리트 어드벤처스' 시리즈에 포함된 블루레이 타이틀은 한글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다.

국내 출시된 4K 박스세트에는 일반 블루레이를 제외한 4K만 들어있다.
2160p U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4K 타이틀은 화질이 괜찮다.

워낙 오래된 작품이어서 요즘 나온 최신 영화와 화질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 없지만 색감이 블루레이 타이틀보다 선명하다.
다만 디테일은 요즘 영화들에 비하면 떨어지며 초반 장면은 약간 뿌연 편이다.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요란하지 않지만 채널 분리가 잘 돼 각종 효과음이 다양하게 재생된다.

1080p 풀 HD의 2.35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미국판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평범하다.
거친 입자감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디테일이 부족하다.

DTS HD MA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 채널에서 각종 효과음과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는 등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은 편이다.
본편 타이틀에는 예고편 외에 별다른 부록이 들어 있지 않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 타이틀 장면은 춤과 음악이 결합된 1950년대 마릴린 먼로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여주인공을 맡은 케이트 캡쇼는 나중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결혼했다.
초반 중국 상하이의 카바레 결투 장면은 슬랩스틱 코미디가 가미된 액션으로 구성돼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다.
극장 개봉 시 관객을 기절초풍하게 만든 엽기 요리들. 존스를 돕는 소년 역을 맡은 조너던 키 콴은 오디션에 지원한 동생을 따라갔다가 캐스팅됐다. 그는 출연 당시 12세였다.
스필버그 감독과 조지 루카스는 전편인 '레이더스'에 넣지 못한 유머 코드를 비롯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이 작품에 집어넣었다.
주인공 이름 인디아나는 조지 루카스가 키우던 말라뮤트 개 이름이다. 여주인공 윌리도 스필버그 감독의 애완견 이름이고 소년의 이름 쇼티 역시 시나리오를 쓴 휴익 부부의 애완견 이름이다.
이 작품은 엽기적이고 잔인한 장면 때문에 미국 영화 최초로 13세 이하 부모 지도가 필요한 PG-13 등급을 받았다. 처음에 제한상영등급인 R등급을 받았으나 스필버그 감독이 등급 추가 의견을 내고 항의해 PG-13등급이 새로 생겼다.
휴익  부부와 함께 각본을 쓴 조지 루카스는 당시 이혼을 겪어 이 작품을 어두운 분위기로 만들었다.
운반차량을 타고 철로를 달리는 추격 장면은 미니어처로 촬영. 알루미늄 호일로 만든 미니 터널 안에 철로와 수레 모형을 만들고, 여기에 바퀴 달린 고정장치를 연결한 뒤 니콘 사진기를 부착해 수레를 따라 움직이며 촬영했다.
광물 운반차를 타고 선로를 달리며 벌이는 추격전은 '레이더스'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넣지 못했다.
물이 절벽을 뚫고 쏟아지는 장면은 절벽 입구만 모형으로 만들어 찍은 뒤 매트페인팅으로 만든 전체 장면과 합성했다.
해리슨 포드는 '레이더스' 출연 때 아예 세 편을 찍기로 계약했다.
줄다리를 끊는 장면은 실제로 다리를 끊었다. 우수수 떨어진 사람들은 모두 인형들이다.
절벽에 매달려 싸우는 장면은 전편을 찍은 영국의 엘스트리 스튜디오 세트에서 촬영.
제작진은 인도 자이푸르에 위치한 암베르 궁에서 촬영하려고 했으나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인도 정부에서 시나리오를 문제 삼았기 때문. 결국 인도 장면을 '콰이강의 다리'를 찍은 스리랑카의 작은 마을 캔디에서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