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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 DVD / 블루레이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블루레이)

울프팩 2013. 1. 6. 11:08

소설 '타잔'의 원작자인 미국의 유명한 대중 소설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우스는 1900년대 초반 연필깎이 판매원으로 일했다.
그는 연필깎이 광고가 실린 잡지를 더러 집에 가져와 읽곤 했는데, 잡지에 실린 형편없는 대중 소설을 읽으며 자신이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35세 나이에 처음 쓴 소설이 1912년 출간된 '화성의 공주'다.
처음에는 망신을 당할까봐 노먼 빈이라는 필명으로 '화성의 달 아래'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이후 이 작품이 인기를 끌자 버로우스는 '타잔'의 영화화로 돈을 번 뒤 존 카터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를 총 11편을 써내 SF판타지 문학의 효시가 됐다.
우주선을 뜻하는 '스페이스십'이란 단어도 원작 소설에 처음 등장했고 여러 종족이 어우러진 외계 생태계와 외계 공주와의 사랑 등도 이 시리즈에서 본격화됐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존 카터 시리즈는 미국의 40,50대 이상에게는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킨 대중문학이다.
조지 루카스 감독도 이 소설의 영향을 받아 '스타워즈'시리즈에서 다양한 종족들의 싸움 및 레이아 공주와 루크 스카이워커의 사랑 이야기를 곁들였다.

이토록 유명한 작품이 원작이 나온 이래 100년 동안 영화화되지 않았던 이유는 선뜻 영화화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
이를 픽사 스튜디오의 컴퓨터기술에 힘입어 앤드류 스탠튼 감독이 필름에 담은 영화가 바로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시작'(John Carter, 2012년)이다.

하지만 대단한 배경을 지닌 작품치고는 실망스럽다.
방대한 원작의 이야기를 요령있게 축약하다보니 그리 됐는 지 모르겠지만 이이야기 단조롭다.

행성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 악당에 맞서 여러 종족이 단합해 싸우는 내용.
여기에 지구에서 순간 이동한 존 카터가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능력으로 화성 종족들을 돕고 화성 공주의 사랑까지 얻는 이야기다.

'스타워즈' 등 워낙 다양한 SF물에 익숙해진 탓에 갖가지 볼거리나 외계 생명체도 눈길을 끌지 못한다.
SF판타지의 효시인데도 불구하고 영화화가 너무 늦어져 받게 된 불이익이다.

스탠튼 감독은 '니모를 찾아서' '월E' 등 픽사 스튜디오 작품 중 유독 감성을 흔드는 따뜻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의 그런 장기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한 느낌이다.
디즈니픽사는 처음부터 이 영화의 시리즈화를 염두에 둔 모양인데, 이번 작품에 실망한 사람들은 속편에 기대를 걸기 힘들 것 같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화질이 좋다.
CG 캐릭터가 이질감 없이 실사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화성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전체적으로 주조를 이루는 황갈색 톤의 색감도 잘 살아 있다.

DTS-HD 7.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 또한 웅장하며, 채널 분리도가 좋아서 서라운드 효과가 잘 살아 있다.
부록으로 감독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원작 배경 설명, 삭제장면과 NG장면 등이 HD 영상으로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메뉴 한글화도 잘 돼 있어서 작품 완성도와 별개로 블루레이 타이틀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play 표시가 있는 사진은 play 버튼을 누르면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

주인공 존 카터 역을 맡은 테일러 키취는 모델 출신으로 '엑스맨 탄생 : 울버린' '배틀쉽' 등에 출연했다. 극중 바숨은 화성을 의미한다.
앤드류 스탠튼 감독은 픽사의 창립멤버로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모든 각본을 썼고, '니모를 찾아서'와 '월E'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실내와 지구 장면들은 런던의 셰퍼튼 스튜디오와 첼번의 롱크로스 스튜디오, 유타 주 등지에서 촬영.
황량한 화성 장면은 미국 유타주에서 촬영. 존 카터가 처음 떨어진 화성지역은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 미국 내 거주하는 일본인들을 모아서 집단 수용했던 시설이 있던 곳으로, '혼란의 산'으로 불린다.
스탠튼 감독은 색감 등을 살리기 위해 아나모픽 파나비전 카메라를 사용해 필름 촬영을 했다. 디지털 촬영이 더 선명할 것 같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수 많은 빛과 사물을 단순히 0 과 1로 부호화해 바꾸는 디지털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날로그 촬영의 색감과 영상이 더 선명하다.
제작진은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 언어를 만든 USC대학의 폴 프로머 박사에게 의뢰해 바숨 행성의 말도 새로 만들었다. 타크족은 극중 키가 3m에 이르는 거인들이어서 배우들이 족마를 타고 모션캡처 연기를 했다. 타크족 족장의 모션 캡처와 목소리는 윌렘 데포가 연기.
스탠튼 감독도 12세때 친구가 그린 존 카터 그림을 보고 원작 시리즈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이 작품 역시 엔딩 크레딧에 픽사를 인수했던 '스티브 잡스에게 바친다'는 헌사가 나온다. 특히 스탠튼 감독은 '월E'를 만들 때 로봇 이브의 디자인에 대해 잡스에게 조언을 구했다. 당시 잡스는 아이폰을 디자인한 유명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 부사장을 픽사에 보내 디자인을 도왔다.
존 카터의 대저택은 햄프턴 궁전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런던 템스강 주변에 위치한 17세기 건물인 햄하우스를 활용.
원작자인 버로우스는 천문학자인 퍼시벨 로웰의 영향을 받았다. 로웰은 사설 천문대를 지어 화성을 관찰했으며, 화성의 운하를 보고 지구와 환경이 비슷할 것으로 봤다.
신성한 호수 장면은 포웰 호수에서 촬영. 이 호수는 글렌캐니언 댐을 만들며 형성됐다.
코끼리 상아처럼 뿔이 튀어나오고 팔이 4개인 타크족 등 원작 소설에 실린 삽화는 J 앨런 세인트 존이 그렸다. 그는 존 카터 시리즈의 모든 삽화를 그렸다.
화성의 공주는 린 콜린스가 연기. '엑스맨 탄생 : 울버린'에도 출연한 그는 붉은 머리를 검게 염색했다.
결혼식 장면은 파산한 울워스 섬유공장을 빌려서 10층 높이의 유리로 만든 세트를 4개월 동안 지어서 촬영. 비행선이 흔들리는 장면은 짐벌세트를 이용했다.
꽃이 있는 식탁
고은경 저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 블루레이
앤드류 스탠톤 감독/Taylor Kitsch 출연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앤드류 스탠톤 감독/Taylor Kitsch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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