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은 본격적인 만주 활극이다.
만주를 무대로 서부극의 구조를 그대로 따온 영화라는 뜻.
내용이나 형식을 보면 사실상 이탈리아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에 대한 오마주 성격이 짙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위대한 걸작 '석양의 무법자' 원 제목인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서 마지막만 살짝 'The Weird'로 바꾼 제목부터 시작해서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이 숨겨 놓은 금화가 청나라의 보물로 바뀌는 등 여러 곳에 '석양의 무법자'를 따라간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세 명의 주인공이 막판 대결을 벌이는 엔딩은 영락없는 '석양의 무법자'의 샌드힐 묘지 결투다.
이 장면에서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특기인 눈만 커다랗게 잡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왔다갔다하며 숨막히는 긴장감을 묘사한 것까지 '석양의 무법자'를 닮았다.
여기에 송강호가 옷 속에 철판을 집어넣어 살아남는 대목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에 쓰인 유명한 장면이다.
또 일본군이 가세해 대포를 쏘아대는 추격전은 샌드힐 묘지에 다다르기 전 남군과 북군의 스펙터클한 진지전을 연상케 한다.
배우들 생김새도 닮았다.
정우성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날카로운 눈매의 이병헌은 리 반 클리프, 송강호는 퉁퉁한 얼굴의 일라이 왈라치를 의식한 캐스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석양의 무법자' 베끼기가 아닌 것은 속도감있는 액션 때문이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가 여유와 치밀함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반면 김지운 감독은 폭발적인 에너지와 화려한 액션으로 폭풍처럼 몰아친다.
일부에서는 빈약한 이야기 구조도 문제 삼지만 본격적인 오락물을 표방한 만큼 볼거리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큰 흠은 아니라고 본다.
3장의 디스크로 나온 DVD의 가장 큰 매력은 극장판과 인터내셔널 판이 모두 수록됐다는 점.
인터내셔널 판은 극장판보다 상영 시간은 짧지만 극장판에 없는 장면이 들어있다.
2.35 대 1 애너모픽 와이드 스크린을 지원하는 DVD 타이틀은 블루레이 만큼은 아니지만 DVD 치고는 좋은 편이다.
음향은 DTS-ES를 지원.
사운드가 요란하기는 한데 째지는 듯한 고음이 귀에 거슬린다.
3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부록은 제작과정, 인터뷰, 삭제장면 등을 담고 있다.
문제는 2번째 인터내셔널 디스크.
DVD플레이어에 따라 중간에 멈췄다가 재생되거나 아예 재생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해당 부분을 건너뛰면 해결되지만 이 문제 때문에 리콜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똑같은 문제가 재발된 것을 보면 제작사의 꼼꼼한 주의가 필요하다.
불법 복제만 탓할 게 아니라 DVD 타이틀의 완성도를 높여야 DVD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고 제 값을 받을 수 있다.
대작인 만큼 완성도를 높여 블루레이 타이틀로 다시 나오기를 기대한다.
<파워DVD로 순간포착한 DVD 타이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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