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 최연진기자의 영화, 음악, 여행이야기 -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지존무상 (블루레이)

울프팩 2017. 11. 27. 16:03

1980년대 말 큰 인기를 끈 홍콩 누아르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영웅본색' '첩혈쌍웅'류의 액션물, 또 하나는 '지존무상' '정전자'로 대표되는 도박물이다.

 

물론 도박물 또한 총싸움과 주먹다짐이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도박이 메인 스토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여기에 남자들 간의 의리, 사랑과 우정을 위한 처절한 복수 등은 액션물과 도박물을 가리지 않고 기본으로 가져가는 홍콩 누아르의 공통점이다.

 

홍콩 누아르 중 도박물의 효시가 된 작품이 바로 1989년 국내 개봉한 왕정, 향화승 감독의 '지존무상'(至尊無上)이다.

아시아 최고를 자부하는 두 명의 도박사가 일본 갱단과 일생일대의 도박 게임을 벌이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묘미는 도박을 이용한 반전 스토리와 유덕화의 매력이다.

다른 도박류와 달리 현란한 손기술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 이 영화는 대신 목숨까지 좌우하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선택이라는 도박 장치를 이용해 긴장을 유발한다.

 

특히 압권은 유덕화가 등장하는 독주 선택 장면이다.

유덕화는 세 잔의 술잔 가운데 독이 들어있지 않은 술잔을 선택할 경우에만 인질과 함께 풀어주겠다는 일본 갱단의 위협 아래 술잔을 마주 한다.

 

절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이 장면은 도박물의 대가답게 왕정 감독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빛을 발했다.

마지막 한 판 대결 장면도 마찬가지.

 

모든 것을 건 알란 탐이 던진 마지막 승부수는 속고 속이는 도박판의 비정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알란 탐이다.

 

물론 유덕화와 콤비 플레이를 펼치지만 알란 탐에 비중이 더 쏠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것은 유덕화다.

 

유덕화가 당구장에서 친구인 알란 탐을 살리기 위해 떨어지는 칼날을 손으로 받아내는 장면은 마초 감성을 자극하는 홍콩 누아르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더불어 친구의 애인을 구하러 목숨을 걸고 들어가서 독주 선택을 강요당하는 장면은 당시 청춘들의 가슴을 일렁이게 했다.

 

유덕화는 이보다 앞선 '열혈남아'로 국내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이 작품이 국내 극장 개봉 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다 보니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알려졌다.

유덕화가 국내에서 이 같은 한계를 벗어나 대중적 인기를 확보한 영화가 바로 이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의 성공 이후 '정전자' '도성' '도협' 등 주윤발, 유덕화, 주성치 등이 등장하는 도박물이 잇따라 등장했다.

그런 면에서 홍콩 누아르와 유덕화 팬들에게는 이 작품이 남다른 의미가 있다.

 

1080p 풀 HD의 1.78 대 1 화면비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제작연도를 감안하면 무난한 화질이다.

하지만 암부 디테일이 묻히고 영상의 밝기도 균일하지 않으며 지글거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음향은 LPCM 2.0 채널을 지원하며 부록은 예고편뿐이다.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 포착한 장면들>

초반부터 사소한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 작은 종이로 담배가 젖지 않도록 가리고 선 유덕화. 초반부터 사소한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다.

유덕화와 알란 탐이 콤비를 이뤄 출연.

두 남자의 마음을 훔치는 미녀로 등장한 진옥련.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의문이 남는 설정이다.

방 번호를 묻는 여자의 질문에 말없이 돌아서는 알란 탐. 웃음이 터졌던 장면으로, 코미디 프로와 CF 등에서 많이 흉내 냈다.

라스베이거스의 하라스 호텔 카지노 앞을 마차로 달리는 주인공들. 가수 잉글버트 험퍼딩크의 쇼를 알리는 광고판이 보인다.

특이하게도 레이크 타호를 배경으로 했다. 예전에 르노시를 방문했다가 타호 호수를 가보고 바다 같은 크기와 사막 한가운데 눈 덮힌 설산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유덕화가 내려치는 칼을 한 손으로 받아내는 유명한 장면. 도박사에게 손은 곧 생명이다.

빼어난 미모를 자랑한 관지림이 유덕화의 연인으로 출연. 그의 출연작으로는 '황비홍' 시리즈가 유명하다. 그는 19세 때 결혼했다가 9개월 만에 이혼했으며 나중에 대만의 거부 천타이밍과 재혼했다가 다시 이혼했다.

아무리 악당이지만 여성에 대한 폭력이 과도하다. 여성이 날아갈 정도로 걷어차고 담뱃불로 얼굴을 지진다. 지금 같으면 호된 비판을 받을 듯.

유명한 독주 선택 장면. 아무리 뛰어난 도박사라도 실력으로 독이 들어 있는 술잔을 피해서 고르기란 쉽지 않다.

일본의 범죄조직이 악당으로 등장. 홍콩, 미국의 갱단까지 등장하면서 싸움이 벌어진다.

왕정 감독은 '지존무상'과 같은 시기에 개봉한 '정전자'(도신)를 비롯해 도신 시리즈와 '도성풍운' '도성불패' 등 도박 영화들을 대거 만들었다.

인물들의 속고 속이는 노림수와 표정, 카드 패 등을 번갈아 보여주며 긴장감 있게 구성했다. 알란 탐이 부른 엔딩 주제가도 유명하다.

진옥련은 한때 주윤발의 애인으로 유명했다. 주윤발 부모의 반대로 헤어졌는데 주윤발이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진옥련은 1984년 결혼했다가 1992년 이혼했다.

 

지존무상
크로아티아 랩소디
최연진 저
지존무상 777 (1Disc 풀슬립 한정판) : 블루레이
예스24 | 애드온2

'볼 만한 DVD / 블루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횡사해 (블루레이)  (2) 2017.12.05
에이리언 커버넌트(블루레이)  (2) 2017.12.02
LA 컨피덴셜(블루레이)  (0) 2017.11.21
비포 선라이즈(블루레이)  (0) 2017.11.18
연애의 목적(블루레이)  (2) 2017.11.16